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자유분방함이다. 이미지 관리는커녕 내키는 대로 말하고 생각나는대로 움직인다. 여느 연예인과 다른 가식 없는 솔직함이 매력일 수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실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치명적인 단점이 되기도 하다.
조영남은 대학시절 학비를 벌기 위해 미군 악단에서 처음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50년의 세월을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좋든 싫든 가수로서, 대중스타로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늘
화제가 된다. 논란에 자주 휩쓸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에는 '나훈아 발언'이 주목을 끌었다. 얼마 전 조영남은 고정 출연 중인
KBS 2TV 예능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에서 "나훈아한테 고맙다. 얘가 없어져서 내가 잘팔린다. 나훈아가 있었으면 이런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왔겠느냐"고 언급했다. 이경규가 "(서로)색깔이 달라 그런 걱정 안해도 된다"고 수습했지만, 엉뚱하고 느닷없는 그의 말은 금방 논란이 됐다.
말이 나온 김에 조영남의 '발언 스타일'에 담긴 속내를 한번 더듬어볼 필요가 있다. 조영남이 언급한 '나훈아 부재와 조영남의 건재'는
확실히 뼈가 있는 발언임에 틀림없다. 얼핏 듣기에 '안타까움'이라기보다는 '너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란 의미로 들린다. 그의 평소 스타일대로
아무 생각없이 내던진 말일지라도 말이다.
나훈아는 지난 2008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신체훼손설' 관련 기자회견 이후 약 7년
간 대중 앞에서 자취를 감췄다. 올해가 마침 데뷔 50주년이자 광복70주년이라는 점에서 여러 정황상 그가 컴백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지만 그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잠적이 길어지면서 무대 위의 그를 다시 보기는 힘들거란 분석도 있다.
그런데 모습은 감췄지만 그에 대한 소식은
늘 가까이에 맴돌며 세상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피하고 싶은 이혼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 정수경씨는 지난해 10월
두번째 이혼소송을 냈다. 지난 2011년 첫 소송 이후 2013년 대법원까지 간 분쟁이 재연된 뒤끝이라 당사자한테는 더 괴로운
처지다.
"이혼을 해달라" vs "이혼할 이유가 없다"는 팽팽한 대립은 접접을 찾지 못한 채 최근까지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의 오랜
잠적이 궁금하던 차에 마침 '왜 한쪽은 반드시 이혼을 하려하고 다른 한쪽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할까' 라는 의구심이 들던 중이다. 나훈아가 전면에
나서기는 더 어렵게 됐고, 와중에 조영남이 "얘(나훈아)가 없어져서 내가 잘 팔린다"고 말한 대목은 아픈 가시가
됐다.
조영남의 말 실수와 돌출행동이 논란의 표적이 된 건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10여년 전 조영남은 언론과 인터뷰 중
친일발언으로 곤욕을 치렀고, 자신이 진행하던 MBC 표준FM의 '조영남,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에서 촉발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논란에
공개사과하기도 했다. KBS의 '빅브라더스' 방송 중 게스트로 출연한 소녀시대 태연에게 기습적으로 포옹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싸인 적도
있다.
엊그제 KBS2 TV '불후의 명곡-번안가요 특집'에서 불거진 '마마無 패드립' 역시 이런 조영남의 캐릭터가 여실히 입증된
경우다. 윤형주와 함께 세시봉의 레전드로 출연한 조영남은 아무 생각없이 던진 엉뚱한 코멘트로 온라인게시판에 오르내렸다.
"마마무가 무슨
뜻이냐? 마마無, 엄마가 없다는 뜻이냐?" 그의 번안곡 '딜라일라'를 멋들어지게 불러 방청객석과 시청자들은 물론 아마 조영남조차도 깜짝
놀랐을 마마무의 환상적인 무대에 찬물을 끼얹는 황당발언이었다.
네티즌과 마마무 팬클럽이 '패드립'(패륜적 드립)으로 규정하며 비난을
쏟아낸 건 늘 그랬듯이 그저 예고된 수순일 뿐이다. 마마무가 "우리 모두 다 엄마 있다"면서 "'마마무'는 갓난아기 옹알이처럼 원초적이고
본능적으로 다가가자는 의미"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붙였을 때 민망하고 난감한 쪽은 오히려 시청자였다.
'조영남 vs 나훈아', 둘다 비슷한
연령대에 한 시대를 풍미한 가요계의 전설이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얼마든지 언급할 수 있고 평가할 수 있다. 한데 '예능감'을 담은 가벼운
농담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 혹시 발언 스타일에 문제는 없을까.
마이크 앞에서 주고받는 말 상대가 연예계의 '새카만'
후배인 신동엽이나 이경규라도 그 말을 줏어담는 대상은 시청자다. 표정과 말투, 태도에서부터 예의가 어긋나면 '유쾌한 농담'이라도 시청자들은
불편하다. 똑같은 표현도 상황과 장소와 형편에 따라, 혹은 누가 누구에게 했느냐에 따라 뉘앙스는 확실히 다르다.
[더팩트|강일홍 기자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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