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성지연 기자] "저는 크레용팝만 보고 갈건데요."
크레용팝과 레이디 가가가 한국에서 재회했다. 크레용팝이 레이디 가가의 콘서트 오프닝에 선 뒤 꼬박 1년 만이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레이디 가가가 헤드라이너로 나서는 콘서트로 남다른 인연을 이어갔다.
하지만 레이디 가가와 크레용팝의 '글로벌 프랜드십'은 아티스트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였을까. 합동 무대를 100% 즐기지 못하는 몇몇 팬들의 아쉬운 무대 매너가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최고의 뮤직 페스티벌로 손꼽히는 영국의 글래스톤베리, 우드스탁, 일본의 서머소닉을 찾는 관객들과는 상반된 분위기였다. 보통 국외 유명 뮤직 페스티벌에도 헤드라이너에게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기 마련. 하지만 관객들은 축제를 함께 즐기며 아티스트가 들려주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경험하는 즐거움을 향유한다.
국내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또한 국외 유명 콘서트 못지 않게 화려한 라인업과 시설을 자랑하며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특정 가수의 팬을 자처하며 축제 자체의 의미를 오롯이 즐기지 못하는 몇몇의 관객 탓에 아쉬운 무대 매너가 매년 되풀이된다는 지적 또한 적지 않다.
16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AIA 리얼라이프:나우 페스티벌 2014'(AIA REAL LIFE:NOW FESTIVAL 2014)이 개최됐다. 오후 1시 30분께 시작된 콘서트는 30도가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 진행됐지만, 수많은 팬이 몰려들어 시작 전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콘서트에 오르는 뮤지션은 국내 뮤지션 갤럭시 익스프레스, 크레용팝, Man With A Mission, 글렌체크와 국외 뮤지션 Ivan Gough, 그리고 헤드라이너 레이디 가가였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2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퍼포먼스의 여왕' 레이디 가가의 무대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오후 9시에 시작하는 그의 무대에 앞서 다른 아티스트의 무대 또한 함께 즐기며 축제 분위기를 조성했다.
여름의 막바지 축제를 즐기러 온 음악팬들은 각자 시원한 의상으로 멋을 냈지만, 그중 단연 돋보이는 레이디 가가의 팬클럽 '리틀 몬스터'였다. '리틀 몬스터'는 레이디 가가 못지 않게 화려한 의상을 입고 그의 무대를 기다리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의상도 의상이었지만, 열정적인 관객 매너가 그들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오프닝 무대를 보고 열정적으로 박수를 치던 이 씨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레이디 가가를 보러 왔지만, 오프닝 무대도 굉장히 즐거웠다. 다른 뮤지션이 노래를 부르거나 무대를 꾸밀 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건 무례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오프닝 무대가 있어야 클로징 무대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무대도 굉장히 멋졌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화려한 날개를 달고 크레용팝의 '빠빠빠'에 맞춰 '직렬5기통' 춤을 추고 있는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영국 출신인 두 남녀도 '리틀 몬스터'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들은 "크레용팝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두 남녀는 "크레용팝이 레이디 가가의 오프닝 공연에 섰던 뮤지션인 걸 기억한다. 굉장히 작고 귀엽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솔직히 말하면 크레용팝의 노래는 우리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율동을 함께 따라 하고 호응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크레용팝의 공연이 끝나자 잠시 휴식한 뒤 글렌 체크의 무대를 관람하며 열정적인 춤으로 호응을 이어갔다.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잔디밭을 누비는 크레용팝 팬클럽 '팝저씨'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날 크레용팝에겐 30분이란 짧은 시간이 주어졌지만, 이들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팝저씨'를 찾기는 쉬웠다. 화려한 색깔의 운동복을 입고 '점핑 점핑'을 외치며 크레용팝을 응원하는 '팝저씨'를 보며 신기한 듯 사진을 찍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크레용팝 무대에만 집중할 뿐 다른 뮤지션의 무대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크레용팝 무대에 앞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Man With A Mission이 공연을 했지만, 이들 중 몇몇은 무기력한 얼굴로 잔디밭에 앉아 크레용팝의 순서를 기다릴 뿐이었다. 크레용팝의 무대가 끝나자 '팝저씨'는 모두 콘서트장을 빠져나가 한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포에서 온 '팝저씨' 최 씨는 "비싼 돈을 주고 크레용팝을 보러 왔다. 그런데 관심도 없는 다른 뮤지션을 억지로 응원할 필요성은 없지 않느냐"며 "레이디 가가도 관심이 없다. 크레용팝 무대가 끝나면 집에 갈 생각이다. 그건 돈을 내고 표를 산 사람들의 자유인데 이상할 거 없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직장인 유 씨 또한 "음악방송에 가도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는데 여기도 다른 부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크레용팝을 응원하러 온거지 다른 뜻은 없다. 레이디 가가를 보는 사람, 크레용팝만 따로 보는 사람 이렇게 해서 표 가격을 따로 받으면 좋을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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