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권혁기 기자] 차태현(40)만큼 색깔이 확실한 배우도 없다. 지난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견우 역을 맡아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그는 '연애소설'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투가이즈' '복면달호' '바보' '과속스캔들' '헬로우 고스트' '챔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슬로우 비디오' '엽기적인 그녀2'까지 차태현이 출연한 영화들은 모두 한결같이 따뜻함과 웃음, 감동이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감독 주지홍·제작 AD406)는 '차태현 장르'에 추가될 작품이다. 차태현은 "어느 기자님이 '차태현 장르'라고 표현을 하시더라. 그게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자기 이름을 붙여 장르라고 표현한다면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사랑하기 때문에'는 고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고, 그 안에서 중요한 부분만 보여주는 게 장점이다. 정리가 매우 잘 된 작품"이라고 자평했다.
영화는 고(故) 유재하의 노래를 모티브로, 주인공 이형(차태현 분)이 여자친구 현경(서현진 분)에게 멋진 프러포즈를 하러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혼수상태에 빠진 이형은 정신만 다른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가 사랑에 서툰 사람들의 고민을 하나씩 해결해준다. 차태현은 10대 여고생 말희(김윤혜 분), 연애경험이 전혀 없는 선생님 여돈(배성우 분), 일에 치어 가족에게 소홀했던 박찬일(성동일 분) 형사, 치매에 걸린 할머니 정용례(선우용여 분)에게 빙의된다.
다음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웨스트19에서 만난 차태현과 일문일답.
-4인 1역이었다. 특별하다고도, 차태현에게는 특별하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특별하냐고요? 빙의라는 게 최근까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헬로우 고스트'에서 경험해본 장르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다른 분들이 저라는, 한 사람을 연기한 설정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소재인데 제가 간과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배성우 형이나 성동일 형님이 제 연기를 하고 있을 때를 보면, 저를 정말 잘 아시니까 포인트를 잡으시더라고요. (김)윤혜한테는 제가 많이 보여줬죠.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 형이 저를 연기한다고 생각했을 때 재미가 있었어요. 성우 형이 스컬리(김유정 분)를 만나서 선생님인 척 하는 장면은 정말 저 같았죠. 특히 제가 만든 애드리브를 형이 연기를 했을 때 관객이 좋아하는 모습들을 보고 '이런 게 감독의 느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감독의 희열이 여기에 있겠구나라고요. 형이 워낙 잘 살려주셔서 고맙더라고요.
-작품은 만족스러운가?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죠.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님께 '제가 많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죠. 그래서 유명한 분들이 나오길 바랐어요. 그 분들이 채워줬으면 좋겠다고 했죠. 그리고 유재하의 노래를 쓸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였고 매우 좋았죠. 결과적으로는 두 곡 밖에 쓰지 못해 아쉽지만, 적절했던 것 같아요. 너무 많은 곡이 들어간다면 분산될 수 있으니까요.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형(제작사 AD406 차지현 대표)이 '끝까지 간다'랑 '사랑하기 때문에' 두 작품의 대본을 주면서 어떤지 봐달라고 하더라고요. 그 해에 본 시나리오 중에 제일 재미있었어요. '사랑하기 때문에'는 유재하의 노래를 영화에 접목시킨다는 점에서 다르겠다고 느꼈죠.
-이미지 변신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차태현 장르'라는 말도 좋지만 액션이나 악역을 통한 변신을 생각할 때가 많아요. '사랑하기 때문에'에 견우의 모습은 없는 것 같아요. 견우라는 캐릭터에 애착이 가고 사랑을 하지만 그런 이미지를 버린다는 게 싫으면서도, 조금은 벗어난 것 같아요. 어깨가 좋지 않아 액션은 어려울 수 있지만 악역을 생각하고 있죠. 스릴러 시나리오가 들어오기도 하는데 누가 봐도 뻔히 제가 악역이라는 게 보여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마음에 들지 않은 작품으로 변신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악역이 아니더라도 스릴러 장르에 출연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더라고요. 영화 마무리 단계에 후속 작품이 없는 게 정말 오랜만이죠. 제가 거절한 게 있긴 한데, 많이 하지 않았던 장르를 생각하고 있어요. 1년에 1편은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번에는 선택이 좀 더 걸리네요.
-차기작으로 '신과 함께'를 촬영 중이지 않나?
그렇죠. '신과 함께'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영화라서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제 모습은 비슷할 수 있어도 처음 보는 영화니까 다르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정우와 연기하는 게 참. 정말 궁금했어요. 어느 정도 궁금증이 많이 풀렸죠. '신과 함께'는 빈틈이 없어요. 촬영에 쉬어가는 타임이 없다고 할까요?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죠.
-올해 목표가 있다면?
저는 매년 트로피를 받는 게 목표입니다. 예능을 시작하고는 매년 받고 있죠. 제일 받고 싶었던 프로그램 상을 받았으니까 일단 2016년 마무리는 잘 된 것 같아요. 올해에는 굉장히 기대가 많이 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에 '신과 함께'까지, 간만에 영화제에도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만 되면 좋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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