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오세훈 기자] "신해철은 음악인으로서 큰 산과 같은 존재다." (서태지의 추도문 중에서)
'마왕'의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들에게 신해철(46)이라는 존재는 확실히 그러하다. 그가 1988년부터 보여준 음악과 정신, 철학, 행동은 '보통' 이상이었다.
지난 22일 그의 건강 악화 소식이 처음 들려온 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장 협착과 조금 부었다는 이야기에 '마왕'에게 그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거로 생각해서다. 하지만 이내 취재를 하며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수술 후 24시간이 지나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한 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면서도 현실을 부정했다. '아닐 거야. 에이,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야. 이런 것들은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야'라며 마음속으로 그리고 며칠간 계속해서 써낸 기사로 그를 응원했다. 그러면서도 엄습하는 불안감을 애써 밀어냈다. 결국 그 불안감은 현실이 됐고 밤사이 그 현실을 다시 부정했다.
누군가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업적과 이름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는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결국엔 무뎌지고 각자의 삶에 그 사람을 잊고 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만은 그가 떠났어도 우리는 쉽게 그를, 그가 남긴 음악을 잊을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다.
1970년대에 태어난 이들에게는 멘토이자 동반자였고 1980년대에 태어나 그의 음악을 들은 이들에게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말 그대로 '마왕' 그 자체였다. 1990년대에 록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그의 죽음을 쉽게 믿을 수 없을 것 같다.
신해철은 다른 가수들처럼 열심히 노래했지만 그러면서도 그들과 다른 무엇이 있었다. 그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변화와 실험을 즐겼다. 모두가 발라드와 포크 트로트를 부를 때 록에 도전했고, 자신의 음악을 답습하지도 않았다.
데뷔곡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솔로 데뷔곡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재즈카페' '안녕' '도시인' 등 그의 초반 히트 넘버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그가 어떤 20대를 보냈는지 궁금할 정도다. 장르의 시도는 물론 곡에 처음을 영어랩으로 넣었고 록에 네오소울 펑크 재즈 테크노 미디 등을 영리하게 버무렸다.
그의 음악을 꽃피운 밴드 넥스트에서의 음악은 신해철이라는 가수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 그의 음악의 흥행은 곧 한국 록의 발전을 의미했다. 이때 신해철의 음악 장르와 시도, 변화가 절정을 맛봤다.
가사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그가 쓴 가사는 어느 철학책이나 소설에 못지 않았다. 신해철은 평소 생활에서도 가장 예민한 사회 문제에 앞장섰고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냈다. 정치적인 발언이나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정치인과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설전을 벌인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의 음악은 그 음악을 듣는 대중들에게 카라르시스 이외에도 큰 위안이 됐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여러 곡이 회자 되는 것은 같은 이유일 것이다.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 한 번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없이'('민물장어의 꿈')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슬픔도/ 긴 시간을 스쳐 가는 순간인 것을/ 영원히 함께할 내일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기다림도 기쁨이 되어'('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마왕', 신해철은 갔지만 우리는 그를 쉽게 보낼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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