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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씨네리뷰] '목숨 건 연애', 부담 없는 달콤살벌한 '로맨스릴러'

  • 연예 | 2016-12-16 07:03

영화 '목숨 건 연애'가 복합장르를 시도했지만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했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영화 '목숨 건 연애'가 복합장르를 시도했지만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했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목숨 건 연애' 참신한 복합장르, 배우들의 '하드캐리'

[더팩트 | 김경민 기자] 빨강과 파랑을 섞으면 보라, 파랑과 노랑을 섞으면 초록, 빨강과 노랑을 합치면 주황색이 된다. 하지만 빨강 파랑 노랑을 자칫 잘못 섞으면 검게 변해버린다. 각각은 예쁜 것이라고 해도 서로 다른 것을 복합적으로 다루는 것은 더 예쁘고 새로운 색깔을 낼 수도 있지만 위험 부담도 분명히 크다.

지난 12일 개봉된 영화 '목숨 건 연애'(감독 송민규·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는 제목부터 달콤살벌하다. 다소 상충되는 장르가 한 데 버무려져 있다.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를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살벌한 스릴러가 전반에 깔려 있다. 마음을 졸이다가도 간지럽히는 복합장르의 실천은 시도 자체만으로도 진부하지 않다. 로맨스, 그럼에도 코미디, 스릴러 제각각의 맛은 분명히 살아 있으나 모든 게 어우러졌을 때 '맛있는 맛'이라고 표현하기엔 아쉬운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목숨 건 연애'에서 하지원(위) 천정명 진백림(아래)의 활약이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목숨 건 연애'에서 하지원(위) 천정명 진백림(아래)의 활약이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목숨 건 연애'는 추리소설작가 한제인(하지원 분)이 이태원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신작을 쓰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한제인은 차기작 구성만 5년째, 아이디어 고갈에 시달리다가 동네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을 직접 추적하고 수사하면서 스타 작가로 재기를 노린다.

한제인은 동네 사람 모두를 살인범으로 의심해 한 번씩 신고한 이력이 있을 정도로 탐정 같은 일상을 보내는 인물이다. 경찰은 물론 이웃들 사이에서도 '이태원 민폐녀'라는 낙인이 찍혀 무슨 말을 해도 신뢰를 얻지 못하는 양치기 소녀이기도 하다. 그의 곁에는 이태원지구대 순경인 소꿉친구 설록환(천정명 분)이 든든히 버티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제인과 설록환 앞에 날카로운 추리력을 겸비한 정체불명의 매력남 제이슨(진백림 분)이 등장한다. 한제인은 제이슨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사건을 추적하던 중 제이슨 역시 표적으로 삼고 수사한다. 알고 보니 제이슨은 FBI 프로파일러다. 한제인은 제이슨을 향한 의심을 접고 점차 가까워진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다. 친구일 뿐 남자는 아니라고 생각한 설록환도 신경이 쓰인다. 설상가상 제이슨 뿐만 아니라 한제인을 둘러싼 모든 사람이 용의자선상에 오른다. 영화 초반부터 강도로 출현하는 허종구(오정세 분)를 비롯해 한제인의 친구 정유미(윤소희 분) 그리고 설록환과 제이슨 모두 범인 가능성을 바통처럼 이리저리 넘겨받는다.

'목숨 건 연애'는 스릴러를 배경으로 코미디가 심어져 있고 로맨스로 결론을 짓는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목숨 건 연애'는 스릴러를 배경으로 코미디가 심어져 있고 로맨스로 결론을 짓는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단순한 코믹 수사극으로 보다가도 영화 끝까지 범인의 정체를 두고 관객의 추리력을 자극하는 전개는 충분히 흥미롭다. 한제인의 추리 과정도 허술하지 않다. 반면 살인사건 수사극이 기승전결을 이끄는 중심이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스릴러보다는 주제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라는 결론이 나오니 너무 무겁게 다가갈 필요는 없다.

하지원은 진중한 카리스마 대신 발랄하고 귀여운 눈빛으로 스크린을 누빈다. 천정명은 하지원과 유쾌한 커플 호흡부터 반전을 유도하는 섬뜩한 연기까지 오가며 볼거리를 더한다. 진백림은 뭇 여성들의 '이상적인 남자'의 전형을 이질감 없이 멋있게 소화한다. 특히 오정세는 초반에는 '스릴러'를, 중후반부터 '코미디'를 담당하며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다.

다만 오정세 연기 이외에 코미디 요소는 한제인의 방귀 같은 원초적인 부분에 의존해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필연보다는 우연한 사건의 연속이다 보니 작위적인 장치가 많아 영화보다는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그저 이러한 유치함까지도 영화의 전제로 놓고 가벼운 재미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웃기는 대로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심각하고 어두운 무게감 있는 영화들 사이 다른 노선을 택했다는 게 유리한 지점이다.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 타임 103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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