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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씨네리뷰] '지니어스', 당신에게도 인생의 파트너가 있나요?

  • 연예 | 2017-04-05 05:00
영미 문학의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 작가 토마스 울프와 천재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지니어스'가 오는 13일 개봉된다. /영화 '지니어스' 포스터
영미 문학의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 작가 토마스 울프와 천재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지니어스'가 오는 13일 개봉된다. /영화 '지니어스' 포스터

[더팩트|권혁기 기자] 사각사각, 타자기로 프린트된 종이 위로 빨간펜으로 교정을 보는 스크라이브너스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콜린 퍼스 분)의 손에서 당대 최고의 소설들이 세상에 나왔다. 재즈의 시대였던 1920년대 미국 뉴욕은 문학 르네상스의 시대이기도 했다. 시작은 맥스웰 퍼킨스가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맥스웰 퍼킨스는 F.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편집한 인물이다. 보수 출판사였던 스크라이브너스를 변화시킨 맥스웰 퍼킨스의 천재적인 편집과, 최고의 인성에 반한 피츠제럴드는 그를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맥스는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노인과 바다'를 편집했으며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탄생시킨 숨은 공로자였다. 괴팍했던 헤밍웨이를 길들이고, 감수성이 예민한 피츠제럴드를 평생 조력했던 맥스는 1929년 소설가를 지망하던 토마스 울프(주드 로 분)의 작품을 처음 만나게 된다.

미국을 대표하는 천재 작가 토마스 울프는 첫 작품 '천사여, 고향을 보라'를 이렇게 시작한다.

'하나의 돌, 하나의 잎, 하나의 문에 관하여. 그리고 잊혀진 모든 얼굴들에 관하여. 영원히 억압되지 않을 자 누구인가? 영원히 낯설지 않고 홀로되지 않을 자 누구인가? 기억하라 저 위대한 잊혀진 언어들을. 천국으로 들어가는 저 잊혀진 좁은 통로를.'

뉴욕의 모든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았던 이 작품은 맥스에게 깊은 감명을 받게 한다. 한 번 잡은 원고는 집으로 가는 긴 기찻길에서도 놓을 수 없었으며, 집 안 드레스룸에서 옷을 벗을 생각도 못하게 만들었다. 매우 두꺼웠던 원고를 다 읽었을 때 쯤 맥스의 사무실로 토마스 울프가 찾아왔다.

으레 그렇듯 자신의 글을 돌려줄 것으로 판단했던 울프는 "당신의 글을 출판하고 싶소"라는 맥스의 말에 소리를 친다. 그렇게 서정적이고 세련된 울프의 감성에, 냉철하고 완벽주의적인 맥스의 열정이 더해져 '천사여, 고향을 보라'가 탄생됐다.

맥스는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를 떠나 토마스 울프를 인간적으로 대한다. 자신의 집에 초대해 저녁을 대접하고 잠자리를 내줬다. 극작가이자 맥스의 아내인 루이스 퍼킨스(로라 리니 분)에게 희극을 비판하는 등 무례하게 굴었지만, 맥스는 "내 인생에 친구는 자네뿐이야"라는 울프의 말에 조용히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지니어스'는 주드 로와 콜린 퍼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다. 소설과도 같았던 토마스 울프와 맥스웰 퍼킨스 관계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영화 '지니어스' 스틸
'지니어스'는 주드 로와 콜린 퍼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다. 소설과도 같았던 토마스 울프와 맥스웰 퍼킨스 관계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영화 '지니어스' 스틸

데뷔작부터 대박을 낸 울프는 쏟아지는 영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 "신작이 완성됐어"라는 울프의 말에 맥스가 "얼른 보자"고 하자 인부 여럿이 5000페이지 분량의 원고가 든 상자를 들고 왔다. 전작보다 더 큰 열정이 더해진 자전적 소설 '때와 흐름에 관하여'를 출판하기 위한 기나긴 탈고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완성됐을 당시 900쪽에 달하는 장편 '때와 흐름에 관하여'의 초고는 33만여 단어를 훌쩍 넘길 만큼 방대했다. 울프는 브루클린 지하 방에서 냉장고를 책상 삼아 작품을 썼는데, 하루 14시간씩 1만 단어 분량의 원고를 집필할 정도로 창작열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던 사이 스콧 피츠제럴드(가이 피어스 분)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아픈 아내를 위해 맥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어니스트 헤밍웨이(도미닉 웨스트 분)는 맥스에게 "울프는 과대망상에 빠져있어. 곧 자네를 떠날거야"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울프와 정신적으로 교감했던 맥스는 헤밍웨이의 말을 부인하지만 결국 일은 터지고 만다. 퇴원한 아내를 데리고 맥스의 집을 방문한 피츠제럴드를 만나기 위해 달려온 울프가 "스콧은 지금 단어 하나도 쓰지 못한다"고 말하자 맥스는 작별을 고한다.

이때 울프는 연인인 무대 디자이너 엘린 번스타인(니콜 키드먼 분)에게 버림받는다. 데뷔 전까지는 항상 울프의 첫 독자였던 번스타인은, 이제는 자신이 아닌 맥스만 찾다가 그와도 결별하자 "당신은 진짜 혼자 있어 볼 필요가 있다"며 이별을 택한다.

영화 '지니어스'(감독 마이클 그랜디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두 천재에 관한 영화이다. 한 명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유명세를 타는 천재 작가 토마스 울프, 다른 이는 "편집자의 이름이 공개돼서는 안돼. 가끔 나는 작가의 글을 변형시킨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모든 독자들은 책을 읽을 때 오롯이 이 책이 당신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야만 해"라고 말하는 천재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 사실 둘은 인생의 파트너와 마찬가지였다.

울프는 맥스에게 전적으로 의지했고, 맥스는 1년에 한 번뿐인 가족과의 휴가를 반납하고 편집에 몰두할 정도로 그를 지원했다.

'지니어스'에서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스콧 피츠제럴드를 연기한 도미닉 웨스트, 가이 피어스는 실존 인물에 가까워지기 위해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 등에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영화 '지니어스' 스틸
'지니어스'에서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스콧 피츠제럴드를 연기한 도미닉 웨스트, 가이 피어스는 실존 인물에 가까워지기 위해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 등에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영화 '지니어스' 스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1920년 미국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무엇보다 주드 로와 콜린 퍼스의 연기를 보는 것 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다. 주드 로는 괴팍했던 천재 토마스 울프 그 자체였고, 콜린 퍼스의 중후함은 천재 편집자를 연기하는데 더할 나위가 없었다. 특히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를 연기한 가이 피어스, 도미닉 웨스트는 위대한 작가를 연기하기 위해 그들이 입었던 의상, 헤어, 메이크업 등을 통해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지니어스'는 오는 13일 개봉된다. 12세 이상 관람가로 러닝타임은 1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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