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Re(플) : 신원호 PD, 디테일 변태 인정(crea****)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응팔의 수장' 신원호(41) PD가 애청자들로부터 '변태'로 몰리고 있다. 곧이곧대로 뜻풀이를 하자면 이상하지만, 그가 연출하고 있는 '응답하라 1988'의 곳곳에 숨겨놓은 '디테일'의 향연을 발견하면 절로 '배운 변태'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전작인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보다 유독 거센 캐스팅 논란에 맞닥뜨렸고, 세 번째 시리즈까지 신선한 재미를 줄 수 있을지 의심도 짙었다. 결과적으로 신 PD는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그의 캐스팅은 어김없이 '신의 한 수'였고, 가족극과 청춘 로맨스를 적절하게 버무린 레시피로 보는 맛을 더하고 있다.
먼저 그의 변태 같은 캐스팅 능력은 지난 2일 방송된 '응답하라 1988 비하인드'에서 여실히 느껴졌다. 신 PD가 주창하던 "실제 배우의 성격과 캐릭터의 간극을 최대한 좁혀서 편하게 연기하도록 해주는, 캐릭터에 꼭 맞는 캐스팅"의 의도와 실체를 생생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류준열이나 이동휘는 특별히 연기하지 않아도 제작진과 대화에서부터 이미 김정환과 류동룡 그 자체였다. 박보검은 최택의 이미지처럼 "음주, 흡연, 욕설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는 극 중 최택의 음주나 흡연신이 주는 반전감, 어색한 욕으로 감정을 해소하는 에피소드를 위한 노림수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특히 극 중 선우-보라 러브 라인을 연기하는 고경표와 류혜영의 첫 대면은 '우리 결혼했어요'와 같은 설렘을 안겼다. 서로를 친한 친구로 꼽은 두 사람이 커플 상대역으로 만났을 때 느끼는 당황과 부끄러움이 고스란히 담겼다. 신 PD가 두 사람에게 꺼낸 "실제 '케미', 친한 사람들끼리 화면에 나오면 보이는 효과를 믿는다"는 흐뭇한 말 한마디가 '디테일 변태'임을 증명했다.
'디테일 변태' 신 PD의 손길은 캐스팅뿐만 아니라 캐릭터 묘사에도 스며들어 있다. 최근 화제가 된 것은 최택과 이창호 9단의 오마주다. 최택은 천재 바둑 기사로, 무뚝뚝한 성격과 왼손잡이, 아버지가 금은방을 운영하는 배경까지 이창호 9단과 닮았다.
최택이 '응답하라 1988' 6화에서 우리증권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중국 기사 3명, 일본 기사 2명을 연이어 이기고 우승하는 이야기는 이창호 9단이 제6회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기적의 5연승을 거둔 것과 같다. 당시 대회의 기보 역시 똑같이 그려졌다. 최택이 중국 기사나 일본 기사들과 따로 떨어져 대국장에 들어가는 장면도 이창호 9단의 신문 기사 사진을 재현했다.
사실에 근거하는 부분 외에 시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복선에서도 '배운 변태' 신 PD의 능력이 유감없이 묻어난다. '응답하라 1988' 애청자들은 한 회차 방송이 끝나면 신 PD가 심어놓은 복선들을 찾아내고 해석하느라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응답하라' 전 시리즈를 관통하고 있는 '색깔론'과 '인형론'이 대표적인 예시다. '응답하라 1988'에서는 김정환 성덕선(혜리 분) 최택 등 삼각관계를 주도하는 주요 인물들이 각각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나타난다.
김정환의 방에 있는 다이아몬드 게임에는 세 가지 색깔의 말이 있고, 이는 세 인물의 관계가 변할 때마다 다른 배치를 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간혹 화면에 등장하는 못난이 인형들의 표정이나 배치도 극 중 캐릭터의 감정선을 추측할 수 있는 장치로 꼽히고 있다. 그 밖에도 거울, 영화 포스터, OST 가사 내용 등 모든 요소들이 알고 보면 절묘하게 인물들의 이야기와 이어져 있어 시청자들을 '탐정 놀이'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웃음과 감동이 있는 따뜻한 가족극, 공감을 자극하는 에피소드, 색깔 강한 캐릭터 모두 '응답하라 1988'이 재밌는 이유다. 어쩌면 여느 드라마와 차별화 없는 장점 같지만, 분명히 다른 것은 세세한 장면마다 숨어 있는 신 PD의 '변태력'이다. 케이블 채널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 경신을 눈앞에 둔 드라마가 이젠 '변태'의 정의까지 바꿔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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