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테일' 엄지원, 의상부터 본인 것…준비 철저
[더팩트|권혁기 기자] 배우 엄지원(39)은 지난 2014년 5월 27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건축가이자 에세이 작가 오영욱과 2년 열애 끝에 결혼한 엄지원은 웨딩마치를 울린 후에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더 폰'에 이어 '미씽: 사라진 여자'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과 호흡을 맞춘 '마스터'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결혼 전 개봉된 '소원'에서 몹쓸 짓을 당한 딸 소원(이레 분)의 엄마로 분해 가슴 절절한 연기를 펼친 엄지원은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제작 다이스필름)에서 다시 한 번 엄마로서 눈물을 흘렸다.
지난달 30일 관객들을 맞이한 '미씽: 사라진 여자'(이하 미씽)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돌싱 육아맘 지선(엄지원 분)과 중국인 보모 한매(공효진 분)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작품이다. 이혼으로 인한 양육권 분쟁까지 겪고 있는 지선은 딸 다은(아역 서하늬 분)이를 끔찍히 여기지만, 남편 진혁(고준 분)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투잡을 뛰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러나 어느날 한매와 다은이가 사라지면서 일상은 무너지고 미친듯이 찾아 다니게 된다.
엄지원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 루쏘랩에서 가진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출연 소감으로 "이런 일이 있을 법하다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직 슬하에 아이는 없지만 계획 중인 엄지원은 "워킹우먼으로서 몰아치는 일과에 대해 깊이 공감했다. 워킹우먼에게 일은 삶과 맞닿아 있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고충들을 알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고민은 커리어와 육아 사이의 밸런스인데, 많이 듣고 익숙한 소재라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내 옆에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내 얘기라고 느꼈다. 나의 미래일 수 있고 나의 현실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지선 역할이 끌렸나?
회사에서 시나리오 얘기를 하지 않고 책만 줘요. 보통 '이거 들어왔어요'라면서 책만 건네는데 그러면 제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면서 편견없이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설명을 듣고 제가 어떤 인물인지 알면 그 부분만 보고, 전체를 보지 못하니까요. 그런데 '미씽'은 이미 (공)효진이가 한매 역인걸 알고 있었기에 지선이라고 알았죠.(웃음) 평소에 시나리오를 읽을 때 많은 생각을 하는데, 먼저 '재미가 있나 없나? 내가 만들어갈 여지가 있을까 없을까?'죠. 보통 계산을 하는데 '미씽'은 계산할 틈도 없이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제가 지선이라는 옷을 입는 것처럼 어색함이나 거부감이 없었기에 당장 내일 연기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매니저한테 '정말 좋은 책 줘서 고맙다'면서 바로 하게싸고 했죠. 매니저가 저녁에 줬는데 2시간 반만에 한다고 하니까 '굳이 그렇게 빨리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데요'라고 얘기할 정도였어요. 그쪽도 기다릴테니까 빨리 하겠다고 전해달라고 했죠.
-시나리오 면에서는 어떤 느낌을 받았나?
보통 스릴러는 어두운 곳에서 일어날 것 같은데 '내 집에서, 내가 가깝게 생각했던 사람'이 내 아기를 데리고 없어졌다는 것은 한국 엄마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굉장히 한국적인 스릴러라는 느낌을 받았죠. 한국 스릴러의 특징이, 사건을 따라가다 잔인한 장면이 종종 등장하는데 '미씽'은 여성 관객들이 좋아할 '공감 코드'와 사건을 쫓아가는 부분이 잘 버무러진 것 같아요.
-이미 '소원'에서 가슴 아픈 엄마 역할을 했기에, '미씽'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행복한 역할도 많은데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전혀요.(엄지원은 단호했다) 오히려 '소원'이 결정 전에 많이 고민이 됐죠. '미씽'의 경우,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면서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 영화는 처음 봤어요.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 중에 호러가 많은데, 완성도는 별개니까요. 보석처럼 온 시나리오였어요. '또 엄마 역할이야?'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매우 좋은 시나리오라 하고 싶었어요. '소원'은 결혼 전이었기에 감정적으로 깊이가 있는 연기를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죠. 선뜻 한다고 했다가 제가 구멍이 될까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벌써 엄마 역할로 넘어가도 되나?'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미씽' 때는 고민조차 없었죠.
-그래도 엄마 역할에 대한 자신감은 붙었을 것 같다.
아무래도 했던 경험이 있으니까 이상하게 지선이의 마음이 읽혀지더라고요. 캐릭터의 감정은 알지만, 제 감정과 동일화돼야 하는 부분에서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지선은 마치 제 얘기 같았어요. 또는 제 친구 이야기, 곁에 있는 이야기 같았어요. 쉽게 동화가 됐죠. 어렵기는 당연히 어려웠죠. 무엇보다 관객이 저에게 감정이입을 한텐데, 잘 따라올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라면 벌써 미쳤을 거라고요.
-이언희 감독도 아직 아이가 없고, 공효진은 미혼이다. 누가 가장 아이의 마음을 잘 알았나?
셋 중에는 제가 제일 많이 아는 것 같았어요.(웃음) 조카도 두 명이나 있었으니까요. 언니한테 딸과 아들이 있어 많이 봤고, 어린이집 봉사활동도 많이 해봐서 아이를 안고 다루는 법은 제가 제일 익숙했던 것 같아요.
-아기와의 연기, 구체적으로는 어땠나?
상견례를 했죠. 미리 친해지려고 만났는데 다은이의 경우 계속 울고 안기질 않더라고요. '어떻게 촬영하지?' 고민했죠. 오히려 재인(아역 김가률 분)이가 잘 웃고 했는데 촬영 때는 반대로 재인이가 울고 다은이는 재롱둥이였어요.
-이번에 드라마 홍보 담당자로 분했다. 특별히 준비한 게 있나?
지선이의 대사나, 드라마 홍보 담당자로서 어떤 시간들을 갖는지 주변에 많이 물어봤어요. 지인 중에 많으니까 업무적인 대사를 제가 준비했어요. 지선이가 입은 옷들은 모두 제 옷이에요. '소원' 때도 제 옷을 입었죠. 컬러도 감독님께 제안해요. 주머니가 없는 옷이면 주머니를 달아달라고 하죠. 여성 관객들이 '자기 이야기'인 것처럼 받아들이길 바랐기에 좀 더 세밀한 부분까지 챙기려고 했죠. 한매의 과거를 쫓는 장면에서 타이트한 옷을 이유는, 지선이의 마음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엄테일'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공효진과 호흡은 어땠나?
아무래도 전혀 모르는 대상을 만나는 것보다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게 작업하기에는 편하죠. 아예 모르면 상견례를 하고 밥도 먹고 얼굴을 보면서 친해져야하는데 친분이 있으면 그런 부분을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그런 장점이 있었어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여배우라 잘 오지 않는 시나리오라는 것을 알고 책임감도 느꼈죠. 우리가 잘 해야, 또 여성 위주의 영화가 나오지 않겠냐고 했어요. 그래서 더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말고 디테일을 살리자고 했죠. 격려도 하면서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2세 계획은 어떤가?
아직은 즐겁게 일을 하고 있어서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미씽'같은 영화를 하면 10년은 늙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일이 재미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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