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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인터뷰] '슬로우~' 차태현 "믿고 보는 배우? 감사하지만 부담"

  • 연예 | 2014-10-21 07:00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여장부 역을 맡은 차태현./김슬기 기자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서 여장부 역을 맡은 차태현./김슬기 기자

[더팩트ㅣ김가연 기자] 배우 차태현(38)은 누구보다 자신의 연기 색깔이 강한 배우다. 짙고 강렬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것은 아니지만, 잔잔하고 사람 사는 소소한 이야기를 가장 잘 풀어내는 특기가 있다. 드라마와 영화 등 차태현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의 색깔이 오롯이 드러난다.

지난 2일 개봉한 '슬로우 비디오'도 차태현의 성향을 듬뿍 반영한 작품이다. 차태현이 영화에서 맡은 역할은 남들이 못 보는 찰나의 순간도 볼 수 있는 남자 여장부다. 독특한 시력으로 놀림 받던 어린 시절을 뒤로하고 뛰어난 순간포착 능력을 인정받아 CCTV 관제센터 에이스로 떠오르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봉수미(남상미 분)와 비슷한 여성을 만난다. 시력을 잃어가는 여장부는 봉수미와 인연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슬로우 비디오'에서 호흡을 맞춘 남상미 차태현과 김영탁 감독(왼쪽부터)./이효균 기자
'슬로우 비디오'에서 호흡을 맞춘 남상미 차태현과 김영탁 감독(왼쪽부터)./이효균 기자

김영탁 감독과 '헬로우 고스트'(2010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만난 차태현은 김 감독의 시나리오만 믿고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요즘 영화와 사뭇 다른 느낌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김영탁 감독. 차태현은 김 감독의 어떤 면에 녹아들었을까.

"탁 감독(차태현이 김영탁 감독을 부른 애칭)의 시나리오는 상당히 불친절해요. 사실 처음 이 시나리오도 주변에서 보고는 출연하지 말라고 했어요(웃음) 부인도 말렸고요. 나중에 작품을 보고는 '왜 했는지 알겠다'고 말하더라고요. 시나리오에 모든 것이 있는 감독은 아니지만 그러면서도 시나리오가 굉장히 매력적인 감독이에요. '슬로우 비디오'도 독특한 여장부의 캐릭터를, 느리고 아름답게 그린 시나리오가 확 끌렸어요. 완성된 영화는 시나리오에 그려진 장면보다 많이 잘렸는데(웃음) 굉장히 만족해요. 영화가 친절해졌더라고요."

동체 시력을 가진 여장부 캐릭터 때문에 선글라스를 쓰고 나오는 차태현. 선글라스 100개는 써봤을 것이라고 말한다./영화 스틸
동체 시력을 가진 여장부 캐릭터 때문에 선글라스를 쓰고 나오는 차태현. 선글라스 100개는 써봤을 것이라고 말한다./영화 스틸

차태현이 연기한 여장부는 동체 시력(움직이는 물체를 정확하고 빠르게 인지하는 능력)을 가진 남자다. 연기 내내 선글라스를 쓰고 출연하니 불편하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선글라스를 끼면 눈동자가 보이지 않아 관객들과 교감하기 어려울 터였다.

"선글라스를 쓰고 나오는데 오히려 관객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다행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게 어색하게 나오지 않은 것 같아요. 나중에 선글라스를 벗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관객을 동요할 수 있게 '빵' 효과를 줘야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글라스를 끼기 전 후를 다르게 연기하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 어떻게 비칠지는…. (말투도 독특한데?) 평소 제가 쓰지 않는 말투가 굉장히 부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제가 쓰는 말투가 아니라서 말투도 연습했어요.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 중에서 가장 어려운 캐릭터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김영탁 감독은 배우에게 세세한 것을 요구하는 감독이다. 차태현에게 물으니 한숨이 섞인 묘한 웃음을 내놓는다.

"탁 감독 정말 디테일한 감독이에요. 저는 두 번째 만나서 그런지 몰라도 그렇게 당황하진 않았는데 다른 배우는 정말 당황했다고 하더라고요. 원하는 것이 나올 때까지, 끝까지 찍어요. 완벽주의자에요. 제가 영화 속에서 쓰고 나오는 선글라스도 한 100개는 써 본 것 같아요.(웃음) 비슷비슷한데 느낌이 조금씩 다르니까요. 제가 보기엔 비슷한 거 같은데, 결국 100개 써보고 마지막에 고른 것 같아요."

차태현(오른쪽)은 '슬로우 비디오'에서 남상미와 멜로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한다./남윤호 기자
차태현(오른쪽)은 '슬로우 비디오'에서 남상미와 멜로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한다./남윤호 기자

이번 영화에서 남상미와 호흡을 맞춘 차태현은 오랜만에 여배우와 호흡을 맞춰 즐거웠다며 당시를 떠올린다. 송혜교('파랑주의보') 하지원('바보') 손예진('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등 내로라하는 미녀 배우와 함께한 그인데 말이다.

"최근엔 멜로 작품을 찍어본 적이 굉장히 오래돼서….(웃음) 남상미 씨와 함께 찍게 돼서 정말 기뻤어요. 제가 아이 아빠가 되다 보니 아무래도 전보다는 멜로물 시나리오가 훨씬 적게 들어오더라고요. '슬로우 비디오'에서는 살짝 멜로 라인이 있어서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여장부와 봉수미의 멜로 라인이 예쁘게 그려져서 더 좋았어요."

차태현은 잔잔하고 소소한 이야기가 잘 어울리는 배우지만, 그 강점이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같은 장르에 갇힌 배우로 남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그는 오히려 예전에는 그 점에 대해 염려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서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보다 어릴 때는 계속 같은 장르의 작품만 해서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30대가 지나고 점점 작품을 해 나가니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되는 것 같더라고요. 만약 제가 스릴러 장르에 나오는데 누가 봐도 제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면 영화에 몰입할 수가 없잖아요? 저와는 어울리는 않는 작품인거죠. 마음에 꼭 드는 장르의 영화가 오면 하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믿고 보는 배우'라는 애칭이 감사하지만,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차태현./김슬기 기자
'믿고 보는 배우'라는 애칭이 감사하지만,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차태현./김슬기 기자

'대박'까진 아니지만 하는 작품마다 '중박'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는 차태현은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믿고 보는' 배우라고 관객들이 칭한다고 하자 차태현은 못내 부끄러워한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호칭이 정말 좋긴 한데 송강호 최민식 선배 같은 분에게 붙이는 호칭이잖아요. 저도 그런 수식어를 좋아하는데 부담스럽기도 하죠. 제가 가진 독특한 무언가를 찾아봐 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차기작인 '엽기적인 그녀-두 번째 이야기'는?) 중국과 한국에서 촬영할 것 같은데 한국 분량이 많은 것 같아요. 첫 번째 이야기가 (전)지현이의 이야기였다면 두 번째는 아무대로 빅토리아 위주가 되겠죠? 견우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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