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시선과 감정에 충실해야 할 스타가수들의 잇단 구설수
'태진아 도박논란' 이후 가요계 안팎에서는 '불편한 진실'을 언급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트로트 활성화의 주역이었던 장윤정이 '가족 다툼' 등 이런 저런 불미스런 일에 휘말리며 이미지에 상처를 입더니 소위 '트로트 4대천왕'들이 잇달아 구설수에 오르면서다.
송대관은 캐나다 교포 부부로부터 토지 분양대금 사기 혐의로 아내와 함께 피소된 이후 지금 가수로서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2년째 진행 중인 재판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가 과거처럼 다시 '쨍하고 해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태진아는 '도박논란'을 촉발시킨 LA 교포 시사주간지의 신뢰도에 금이 가면서 일단 회오리 중심에서는 비켜난 듯 보인다. 하지만 결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오버랩시켜 상당한 타격을 자초했다.
한창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와중에 '아무 잘못도 없으니 나는 내 갈길을 간다'며 보란듯이 신곡을 발표한 모양새 역시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정말 잘못이 없다면 차분하게, 그리고 좀더 낮은 자세로 대응했어야 옳았다는 얘기다.
대중 스타는 대중의 시선과 감정을 거슬러 살아갈 수 없다. 대중의 관심 속에 태어나고 존재하기 때문이다. 의혹을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는 이해하지만 그 바람에 태진아는 자신이 오만하거나 안하무인으로 비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정통 트로트 작곡가들 "곡은 작사 작곡가에 맡기고 노래만 불러라"
일부 스타가수들이 자충수를 두고 스스로 이미지를 깎아내린 것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성인가요계의 진짜 '불편한 진실'은 따로 있다.
"곡은 작곡가, 노랫말은 작사가에게 맡기고 가수는 노래만 잘 부르면 됩니다. 그래야 정말 좋은 곡이 탄생합니다. 싱어송 라이터라면 또 몰라요. 능력도 실력도 안되는 가수들이 인기만 믿고 엉뚱한 쪽에 욕심을 부립니다. 성인가요시장이 몰락으로 가는 징조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트로트 '4대천왕'으로 불리는 현철 태진아 송대관 설운도가 끌어온 성인가요계는 언제부터인가 작곡가만 있고 노랫말을 쓰는 전문 작사가의 모습이 사라졌다. 웬만큼만 인기가 있다 싶으면 여지없이 해당 가수가 작사가로 이름이 올라있다. 아내 이름 또는 자식 이름도 등장한다.
이유가 뭘까. 다름아닌 저작권료다. 작사 작곡자가 아니면 저작권료를 받을 수 없다보니 일부 인기 가수들이 작사에 눈독을 들인다. 아무리 좋은 곡이라도 유명 가수가 불러줘야 히트도 하고 저작권료 수익도 발생한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가수나 밴드 등 세션맨들은 저작권료가 아니라 노래 히트에 기여한 공헌도에 따라 '저작인접권'을 인정받긴 하지만 작사 작곡자가 받는 저작권료와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일부 가수 중에는 "내 명성으로 방송 열심히 출연하고 노래를 히트시키는데 내게도 남는게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노골적으로 작사 부분을 빼앗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노래는 좋은 곡이나 노랫말 보다는 히트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잣대로 변질됐다.
◆노래 보다 저작권료에 눈독 들이는 '가수들의 오도된 행태' 씁쓸
정통 트로트 곡을 써온 중견 작곡가들은 "차제에 성인가요계가 뼈를 깎는 아픔을 겪더라도 거듭나야 한다. 진짜 실력있는 신진가수들이 진출하는 길목은 막혀 있다. 일부 인기 가수들 중심으로 흘러가는 독점 구도가 깨지지 않고는 활력을 되찾을 길이 없다"고 일갈한다.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눈이 먼 격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일부 가수들의 허장성세가 도를 넘었다. 유명 작곡가들 조차도 곡을 함부로 줬다가 퇴짜 맞기 일쑤이고 보면 '노래보다 저작권료부터 눈독 들이는' 이들의 오도된 행태가 씁쓸하기만하다.
참고로 대중가요를 주축으로 한 음악저작권 사용료 수입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1200억 원에 이른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간 200억 원 규모에 불과하던 것이 10여년이 흐른 지금은 6배 이상 커졌다. 인터넷 모바일 음원시장이 커지면서 저작권 사용료 규모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저작권료 분배는 음악저작권협회(KOMCA)가 저작권자들의 위탁을 받아 규정에 따라 징수한 뒤 일정 수수료를 떼고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이 단체에 저작권료를 위탁한 작곡가·작사가·가수 등은 최근 2만 명을 넘었다.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권 보호는 저작자 사후 70년까지다.
[더팩트｜강일홍 기자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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