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무용하는 연기, 꼭 해보고 싶다"
[더팩트|권혁기 기자] 배우 한예리(32, 본명 김예리)에게는 묘한 매력이 있다. 전형적인 미모가 아닌 개성있게 매력있는 얼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배우로서 그의 연기에는 특별함이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무용학도였지만 재학시절 단편영화 출연이 계기가 돼 연기자가 됐다. 생후 28개월부터 무용을 시작했으니, 전통적인 무용가가 될 수도 있었지만 감독들은 한예리를 놔두지 않았다.
2012년 영화 '코리아'에서 류순복 역을 맡아 북한사람보다 더 북한사람같은 연기를 펼쳤다. '남쪽으로 튀어' '스파이' '동창생' '환상속의 그대' '군도: 민란의 시대' '해무' '극적인 하룻밤' '사냥' '최악의 하루'까지, 여고생 이혜인에서 10세 정신연령을 지닌 양순 역할 등 정말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필름시대사랑'은 장률 감독과 인연을 맺어준 작품으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춘몽'(감독 장률, 제작 률필름)까지 이어졌다. '춘몽'은 전신마비 아버지가 있는 젊은 여자 예리(한예리 분)와,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는 익준(양익준 분), 종빈(윤종빈 분), 정범(박정범 분)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 남자가 여신이라고 생각했던 예리가 운영하는 고향주막에 새로운 남자가 나타난다. 한예리,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 이준동, 이주영이 호흡을 맞췄으며 신민아, 유연석, 김의성, 김태훈, 조달환, 강산에가 특별출연했다.
지난 7일 부산 그랜드 호텔 로비 커피숍에서 만난 한예리는 개막작으로 선정된 소감을 묻자 "사실 영화를 찍으면서는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춘몽'이 장률 감독님께 뜻깊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장은 행복했고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정말 좋은 시기에 좋은 장소에서 개막작으로 선보이는 것 같아 뜻깊고 영광스럽다. 장률 감독님과 비슷한, 감독님다운 영화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출연진이 모두 감독들이다.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 감독과 연기하는데 부담되지는 않았나?
사실 감독님들을 영화에서 처음 뵌 게 아니고 잘 알던 사이이기에 전혀 부담이 없었어요. 감독님들부터 '춘몽'에서 누가되면 안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정말 준비를 많이 해오셨더라고요. 장률 감독님부터 '감독들이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배우들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장률 감독님이 워낙 어른이시고, 감독님들도 좋은 분들이라 모든 스태프들이 한 마음이 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촬영 도중에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들었다.
'예리'가 굴곡이 많은 여성이다보니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 걸 다 알면서도 괜찮은 척을 해야했기 때문에 영화 내내 그런 마음이었어요. 그러니까 더 짠했던 것 같아요. 특히 마지막에 감독님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간만이니까 예리 혼자 찍어'라고 하니까 '예리'도 직감했을 것 같아요. '준비를 해야겠구나'라는 마음에 정말 많이 울었어요. 영화에 나오지는 않지만 (이)주영(주영 역) 씨와의 장면에서도 많이 울었어요. 마무리하는 감정으로 찍어야 했기 때문에 그랬나봐요.
-영화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 있는데, 역시 무용출신이라 그런지 느낌이 정말 남달랐다.
영화에서 '예리'가 춤과 거리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자연스럽게 몸에서 나오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느낌이랄까요? 마지막은 꿈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몽환적으로 두 세 동작을 반복적으로 췄어요. '최악의 하루'에서는 무용같은 느낌이었다면 '춘몽'에서는 비전공자의 율동의 느낌이 살길 바랐죠. 개인적으로 춤이 어색하지 않고 편해서 다행이었죠. 마지막 장면에서의 율동은 '님아'라는 이름을 붙여 만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 감독과 배우 대 배우 또는 배우 대 감독, 어느 쪽이 좋을 것 같은가?
감독이든 배우든 상관없이 좋을 것 같아요.(웃음) 특히 윤종빈 감독님이 정말 연기 준비를 많이 하셨더라고요. 세 분 다 연기를 정말 잘하시죠. 고민도 많이 하시고. 훌륭한 '배우'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어요.(웃음)
-장률 감독님 디렉팅 스타일은 어땠나?
감독님은 배우가 선택하게 해주시는 편이세요.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신다기보다는 제 감정에 맞춰 연기할 수 있게 열어두시죠. 큰 그림을 얘기해주시면 그 안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었어요. '빨리 와라'가 아니라 '잘 찾아와라'라는 느낌이라 더 감사하고 즐거운 부분이 있었죠. 어떤 작품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영화 얘기와 별개지만, 드라마 '청춘시대'로 한예리라는 배우가 더욱 대중에게 다가간 것 같다.
피드백이 많다보니까, 드라마는 영화보다 더 신중하게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청춘시대'가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기도 했지만, 이런 얘기를 하는 드라마도 있어야한다고 생각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로맨스만 있거나, 남자배우가 '짠'하고 해주는 작품들과 달리 삶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청춘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드라마인 것 같아서요. 높게 평가해주시는 분들이 계서 감동적이었죠.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무용하는 영화요. 죽기 전에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요. 무용하는 영화인데 다른 사람한테 가면 아쉬울 것 같아요.
-작품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진짜 올해는 이기적으로 선택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했죠. 호기심이나 궁금증이 생기는 영화나 드라마를 한거죠. 다행이 모두 잘 나와서 만족해요.
-대중이 한예리를 어떻게 생각했으면 좋겠나?
예전에는 쎈 역할의 배우라고 많이들 생각하신 것 같아요. 이제는 여성성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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