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권혁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국내 주요 연예기획사의 연습생 계약서에 칼을 댔다. 공정위는 자산 총액 120억원 이상인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FNC엔터테인먼트, 로엔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DSP미디어를 대상으로, 연습생과의 계약서를 심사해 ▲ 연습생 계약 해지에 따른 과도한 위약금 ▲ 전속계약 체결 의무 조항 ▲ 유예기간 없는 전속계약 ▲ 명예나 신용 훼손시 연예기획사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등을 시정키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연습생 전속계약을 체결한 후 해지할 경우, 2~3배가 넘는 위약금을 '직접 투자한 금액'으로 제한했고, 정식 데뷔 때 본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해야한다는 의무 조항을 없앴다. 또한 연습생 기간이 끝난 후 사전에 알려주지 않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은 '30일간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약자의 위치에 있던 연습생들의 권익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습생 전속계약 개선은 양날의 검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 위약금 및 일방적 전속계약 해지 부분 시정은 '필요'
먼저 연습생 계약 해지에 따른 과도한 위약금을 없앤 것은 연습생을 위한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모 기획사 연습생 출신인 최모(30) 씨는 <더팩트>에 "연습생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회사에서 제대로된 연습을 시켜주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물론 오피스텔을 얻어주고 데뷔를 준비하던 멤버들과 합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긴 했지만, 연습과 별개로 술자리가 많았다"며 "회사에 사외 이사가 들어오면서 투자자를 소개한다는 명목의 자리였는데 정말 가기 싫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래서 전속계약을 해지해달라고 했는데 위약금으로 몇 천만원의 돈을 요구했다"면서 "그래서 같이 준비하던 연습생과 숙비 등을 꼼꼼히 계산해 이의를 제기했더니 며칠 뒤 받아줘 오피스텔 비용만 주고 나올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다행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전속계약 해지로 인한 위약금은 연습생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명예나 신용 훼손에 따른 기획사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역시 소위 '갑질'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 연습생 이후 전속계약 의무조항 폐지는 '글쎄'
공정위는 연습생 전속계약 개선을 8개 기획사에 한정했지만, 이후 전체 기획사로 확대 시행된다면 연습생 이후 전속계약 의무조항을 폐지한 부분은 기획사에 큰 손해를 입힐 수 있다. 예컨대 중소 기획사에서 2~3년간 투자해 키운 '괴물 신인'이 전속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자본이 많은 대형기획사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는 8대 기획사끼리도 가능한 사안으로, 심지어 위약금을 물어주고 데려올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SM을 비롯한 8개 기획사 모두 공정위의 지적에 곧바로 시정키로 했다. 공정위의 취지는 나쁘지 않았지만, 시행 후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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