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옥담을 보고 싶다면 '임성한 월드'로 오세요?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가 '압구정 선지'로 제목을 바꾸라는 항의를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주연 같은 조연, 배우 백옥담(29)이 있다.
백옥담은 '압구정 백야'에서 여자 주인공 백야(박하나 분)의 친구 육선지 역을 맡았다. 문제는 육선지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내용 전개와 상관없이 부자연스럽게 늘어난 비중은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됐다. 특히 백옥담이 임성한 작가의 조카라는 배경 때문에 의도적인 '밀어주기' 모양새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성한 작가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대사톤을 배제한다면, 백옥담은 무난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발연기'도 아닌데 그의 등장이 불편한 것은 극과 어우러지지 않고 동떨어진 '온실 속 화초' 캐릭터 설정이다.
임성한 작가는 극 중 인물들을 무자비하게 게다가 허무하게 죽이는 설정으로 '데스노트 주인'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주인공들에게도 인색한 임성한 작가가 육선지에게만은 애정 어린 대사를 집중적으로 쏟아내는 것은 어색하게 두드러져 보인다.
'압구정 백야'의 중심 내용은 백야가 자신과 오빠를 버린 친모에게 복수하는 과정이다. 이제 사건의 발단을 지나 한창 백야의 복수가 진행되면서 극의 분위기는 긴장감과 우울감으로 차올랐다. 중반부를 훨씬 넘어서는 동안 주인공뿐 아니라 다른 인물들도 희로애락 곡선을 겪었다. 그러나 유독 육선지만은 행복의 연속이었다. 부잣집 아들과 만나 결혼한 것이 육선지를 둘러싼 사건의 전부였다.
극 중 육선지와 장무엄(송원근 분)의 결혼 날짜를 정해주는 점쟁이는 육선지의 얼굴을 보고 "자체가 복이다"라고 칭찬을 늘어놨다. 장무엄도 육선지를 볼 때마다 외모를 칭찬하고, 시댁 식구들 또한 "화려한 미인보다 육선지 얼굴이 질리지 않아"라고 호평했다.
뿐만 아니라 육선지가 아닌 배우 백옥담을 돋보이게 하는 장면들도 여러 차례 연출됐다. 육선지가 수영복을 입고 몸매를 자랑하며 생뚱맞은 노출을 하거나 첫날밤 갑작스럽게 댄스 실력을 뽐내는 등의 내용은 극의 흐름을 끊었다.
어쩌면 이러한 지적 자체가 '백옥담은 임성한 조카'라는 전제가 주는 편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백옥담 밀어주기가 '압구정 백야'에서만 볼 수 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백옥담은 임성한 작가의 전작인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등에서도 소용돌이에 한번 휘말린 적 없이 한결같이 풍족한 집안의 아들과 행복한 결혼에 골인한 '해피 엔딩' 공주였다.
게다가 '임성한 월드'에 갇힌 백옥담의 행보가 더욱 짙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그의 소속사 '임성한 월드'의 소통 없는 마케팅 때문에 백옥담은 캐릭터도 연기 색깔도 이미지도 굳어졌다. 임성한 작가의 작품을 발판으로 삼아 남들보다 쉽게 인지도를 쌓으며 출발했지만 결국 그의 이름보다 '임성한 조카'라는 얼룩만 남겼다.
[더팩트 | 김경민 기자 shi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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