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감독이 현재를 사는 청춘에게, '나의 절친 악당들'
돈, 그리고 그걸 가진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임상수 감독은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로 또 한번 돈에 대해 이야기한다. 돈 이야기지만, 절실하게 돈이 필요한 청춘들이 가진 돈은 욕심많은 기성세대가 가진 돈보다 훨씬 유쾌하다.
임상수 감독은 재벌들의 이야기를 다룬 '하녀'(2010년)나 '돈의 맛'(2012년)이 후회되는 필모그래피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다만 어깨에 힘을 넣고 만든 작품임은 확실하다며 '나부터 잘 해야했다'고 자조섞인 웃음을 보였다.
그래서 임상수 감독은 이번 작품을 '나부터 잘 하자'는 의미로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고 만들었다. '나의 절친 악당들'은 기성세대인 임상수 감독이 현재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반성문과 같다.
25일 개봉하는 '나의 절친 악당들'(감독 임상수, 제작 폭스인터내셔널 프러덕션 코리아, 배급 UPI 코리아)은 우연히 거액의 돈 가방을 손에 넣게 된 세 명의 젊은이가 주인공. 시키는 건 모든지 해야하는 인턴 지누(류승범 분)와 레커차를 모는 여자 나미(고준희 분), 그리고 폐차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야쿠부(샘 오취리 분)가 그들이다.
이들이 한데 모으는 건 주인 잃은 돈 가방. 거액을 손에 쥔 세 사람은 뒤늦게 가방의 주인이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 만한 권력을 가진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돈 없는 세상은 지옥보다 더 지옥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은 목숨을 걸고 돈 가방을 지켜내기로 결심한다. 악당에 맞서기위해 스스로 악당이 되기로 결심한 나미와 지누는 극적인 복수를 꾀하진 않는다. 다만 용납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반항하고 분투한다.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려 노력할 뿐이다. 극 중 지누의 대사처럼 '정의를 쬐끔' 실현하는 청춘이다. 임상수 감독은 영혼없이 사는 부자보다 돈을 위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모두 하는, 죽어 마땅한 사람을 기성세대로 상정한다.
하지만 씁쓸하다. 처음엔 돈을 목적으로 했던 지누와 나미의 관계는 결국 사랑을 지향하고 존엄을 지키려 고군분투하지만, 지누가 "우리 여섯 번 했죠? 돈 없이도 가능했을 까요" 라고 나미에게 묻는 장면은 빛나는 젊음이 돈 앞에서 초라해지는 순간이다.
결국, 돈 빼고 다 있는 청춘들은 절대권력의 '푼 돈' 앞에 무릎을 꿇는다. 지누와 나미는 5만 원짜리 돈뭉치가 가득 들어있는 돈 가방 3개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직업을 건다. 열정이라 보기엔 잔인한 희생이고 판타지라 하기엔 지극히 현실적이다.
샘 오취리가 연기한 야쿠부 캐릭터 또한 그냥 넘어가기엔 무리가 있다. 그 또한 작품 속 '청춘'으로 존재하는 캐릭터 중 하나지만, 야쿠부는 '검둥이'라는 이유로 더 적게 얻고 더 다쳐야 하고 더욱 처절하게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 보면 '나의 절친 악당들'은 짜임새있는 시나리오 덕에 흐름이 끊길 우려는 없다. 주연배우 류승범과 고준희 또한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펑키한 두 사람의 '케미'는 스크린 전반에 제대로 녹아났고 나미에게 헌신하는 '착한 남자' 지누는 오랜만에 보는 매력과 성품 모두 갖춘 '착한 남자'다.
아프리카 계 조직 보스로 분한 양익준 감독의 강렬한 영어 연기는 관전포인트라고 강조할 정도로 배꼽을 쥐게 한다. 이 외에도 임상수의 '뮤즈' 윤여정부터 김C, 문지애 아나운서, 김주혁, 그리고 임상수 감독 본인까지 화려한 게스트가 '나의 절친 악당들'에 힘을 보탠다.
결국 모두를 향한 아픈 회초리질이다. '꼰대'도 나이만 '청춘'인 이들도 그저 웃기엔 아프기만 하다. '나의 절친 악당들' 러닝타임 110분, 청소년 관람불가, 6월 25일 개봉.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amysung@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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