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21일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은 70~80년대 최고의 인기가수 '조경수 & 함중아' 편이었다. '아름다운 청춘, 뜨거운 열정'의 콘셉트로 진행된 이날 방송에서는 오랜만에 예능 나들이에 나선 김장훈이 시원한 목소리의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였다. 데뷔 후 무려 2000여 회의 라이브 무대를 펼치며 '공연의 신'으로 불리는 김장훈은 조경수의 '아니야'를 선곡, 특유의 시원한 목소리와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했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한 인물은 바로 조경수였다. 조경수는 '아니야' '돌려줄 수 없나요' '행복이란' '징기스칸' 등을 히트시키며 가수왕을 휩쓸던 인기가수다. 최헌 최병걸 김훈 등과 함께 '트로트 고고의 4대 천왕'으로 불린 원조 꽃미남 로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조경수는 유독 대중과 단절된 시간이 많았다. 지금은 단지 '조승우의 아버지'로 남아있을 뿐이다.
그동안 조경수는 부자간의 다정다감한 모습은 커녕 아들의 존재를 당당히 밝힌 적이 없다. 조승우 역시 데뷔 이후 어떤 인터뷰에서도 아버지를 직접 얘기한 적이 없다. 조경수가 필자에게 직접 털어놓은 한 마디는 "아들이 아버지의 심정을 몰라 줬을 때 정말 서운하고 가슴이 아팠다"였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게 내 잘못으로 인해 비롯된 일이라 서운함보다는 미안함이 늘 앞선다"고 선을 그었다. 부자간에는 어떤 말못할 사연이 숨어있을까.
◆ "아들이 아버지의 심정을 몰라 줬을 때 정말 서운하고 가슴이 아팠다"
조경수는 2004년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수술 후 12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가족이 가장 그리웠지만 직접 연락할 수 없었다. 아들과 딸이 한번도 병실을 찾아주지 않아 아버지로서 심한 자책과 자괴감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는 "어느 순간 내 삶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더 자식들이 보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미안함 외에 누구를 원망할 처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창 잘 나가던 조경수가 나락으로 곤두박질 치게 된 것은 돈 때문이다. 1979년 TBC와 KBS 양 방송사의 가요프로그램을 휩쓸며 전성기를 누리던 그는 지인으로부터 어음사기를 당하면서 경제적 위기에 몰린다. 이후 빚이 빚을 더하면서 더이상 헤어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82년 홀로 미국으로 떠난다. 딸 서연이 6살, 아들 승우가 3살 때다. 골프용품 사업도 하고 일식집 주방장으로도 일했다. 이혼은 했지만 돈을 벌어 자식들에게만큼은 떳떳해지고 싶었다.
"처음엔 빚독촉을 피하기 위해 위장 이혼 상태를 유지했어요. 그런데 장기간 떨어져 지내게 되니 근거없는 소문이 나돌더라고요. 결국 아내와도 이혼할 수밖에 없었죠. 모든 짐을 아내한테 떠맡긴 셈이고, 결과적으로 저 혼자 살자고 어린 아이들도 내팽개친 것이죠. 가장으로서 최소한의 의무조차 못했으니 이제 와서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 조경수 "언젠가는 아들과 소줏잔 기울이며 흉금 털어놓을 날 있을 것"
그가 서울로 돌아온 것은 18년이 지난 2001년이다. 귀국했지만 성공한 아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대신 그는 뮤지컬과 영화 등 아들이 출연하는 작품들을 빠짐없이 봤다. 아들이 승승장구 해가는 모습을 보며 먼 발치에서나마 자신의 화려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벅찬 감격을 맛봤다. 이후 조승우가 주연을 맡은 '지킬엔하이드'를 본 뒤 용기를 내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대기실을 찾았고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아들과 대면했다. 그게 전부다.
조경수는 몇 년 전 가수가 아닌 용감한 시민으로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2013년 서울 올림픽 도로에서 사고를 낸 뺑소니 차를 끝까지 추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라이브카페를 운영하며 30년 만에 신곡도 냈다. 지금 그는 작은 무대라도 자신을 찾는 추억의 팬들이 있고 노래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이제 그에게 마지막 남은 하나의 소원은 아들 조승우와의 화해다. 언젠가는 소주 한 잔 기울이며 흉금을 털어놓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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