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전설' 이지훈 "연기자, 조바심 갖고 욕심내야죠"
[더팩트 | 김경민 기자] 도련님 같은 얼굴에 살기 어린 눈빛이 스칠 때 긴장감은 배가 됐다. 온실 속 화초 같던 남자가 이복형제를 향해 총을 겨눴을 때 위기감은 치솟았다. 절규 끝에 원망 가득한 눈빛만 남긴 씁쓸한 퇴장은 '푸른 바다의 전설' 속 유일한 새드 엔딩이었다.
배우 이지훈(29)은 지난달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비운의 허치현을 연기했다. 시작과 끝을 비교하면 가장 굴곡진 변화를 겪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재혼으로 상처는 지녔지만, 겉모습은 무척 바르고 곧게 포장됐던 터라 그가 악인 위치에 서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죽는 결말이라는 건 몰랐어요.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서 '죽을 것 같다'고 예상은 했지만 작가 외에는 누구도 몰랐던 결말이었죠."
최근 <더팩트> 사옥을 찾은 이지훈은 "치현이 악역은 아니다"며 "처음부터 속에 악이 가득한 인물이 아니라 극한 상황에 처하면서 우발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인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시놉시스에 치현은 '세상에 살아남으려면 악이 필요하다'는 인물이었어요. 초반 인물간 관계에 대해서 특정적으로 드러내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나쁜 사람인지 아닌지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도록 줄타기를 하면서 조절했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치현의 감정과 상황에 변화가 생겼을 때 정확한 목적이 생긴 거죠."
변화무쌍한 감정선이지만 스트레스는 없었다. 오히려 "총 쏠 땐 속이 시원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추위 앞에는 장사 없었다. 치현이 경찰에게 붙잡혀 차디찬 바닥에서 제압되는 장면에서 "셔츠 안에 내의를 네 겹 입었는데 발악 연기를 할 땐 순간적으로 '추운 바닥에서 내가 뭘 하고 있나' 생각이 들더라"고 고충을 이야기했다.
오싹한 치현과는 달리 이지훈은 "장난치는 것 좋아하고 하고 싶은 말하는 것 좋아한다"면서도 "가끔 소심함이 나온다. 내가 생각한 수위의 선을 넘으면 상처받고 상처 주는 말을 하면 못 잔다"는 섬세한 성격을 설명했다.
이지훈은 "소고기를 좋아하니까 전생에 소를 관리하는 사람 아니었을까"라고 농담을 던지다가도 "'여인의 향기' 알파치노를 굉장히 좋아한다. '도니 브래스코'의 조니 뎁도 내 나잇대 역할이라 해보고 싶다. 최민식 선배를 보면 아들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연기하고 싶으면 조바심 갖고 욕심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써주죠. 가만히 앉아서 나한테 언제 좋은 작품이 올까 기다리는 건 경험한 바로는 남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욕심 없었으면 이렇게 인터뷰도 못 하고 있을 걸요. 미친 듯이 갈구해야 살아남을까 말까인데, 욕심을 못 쫓아간다고 조바심이 드는 건 받아들이기 나름 아닐까요. 꿈을 쫓아가기 위한 조바심은 좋아요.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망하는 것도 아니고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니니까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꿔야죠. 항상 100% 만족하지 못하니까 꿈을 크게 잡으면 가까이 도달하겠죠."
인터뷰 내내 수시로 개구쟁이 소년과 어른스러운 남자를 오가는 그는 어느덧 30세가 됐다. 사실 말이 서른, 큰 전환점 같은 뉘앙스를 풍길 뿐이지 실제로 그 나이를 지나고 있는 당사자에겐 현재일 뿐이다.
"실제로 나이를 의식하진 않아요. 솔직히 질문하지 않으면 아무 생각이 없었을 거예요. 아직도 고등학생 같고 교복 입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서른 같지 않죠. 스물여섯 늦게 시작했는데 어느새 서른이 되고 보니 작품을 얼마 안 했다는 기분은 들더라고요.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데 많이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요. 자리를 잡고 싶은 것도 분명히 있고요. 그렇지만 스타가 되고 싶어서 불안한 게 아니라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은 거죠."
이지훈이 설계하는 미래에는 온통 작품 욕심으로 가득 찼다. 욕심은 자신을 신뢰하는 것에서 비롯한다. 자만이 아닌 자기애에서 출발한 욕심은 긍정적인 원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유 없는 자신감이라도 있어야 맞서 싸웠을 때 살아남아요. 아, 자신감이라기보다도 어딜 가도 주눅 들지 말아야겠다는 걸 깨우쳤어요. 당연히 연기 경력이 얼마 안 됐으니 투박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자신감 있게 하자고요. 그렇게 세월이 가고 작품이 쌓이면서 자존감과 자기애가 생기겠죠.
'육룡이 나르샤' 끝나기 전에 '마녀보감' 출연을 결정했고 이후 '전설의 셔틀'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까지 빡빡한 일정 속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피곤해도 정신적으로 재밌었어요. 연기를 장난처럼 생각하지 않지만 흥미 있는 놀이라고 생각하면서 취미로 만드는 시간을 보냈다는 게 행복해요. 잠깐이라도 다른 삶을 산다는 건 맞춰가는 거니까 답은 없지만 재밌습니다. 2016년은 운도 따랐다고 생각해요. 2017년에는 드라마 두 편, 영화 한 편이 바람이에요. 소처럼 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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