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위기를 기회로…'내부자들'이 관건이다
지난해 50억 협박사건 이후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인 배우 이병헌(45)이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린다.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 '내부자들'이 회생을 노리는 그의 세번째 카드다. 그간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불렸던 배우 이병헌의 올 마지막 카드가 과연 그에게 다시 환한 '잇몸 미소'를 찾아줄 수 있을까?
이병헌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주홍글씨를 남긴 50억 협박 사건이 생긴 지도 1년이 훌쩍 넘었다. 법적 공방도 마무리됐고 사건의 당사자들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지만, 워낙에 큰 존재감과 신사적인 이미지로 각인됐던 이병헌이었기에 후폭풍은 여전하다. 그래서 그런지 협박 사건 이후 이병헌이 출연한 작품 또한 예전과 달리 지지부진한 티켓파워를 보였다. 사건 이후 개봉한 그의 출연작 두 편 모두 흥행에 실패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이병헌이 조연으로 출연한 외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그나마 300만 명(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결과 기준)으로 선방하긴 했다. 그런데 100억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가 350만 명이 손익분기점인 '협녀: 칼의 기억'은 지난 8월 개봉당시 고작 누적 관객 43만 1212명을 기록하며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이번 '내부자들'에 무게가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출연작마다 남다른 존재감과 티켓파워를 과시했던 그였기에 '협녀: 칼의 기억'에 이어 '내부자들'까지 연달아 실패할 경우 그의 '몸값'에도 타격이 있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실 '협녀: 칼의 기억'에서 이병헌의 연기력만큼은 영화팬들과 평단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협녀: 칼의 기억'이 실패작이 된 요인을 두고 대부분의 관계자는 협박사건 이후 누리꾼에 의한 평점테러와 작품성 자체의 결함을 꼽는다. 흥행 참패의 요인이 그의 연기력 결함은 아니라는 점에서 '내부자들'의 이병헌은 아직 기회가 있다.
'내부자들'의 강점은 또 있다. '내부자들'의 원작이 드라마 '미생'을 집필한 윤태호 작가의 미완결 동명 웹툰이란 점과 연기파 조승우와 백윤식이 의기투합했다는 부분이다. 올해 '베테랑'과 '암살'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쇼박스가 배급을 담당한 것도 눈길을 끈다. 배급사 관계자는 "영화의 완성도가 상당하다. 지난달 추가 촬영을 진행하며 작품의 질을 한층 높였다"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색다른 이병헌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긍정적인 부분이다.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은 정치깡패 안상구로 분하는데 안상구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와 재벌 회장을 돕는 정치깡패로 이들의 비자금 파일로 거래를 준비하다 발각돼 폐인이 된다. 다시말해 이병헌이 연기하는 안상구는 '찌질한' 폐인이다. 그간 왕이나 귀족, 멋진 악당 혹은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으로 분했던 이병헌이기에 그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폐인 안상구를 연기하는 것 자체가 신선하다.
모든 준비를 마친 이병헌은 적극 홍보 또한 예정하며 정면돌파를 꾀한다. 그는 '내부자들' 개봉 프로모션 및 언론사 인터뷰도 배급사와 구체적으로 조율 중에 있다. 앞서 국외 촬영으로 홍보에 소극적이었던 '협녀: 칼의 기억'과는 다른 행보다. 부활을 꾀하는 이병헌에게 사실 앞선 두 작품은 그에게 덧씌워진 주홍글씨를 가리기엔 부족했다. 이번 작품이 기대를 모으는 건 이 때문이다. 과연 지난 1년 간 아픈 시간을 보내며 촬영에 나선 그가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연기력에 있어서 만큼은 이견이 없다. 주홍글씨처럼 남은 개인적인 논란과 평점 테러가 또다시 부분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내부자들'에서 보여줄 이병헌만의 존재감은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결국 11월 가려질 부활의 성패는 관객에 달렸다.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amysu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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