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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씨네리뷰] 진한 여운 '싱글라이더', 이병헌 연기가 더해진 웰메이드

  • 연예 | 2017-02-21 05:00
22일 개봉될 영화 '싱글라이더'는 이주영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섬세한 연출에 배우들의 호연이 합쳐져 웰메이드로 탄생했다. /영화 '싱글라이더' 포스터
22일 개봉될 영화 '싱글라이더'는 이주영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섬세한 연출에 배우들의 호연이 합쳐져 웰메이드로 탄생했다. /영화 '싱글라이더' 포스터

[더팩트|권혁기 기자] 이병헌의 연기력에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가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 '레드: 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미스컨덕트' '매그니피센트 7' 등 할리우드에 진출한 이유는 분명 '연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인정하는 배우 이병헌이 이번에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제작 퍼펙트스톰필름·공동제작 BH엔터테인먼트)로 다른 매력을 뿜어냈다. 잔잔하지만 진한 여운이 남는 시나리오에,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손색이 없을 이병헌의 연기가 더해지면서 '싱글라이더'는 웰메이드 작품으로 탄생했다.

◇ 신선한 시나리오, 인생이 담기다

'싱글라이더'는 잘나가던 증권회사 지점장 강재훈(이병헌 분)이 어느 날 부실채권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면서 시작된다. 2년 전 아내 이수진(공효진 분)과 아들 진우(양유진 분)를 호주로 보냈던 이유는 모두를 위한 일이었다. 아직 어린 진우를 혼자 보낼 수 없기에 수진을 함께 보냈지만, 애초 수진은 썩 내키지 않았다. "당신도 그렇고 진우도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해"라고 보낸 건 재훈이었다.

한국에서 부실채권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그날, 수진에게 "여보, 나 일이 생겨서 귀국 1주일 정도 늦어질 것 같아"라는 문자를 받은 재훈은 곧바로 전화를 걸어 "그게 통보지 상의야? 당신 알아서 해"라며 전화를 끊는다.

이미 문제의 부실채권에 재산 대부분을 투자했던 재훈은 회사 홈페이지에 사과의 글을 올리고, 주변을 정리한 뒤 호주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삶의 고단함에 가족이 보고 싶어 호주로 향한 재훈은 곧장 집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집 안에서 들리는 낯선 백인 남자 크리스(잭 캠벨 분)의 목소리와 함께 대마초를 피우는 수진 때문이었다. 재훈을 반기는 것은 수진과 진우가 키우는 포메라니안 '치치'뿐이었다.

곧바로 시내로 나온 재훈의 앞에 호주 워홀러(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은 여행객) 지나(안소희 분)가 나타난다. 지나는 편법 환전을 하려고 했다. 은행에서 받는 환전보다 더 비싸게 쳐주겠다는 또래의 한국인들 인호(백수장 분) 제이비(최준영 분) 에이미(이승하 분)를 믿고 차에 탄 게 화근이었다. 재훈은 일당에게 1만 9000달러(호주)를 빼앗기고 잠시 후 비틀거리며 나타난 지나를 게스트하우스에 데려다 준다.

재훈은 이튿날도 수진과 진우 앞에 서지 못했다. 이미 크리스는 수진과 진우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병원에 장기 입원 중인 아내 스텔라(리안나 월스맨)로 인해 크리스는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고 있었고, 수진 또한 남편의 부재를 대신하는 크리스에게 고마워 했다. 크리스의 딸 루시(애니카 화이틀리 분)와 진우가 친하게 지내는 것도 한 몫을 했다.

호주 로케이션으로 촬영된 '싱글라이더'는 색다른 시나리오에 아름다운 풍광도 담겼다. 특히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촬영한 한국영화는 '싱글라이더'가 유일하다. /영화 '싱글라이더' 스틸
호주 로케이션으로 촬영된 '싱글라이더'는 색다른 시나리오에 아름다운 풍광도 담겼다. 특히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촬영한 한국영화는 '싱글라이더'가 유일하다. /영화 '싱글라이더' 스틸

자신의 집(재훈이 비용을 보냈기 때문에)이지만 몰래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재훈은 진우가 영어 공부의 일환으로 'K'로 시작하는 단어를 쓴 노트를 보다 마지막에 '강재훈'이라는 이름을 쓴 것을 보고 고통스러워한다.

한편 지나는 재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한화로 1674만여원을 그대로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돈은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악착같이 모은 돈이었다. 2년이나 농장 일을 하면서 고생스럽게 돈을 벌었다는 지나는 "아침 5시에 농장에 가는 버스를 타면 드는 생각이 게을러서 가난하다는 말, 다 헛소리거든요"라고 하소연을 한다.

이에 재훈은 "지나씨. 너무 좋은 거래에는 항상 거짓이 있어요. 나도 내가 하는 일에 의심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결국 그 거래 덕분에 내 재산도 고객도 모두 잃고, 친구도 가족도 잃어버린 거 같고, 나 자신까지도 잃어버렸어요. 다 뺏기고 이용만 당하고 살면서 왜 그렇게 우아한 척 하면서 살았는지.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아요"라고 조언한다.

이처럼 '싱글라이더'에는 인생을 반추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한 때 잘 나가던 바이올리니스트 수진은 재훈과 결혼했을 당시 음악을 포기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밖에 열쇠 구멍을 내지 않아 내부에서만 열 수 있는 보조 도어락을 설치할 정도였지만, 호주에서는 문이 망가져도 고치질 않았다. 한국과는 다른 삶을 살던 수진은 시드니 시립교향악단에 오디션을 보면서 인터뷰로 "그 때는 절실하지도, 소중한지도 몰랐다"고 말한다.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한다. 최근 남성 위주의 영화에 주로 출연했던 이병헌의 섬세한 연기와 자연스러움이 묻어 있는 공효진, '부산행'에서 진보한 연기를 보인 안소희가 뭉쳐 영화의 퍼즐을 완성시킨다.

영화 속 한 배경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등 호주의 자연 풍광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영상미도 더해졌다. 그리고 깜짝 놀랄 반전이 숨어 있는 이주영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싱글라이더'는 22일 개봉된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97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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