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송해헌정공연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관계자 100인을 초청합니다. 관심을 가져주신 기자분들도 많이 참석바랍니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있는 한일장에 조촐한 식사자리가 마련됐다. 앞서 22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송해 헌정공연'의 송해헌정추진위원회가 초대한 뒤풀이였다. 하지만 필자를 포함해 이날 초대받은 기자들의 상당수가 불참했다.
왜 그랬을까. 사실 헌정공연이 열리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제작진 내부에선 그동안 잦은 마찰이 일었고 뒷공론도 들려왔다. 은퇴한 KBS 출신 PD가 연출을 맡고, 오경석 고보견 이연욱 등 예능계에서 잔뼈가 굵은 대작가들이 진행을 맡았지만 헌정공연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한 고참기자는 "문제가 많았던 헌정공연을 따끔하게 꼬집어주고 싶었지만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최고령 원로 MC를 흠집내는 게 부담스러워 참았다"고 그동안 닫혀있던 말문을 열었다.
그는 또 "공연이 열리기 이전부터 공연관계자들 사이에 볼썽사나운 일들이 자주 발생하곤 했는데 알고보니 그 중심에 늘 송해 선생의 독선과 아집이 있었다"면서 "이미 공연은 끝났지만 워낙 얽히고설킨 불미스런 얘기들이 많다보니 자축하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않아 아예 불참했다"고 말했다.
송해헌정공연은 그동안 여러차례 취소와 연기, 강행이 번복되면서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지난 2월 서울 마포 H호텔에서 열린 헌정공연 관련 기자회견에 정작 주인공인 송해는 불참했다. 기획자가 언론에 미리 기자회견 보도자료를 릴리스한 뒤 뒤늦게 참석을 통보했다는 지극히 사소하고 지엽적인 이유에서였다. 당시 이를 진행한 한 관계자는 "이미 오래전에 암묵적인 합의가 돼 있었던 데다 대선배를 존경하는 의미로 후배들이 만들어 모시는 자리였는데…. 그 바람에 시작부터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공연 관련 스폰서 문제로 또 한번 상처를 입었다. 공연기획자가 기업으로부터 수억 원의 협찬금을 받아 지상파에 녹화중계하는 '상업적 의도'로 진행하다 좌초됐다. 메르스 등 외적 요인이 일부 영향을 주긴 했지만 "헌정공연을 하면서 돈을 남기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끼었다"는 안팎의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치러진 장충체육관 공연 역시 돈 문제로 인한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있다. 송해헌정공연은 애초 경기 고양시에 무대가 잡혀 있었지만, 이해타산이 개입된 일부 기획자들의 갈등과 당사자인 송해의 번복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제작비가 부풀려졌다는 의혹과 함께 유료티켓 판매 논란, 출연료 미지급 및 스태프 인건비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KBS 예능국 PD출신인 안인기 전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코미디언 선배의 헌정공연에 정작 후배 개그맨들이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그는 "애초 살아있는 사람에게 헌정공연이란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되기도 하지만, 이는 워낙 코미디계의 상징적 인물이니 이를 십분 이해한다쳐도 그 당사자가 '헌정'이란 타이틀을 걸고 개런티를 받은 일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송해의 헌정공연에는 김상희, 김수희, 조항조, 최진희, 문희옥, 설운도 등 '전국노래자랑'에 자주 출연한 트로트 가수들이 주로 자리를 지켰다. 지상파 방송에 얼굴을 내밀 무대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이들에게 '전국노래자랑'은 무시할 수 없는 권력이다. 자발적인 발걸음보다는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을 거라는 얘기에 설득력이 실리는 이유다.
한 후배 개그맨은 "열정이 넘치는 송 선생님은 존경받을 만하지만 여전히 욕심이 많은 게 흠"이라면서 "정말 순수한 의미로 아름다운 공연을 만들어 가고 싶었는데 외부 스폰 문제가 개입되자 그동안 가까이 모셨던 후배들조차 의심하고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년간 이어져온 '송해의 빅쇼'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개런티 문제로 말이 많다"면서 "1차적으로는 공연기획자에게 책임이 있긴 하지만 후배개그맨들 상당수는 송해 선생님의 체면을 생각해 말도 못 꺼낸다"고 했다. 빅쇼 무대에 선 일부 출연자들은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의 출연료를 떼인 상태다.
30년째 '전국노래자랑' 마이크를 잡고 있는 최고령 MC에서, '프로듀사' '나를 돌아봐' 등의 예능인 변신, 그리고 남성잡지 '맥심'(MAXIM)모델까지 송해는 그 존재만으로 이미 상징적인 인물이다. 불과 한 달 후인 내년이면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90수 현역 방송인'의 이력을 갖는다. 온 국민이 존경하고 우러르는 송해의 열정과 욕망이 행여 과장되거나 오도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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