[더팩트|권혁기 기자]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매우 길다. 관객들이 만날 2시간 분량의 영화는 몇 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촬영을 다 마치고 편집까지 끝냈지만, 출연 배우 중 한 명이라도 구설수에 오르면 개봉 시기는 더욱 늦춰진다.
감독 또는 작가가 집필한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제작사부터 찾는다. 제작사가 결정되면 투자배급사들과 미팅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 섭외도 함께 진행된다. 배역에 알맞는 연기자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워드) 등 투자배급사의 입장에서는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감독과 배우, 제작사와 투자배급사까지 정해지고 나면 본격 제작단계인 영화 크랭크인을 준비한다. 이때부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관계사가 바로 영화마케팅사(홍보사 또는 홍보대행사)다.
한국영화마케팅협회(KOREAN FILM MARKETERS ASSOCIATION·KFMA·회장 장보경)는 22개사, 약 101명이다. 국외자들, 더홀릭컴퍼니, 딜라이트, 렌, 머리꽃, 무비앤아이, 봉봉미엘, 스콘, 언니네홍보사, 앤드크레딧, 영화인, 영화사 하늘, 올댓시네마, 이가영화사, 이노기획, 워너비펀, 콘텐츠 다봄, 퍼스트룩, 플래닛, 필름마케팅 팝콘, 호호호비치, 홀리가든이 회원이다.(가나다라 순/2017년 4월 6일 기준)
영화의 크랭크인부터 개봉 이후 배우들의 무대인사, 또는 극장에서 내려갈 때까지 없어서는 안될 마케팅사들은 어떤 일들을 할까?
◇ 영화 캐스팅부터 스타트
먼저 영화가 주요 배역 캐스팅을 마무리하면 이를 언론사에 릴리즈를 한다. 때로는 배급사가 직접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경우도 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데, 제작사가 결정돼 제작에 들어갔지만 투자배급사가 결정되지 않아 개봉 전에 마케팅사가 정해지지 않을 때도 있다.
보통은 감독 또는 제작사와 인연이 있어 편한 마케팅사를 섭외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영화 제작 초기부터 마케팅사가 관여하게 된다. 예컨대 영화 '물괴'는 김명민, 이경영, 박희순, 박성웅, 김인권, 이혜리, 최우식 등 캐스팅 확정과 함께 4월 10일 크랭크인 소식을 홍보사 딜라이트를 통해 전했다. 투자배급사는 아직 명시하지 않은 상황이다.
◇ 촬영 중에도 쉴 틈이 없는 홍보사
촬영 중이라고 해서 홍보사가 놀 수는 없다. 먼저 영화 스틸 및 메이킹 영상을 인수하고 보관, 홍보 자료로 정리한다. 이는 제작보고회에서 활용된다. 제작사, 배급사에 촬영 기간 중 마케팅 콘셉트를 제안하고 촬영 현장을 방문한다. 크랭크인 및 크랭크업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스틸 및 메이킹 업체를 관리한다.
또한 영화 홍보에 중요한 부분인 포스터 촬영에도 함께 한다. 관객들이 포스터만 보고 '볼지 말지'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신경을 특별히 써야 한다.
◇ 영화 제작 완료 후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한국영화의 경우 대부분 언론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기사의 수를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만, 외화의 경우에는 포스터와 예고편 공개에 힘을 쓴다. 또한 '개봉 고지'가 매우 중요하다. 마블 등 할리우드 대작들의 경우 관객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포스팅을 하고 인지하는 등 정보 전달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외화는 제작보고회가 없지만 국내영화들은 100이면 99개는 제작보고회를 연다. 촬영 중간 취합한 홍보자료들을 언론을 상대로 제공하고 메인 예고편을 이 때 공개한다. 출연 배우들과 감독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제작보고회를 기점으로 MBC '출발 비디오여행'이나 SBS '접속! 무비월드', KBS2 '영화가 좋다'에서 소개해주는 영상도 제공된다.
제작보고회 이후에는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준비한다. 시사회 일정이 정해지면 간담회에 참석할 인원을 체크한다. 간담회는 홍보사에서 크게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4명의 주요 배우들과 감독이 참석했는데 한 명에게만 질문이 쏠리거나 한 명만 질문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지 않게 하려고 나름 물밑 작업(?)을 하기도 한다.
◇ 투자배급사 홍보팀의 전략은?
마케팅대행사와 함께 투자배급사 역시 홍보에 대해 고심한다. 투자배급사 홍보팀은 어떤 고민을 할까?
CJ E&M 영화사업부문 윤인호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투자배급사 홍보팀의 경우 작품 포지셔닝을 결정을 하는 것으로 영화 홍보 업무를 시작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투자배급사가 정해지는 경우도 있고, 제작을 앞둔 작품이 결정되기도 한다. 어쩔 때는 이미 제작된 영화가 투자배급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어쨌든 이 작품이 어떤 매력을 가진 장르이고, 예비 관객들에게 어떻게 어필해야 할지 전략을 세운다"고 설명했다.
"셀링 포인트가 여러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장점들을 극대화시키고 또는 단점을 커버할지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죠. 외주 홍보사, 제작사 등과 함께 각각의 전략에 맞는 홍보 실행 아이템을 고민합니다. 개봉 전에 홍보 전략을 세워 놓고, 개봉 두 달 전부터 움직이기 시작하죠. 기본적으로 언론배급시사회 일정을 조율하는데, 시장을 선점하고 입소문을 퍼뜨리는 전략이 좋겠다면 일찍 시사회를 하고 VIP 및 일반 시사회를 열죠."
윤 팀장은 또 "영화를 텍스트(text)라고 본다면 영화를 둘러싼 의미인 콘텍스트(context, 역사적·문화적·지리적인 배경이 되는 조건 등)가 쎈 영화들이 있다. '명량'이나 '국제시장'같은 작품들은 영화 외적인 의미를 부여해 사회적 파급효과로 이어줘야하는 영화들이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국제시장'의 경우 세대의 화합이 주 목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베테랑'은 통쾌한 액션영화이지만 사회적 약자, 결국 정의가 실현된다는 카타르시스를 주는 영화"라며 "그런 콘텍스트로 인해 홍보팀의 일이 많아진다. 흥행을 하고 관객들의 담론이 형성될 때 영화는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글로벌 스타의 내한, 힘들지만 보람 느끼는 이유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놓칠 수 없는 영화시장이다. 연간 2억명 이상이 영화를 관람하고, IPTV 시장도 활성화돼 있다. 그만큼 할리우드 등 해외 스타들도 무시할 수 없는 영화 '소비 강국'이 됐다. 이에 많은 배우들이 개봉에 맞춰 내한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마블 시리즈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맷 데이먼이 출연한 '제이슨 본' 등 많은 내한 행사를 경험한 호호호비치 이채현 실장은 <더팩트>에 "할리우드 시스템은 매우 체계화 돼 있고 시간에 대한 배분, 일정에 대한 내용, 인터뷰 가이드 등이 전문화 돼 있어 외국 배우들과 일할 때마다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에서도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점도 있다"는 이채현 실장은 "그리고 내한하는 배우들 대부분이 프로페셔널을 하고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한국 영화인으로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 관객들 역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높아져서 배우들도 영화 선진국이라고 느끼더라고요. 행사가 끝나고 좋았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하죠. 그럴 때면 영화 홍보하는 힘이 납니다. 할리우드 배우들은 조심스러운 질문에도 성의없게 대답하는 배우를 못 본 것 같아요. 또 영화에 대해 애정을 갖고 얘기하는 게 느껴지죠."
힘든 점도 있다. 이 실장은 "시차가 다르기 때문에 업무 조율을 위해 밤에 일을 하거나, 가이드라인이 많다보니 국내에 맞춰 조율하기 힘든 점이 있다"면서 "그렇지만 내한 준비 기간이 힘들지 내한 했을 때는 힘든 게 없다. 한국이 세계 영화시장 TOP5에 진입했기 때문에 할리우드 배우들도 이를 인지하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미리 공부하는 배우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하나의 영화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관여한다. 감독과 배우, 조감독, 제작 PD, 촬영 감독, 분장팀, 소품팀, 투자사, 배급사 등 많은 사람들이 흥행을 위해 뛰고 있다. 그 중심에 컨트롤 타워인 홍보 관계자들이 있다.
khk0204@tf.co.kr
[연예팀 | ssent@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