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으로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더 생긴 것 같아요"
[더팩트ㅣ윤소희 기자] 무심한 듯 다정하게 여심을 뒤흔든 남자가 있다. 그는 좋은 놈과 나쁜 놈을 오가며 심장 떨리는 대사로 여주인공을 설레게 했고, 시청자를 열광케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바르도 청담에서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을 갓 마친 에릭을 만났다. 그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종영이 아쉽다"였다. 에릭은 "아쉬워서 계속하고 싶다. 매주 1회씩 해서 100회까지 하면 좋지 않을까"라며 "다음 작품을 쉽게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오해영'에서 영화 음향감독 박도경을 연기했다. 박도경은 예민하고 무심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런 무심함에 대조되게 그의 속 깊은 곳에는 다정함이 존재하고 있었다. 에릭은 그런 박도경을 더 무심하고, 더 다정하게 그려냈다.
에릭은 박도경 캐릭터에 대해 "너무 착한 척, 멋있는 척만 하지 않아서 좋았다. 도의적으로 나쁜 놈이지만 오해영(서현진 분)에게만 잘 보이면 되지, 주변에서 나쁘게 보든 이 여자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박도경은 사랑 앞에서 이기적인 면모가 도드라지는 '나쁜 놈'이었고, 오해영 앞에서는 세상 둘도 없는 '좋은 놈'이었다.
'또 오해영'은 평범한 30대 남녀가 이끌어가는 내용이기에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대사가 많았다. 그 속에서 에릭은 수많은 '심쿵' 대사로 여성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두 가지를 언급했다. 하나는 박도경의 '츤데레' 매력이 빛을 발한 "있던 거야"였고, 다른 하나는 오해영이 박도경에게 달려들 때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온 '그만 불행하고 같이 행복하자'라는 말이었다. 그는 "갑자기 훅 들어오는 듯한, 심장을 꽉 잡는 느낌이었다"며 "이 내레이션이 엔딩까지 드라마를 뚫고 있는 내용 같았다"고 했다.
박도경과 오해영의 사랑 이야기에는 에릭과 서현진의 호흡을 빼놓을 수 없다. 에릭은 "오해영은 굉장히 매력이 있는 캐릭터다. 까딱 잘못하면 비호감일 수도 있는 캐릭터를 서현진이 잘 살린 것 같다"고 평했다.
에릭이 말하길 서현진은 촬영장의 '사기캐'(이상적 인물, 완벽한 캐릭터)였다고. 그는 "서현진은 모두가 '좋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배우다. 연기도 잘하고 현장 분위기도 밝게 만들어주고. 보물 같은 배우라고 우리가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칭찬했다. 에릭과 서현진은 SM엔터테인먼트에서 각각 신화와 밀크로 데뷔한 바 있다. 하지만 서현진에게 신화 에릭은 까마득한 선배였고 에릭 역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오해영'에서 첫 키스는 다른 드라마에 비해 조금 늦은 10회에 터졌다. 늦게 터져서일까. '또 오해영'의 키스신과 스킨십 장면들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진하고, 강렬했다. 에릭은 첫 키스신이던 벽 키스가 조금 부담스러웠단다. 그는 "읽을 때는 좋은데 막상 하려니 걱정도 되고 불안했다. 그래서 서현진과 이야기를 많이 한 후 촬영했던 키스신"이라고 설명했다. 둘이 나눈 많은 이야기의 결과로 벽키스신은 '역대급 키스신'이라는 평을 받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박도경은 미래를 볼 수 있다. 에릭은 미래를 볼 수 있으면 무엇이 보고 싶을까. 그는 "처음 대본 리딩을 했을 때는 종방연이 보고 싶었다. 웃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근데 예상보다 더 크게 웃고 있어서 좋다"고 기분 좋게 답했다. "와이프의 얼굴이 궁금하기는 하다"고 덧붙인 건 그의 여담이다.
에릭에게 '또 오해영'은 그가 "인생작"이라고 표현할 만큼 연기 인생에 크게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그리고 '또 오해영'은 그를 변화시켰다. 과거에 작품이 끝나고 나면 다 태워버린 느낌으로 무기력해졌다던 에릭은 "이번 작품 이후로는 많은 걸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더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가 드라마를 변화시켰고, 드라마 역시 배우를 변화시켰다. 좋은 변화 속에서 시청자는 행복했다. 이제는 변화와 행복을 만든 배우 에릭의 추후 행보를 지켜봐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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