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오세훈 기자] '아이고~ 의미 없다.'
역시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고, 빈 수레가 요란하다. MBC가 추석을 맞이해 앞서 정규 편성으로 짭짤한 시청률을 올렸던 '나는 가수다'를 카드로 꺼내 들었다. 하지만 결과가 아쉽고 성과가 미비해 연휴의 흥이 깨졌다.
MBC 추석특집 '2014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9일 오후 6시 10분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된 '나가수'는 MBC 상암시대를 맞이해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MBC 신사옥 광장에서 열렸다.
경연에는 바이브 윤민수, 씨스타 효린, 플라이투더스카이, 박기영, 더원, 김종서, 시나위 등 일곱 팀의 가수가 참여했다.
경연은 1라운드와 2라운드로 나뉘어 진행됐다. 가수들은 1라운드에서 자신의 노래를, 2라운드에서 다른 가수의 곡을 정해 두 번 무대에 올랐다.
메인 MC는 김성주와 윤민수가 맡았고, 남희석 조세호 김신영이 스튜디오 진행을 책임졌다.
◆ 1라운드는 몸풀기 '힘빼고 부르자'
방송이 시작되고 곧바로 1라운드가 진행됐다. 첫 무대는 이번 '나가수'에 참여한 유일무이 아이돌 효린이 열었다. 씨스타 효린 '마보이'를 편곡해 기존 곡과 다른 느낌을 줬다.
다음은 더원 '섬데이'를 열창했다. 이어 플라이투더스카이 '미싱유', 박기영 '나비', 김종서-'플라스틱 신드롬', 시나위-리아 '슬픔의 이유', 윤민수-벤 '술이야' 순서로 진행됐다.
가수들은 순위와는 무관한 1라운드에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여유 있게 무대를 즐겼다. 대결을 앞두고 몸을 푸는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무대에 앞서 긴장이 역력한 표정을 지었다. 순위에 대한 압박감을 숨기지 못하는 듯했다.
1라운드 1위는 벤과 합을 맞춘 윤민수가 차지했다. 윤민수는 "아들 후의 영향"이라며 겸손한 소감을 밝혔고, 그에 이어 더원-박기영-김종서-플투스-효린-시나위가 2위부터 7위를 나눠 가졌다.
◆ 경연? 긴장감+가수들의 자존심 대결
본격적인 경연인 2라운드는 1라운드 순위대로 자신이 원하는 무대 순서를 정했고, 빠르게 진행됐다.
2라운드 시작은 큰 형님 시나위가 열었다. 시나위는 리아와 들국화의 '세계로 가는 기차'를 열창했다. 두 사람은 록 스피릿이 가득한 무대를 꾸민 뒤 "에너지를 쏟아 부어 무대를 꾸몄는데 오히려 관객의 힘을 얻어 간다"고 벅찬 마음을 표현했다.
다음은 박선주 '귀로'를 선곡한 효린이 이었다. 효린은 씨스타 활동과는 달리 차분하면서도 여운이 느껴지는 무대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무대 말미 눈물 흘려 주위를 놀라게 했고, 전반적으로 걸그룹 정상급 가창력을 가졌다는 평에 걸맞은 실력을 뽐냈다.
이날 MC이기도 한 윤민수는 빛과 소금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선곡해 가장 기쁜 날 혼자 있는 이들의 마음을 보듬었다. 그는 곡의 진행과 함께 치닫는 감정과 퍼붓는 고음으로 무대를 채웠다.
플라이투더스카이는 故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을 불러 알앤비 특유의 짙은 감성을 발산했다. 충분히 가창력을 보여줬지만, 몸살을 앓아 걱정이라는 말처럼 상상 그 이상의 무대를 꾸미진 못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백지영의 '잊지말아요'를 선곡하고 연습하다 후회했다는 더원은 "연습하다 3일 밤을 새웠다"며 엄살을 떨었지만 실제 무대에서는 특유의 고음을 자랑했다. 다만, 앞서 무대에서 보여준 것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종서는 故 김광석의 '일어나'를 록으로 재해석해 무대 곳곳을 누볐고, 현장을 찾은 관객을 유일하게 기립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무대는 박기영이 꾸몄다. 그는 나카시마 미카의 '눈의꽃'을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OST로 부른 박효신과는 다르게 재해석했다. 눈의 여왕이 연상되는 흰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선 박기영은 청아한 목소리에 깊은 여운이 남는 애드리브로 출연진들과 관객들을 일시 정지 시켰다.
무대를 마친 가수들은 스튜디오로 자리해 세 명의 MC와 무대와 관련해 대화를 나눴지만, 편집상 짧게 마무리됐다.
◆ 가왕, 추석 특집도 접수
1라운드와 2라운드가 끝나고 스튜디오에 5명의 MC와 7팀의 가수가 모였다. 순위 결과 발표는 김성주와 남희석이 맡았다. 김성주는 '슈퍼스타K'에서 보여준 '조이기' 진행을, 남희석은 결과 발표를 담당했다. 조세호와 김신영은 가수들 곁에 나란히 앉았다.
'나가수'는 최종 순위를 발표하기 전 연령별 1위를 발표했다. 10대 1위는 1라운드와 마찬가지로 윤민수가 차지했다. 20대에게는 플라이투더스카이와 김종서가 가장 와 닿았다. 30대는 "의외로 30대 이상에게 인기가 있다"는 효린이 차지했고, 40대는 '가왕' 더원이 어필했다. 50대는 30대에 이어 효린이 한 번 더 1위에 올랐다. 유일한 아이돌이라며 출연 자체를 걱정한 효린은 걱정과 달리 30대와 50대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최종 1인을 두고 경합하는 1위 후보에 올랐다.
최종 1위 후보에는 30대 이상의 청중 평가단의 지지를 얻은 더원과 효린이 올랐다.
두 사람은 30대~50대 평가단의 표를 나눠 가졌기에 10~20대 평가단 표의 행방이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결국 추석특집 '나는가수다 2014' 1위는 '가왕' 출신의 더원이 차지했다. 1위에 오른 더원은 기쁨을 표현하며 "또다시 행운이 내게 왔다. 이 마음을 끝까지 가져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이돌로서 선배 가수들과 진검승부를 벌인 효린은 아쉽게 2위로 만족해야 했다.
◆ 추석특집, 아쉽고 아쉽고 아쉽다
'나가수'는 추석 다음 날인 9일 황금 시간대인 오후 6시 10분부터 7시 50분까지 약 100분간 전파를 탔다. 실제 공연은 방송분보다 오래 진행됐고 이를 편집해 방송했다. 또 공연 당일 상암동에는 비가 내렸다.
그래서일까. '나가수' 방송은 집중도가 떨어졌다. 무대는 무대대로, 스튜디오는 스튜디오대로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후발대로 시작한 KBS '불후의 명곡'에 명성과 인기를 빼앗긴 이유를 아는 제작진의 연출이라고 보기에는 이해되지 않는 수준의 몰입도였다.
음악이 주는 감동과 예능에 뒤따르는 재미 등 뭐 하나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그나마 가수들의 가창력까지 없었다면 그 결과는 암담했을 듯하다. 시간에 쫓긴 듯한 편집도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가수들의 무대에도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 앞서 그들이 다른 무대에서 보여 준 무대나 음악과 큰 차별성을 두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앞서 이소라나 임재범 김범수 박정현 등의 무대가 특별했던 이유는 바로 '음악' 그 자차에 있었지만, 이번 경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과함은 덜 한 것만 못하다는 말이 공연 전체를 관통하는 느낌이다. 1라운드와 2라운드로 나누어 진행 것과 5명의 진행자를 쓰면서 시너지를 내지 못한 진행 등 아쉬운 것이 많다. 방송 전 떠들썩하게 홍보해 시청자들의 기대 심리를 높여 놔 상대적인 불만족까지 키운 게 아닐까 생각된다.
식재료는 잘 구했으나 만족스러운 밥상을 차리지 못했다. 출연진 누구도 제작진이 차려 놓은 밥상에 수저만 얹는 호사는 누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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