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경민 기자]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겐 방긋 웃으며 "서방!"이라고 달라붙는 찰거머리지만, 언니를 위해 사랑을 접는 '어른 사랑'을 할 줄 아는 '고딩'. 지난 11일 인기리에 종영한 케이블 채널 tvN 월화드라마 '고교처세왕'(연출 유제원 극본 양희승 조성희)의 정유아 이야기다.
정유아로 분했던 이열음(18·본명 이현정)을 '고교처세왕' 마지막 방영일인 지난 1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더팩트> 사옥에서 만났다. 아직 드라마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그는 쉴 새 없이 촬영장 이야기를 쏟아냈다. 특히 '고교처세왕' 주연 배우 중 유일하게 진짜 고등학생인 그가 바라보는 정유아, 그리고 드라마 캐릭터들에 관한 솔직한 생각들을 털어놓기 바빴다.
◆ "'고교처세왕' 종영, 놓친 것이 있을까 봐 아쉬워"
종영일에 진행된 인터뷰인 만큼 대화 첫 마디에서 종영 소감이 빠지지 않았다. 아직은 본인도 '신인'이라고 표현하는 배우지만, 큰 사랑을 받았던 '고교처세왕'을 만난 것은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벅차거나 후련한 감정보다도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만 가득했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바쁘고 정신없던 나날이었다.
"재미있고 행복하게 촬영을 마쳤지만 섭섭한 마음이 커요.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죠. 많은 작품을 해보지 않아서 모든 것이 다 새로웠거든요. 그것들을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너무 빨리 끝나버린 것 같아서 제가 혹시라도 무언가 놓쳤을까 봐 아쉬워요."
극 중 그가 맡은 정유아는 이민석(서인국 분)을 짝사랑하는 귀여운 스토커다. 하지만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고 언니 정수영(이하나 분)보다 더 성숙하다는 반전 매력도 갖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통 큰 양보심을 발휘해 이민석을 정수영에게 보냈지만 전개 과정에서는 두 사람의 사랑에 걸림돌로 그려져 시청자의 미움(?)을 받기도 했다.
이열음은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21일에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는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려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당시 그는 "극 중 외로운 짝사랑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외롭지 않나"라는 질문을 받고 "재밌게 촬영해서 안 그럴 줄 알았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눈물을 보였다.
"아~. 그때는 유아의 심리적인 갈등이 방송에 나가지 않을 때였어요. 아무도 유아를 동정하거나 이해해주지 않는 시기였어요. 시청자분들이 나를(유아가 아닌 1인칭으로 표현) 좀 사랑해주길 원했죠. 근데 기자분의 질문을 받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울컥했어요. 감정을 많이 잡고 있었나 봐요."
◆ "실제 성격과 상반된 정유아, 어색할까 봐 부담돼"
이열음은 극 초반만 해도 정유아를 100% 이해하지 못했다. 실제 성격과는 상반되는 캐릭터였고 연기적으로도 처음 맡는 밝은 캐릭터였다. 그러나 극 중반에 접어들면서 온전히 정유아를 파악했고, 이제는 정유아 '변호인'으로 나서 열띤 변론에 나섰다.
"제 성격과 너무 다른 정유아라는 캐릭터에 부담감이 있었죠. 어색하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극이 진행되면서 일부 시청자분들은 유아에게 '언니한테 너무 심한 것 아니냐' '민석이가 싫다는데 왜 이렇게 매달리느냐'고 하기도 했죠. 그런데 유아로서는 밝은 면모만 보여줘서 그렇지 분명히 속앓이를 했을 거에요. 민석이의 말투 눈빛 표정만으로도 좋아하는 마음을 안 받아줄 것이라는 점을 느꼈을 테니까요. 그래도 마음은 쉽게 접히지 않으니까 오히려 더 당당하게 굴고 자기최면을 건 게 아닐까요."
낭랑18세. 이열음도 그가 이해하지 못했다던 정유아와 같은 또래다. 드라마에서는 어린 나이에 사랑에 크게 데였지만 실제 이열음의 풋사랑은 어땠을까. 정유아에 한참 빠져 있는 그를 건져 올려 이열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아처럼 열렬한 짝사랑은 해본 적이 없어요. 여고이기 때문에 남자 또래를 만나기도 어렵고요. 전 겉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누구한테 그래 본 적도 없고요. 그래서 유아가 민석이를 끌어안고 좋아하는 장면을 찍을 때 오글거려서 힘들었어요. 또 전 저를 안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에요. 가끔 유아가 민석이에게 매달리는 장면을 찍은 후에는 제가 너무 속상하고 자존심이 상했어요. '컷' 소리가 나면 혼자 갑자기 센치해져서 '멍' 때리고 있었어요."
◆ "정유아 아닌 나의 선택도 유진우보다는 이민석!"
그렇다면 극 중에서 실컷 짝사랑했던 이민석, 아니면 '상남자' 어른 유진우(이수혁 분) 중 이열음의 선택은 누구일까. 막상 유아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은 이민석을 원망하다가도 결국 진짜 선택도 이민석을 향했다.
"민석이 더 매력 있죠. 진우는 상처나 아픔이 많아서 여자가 보듬어줘야 하잖아요. 저는 워낙 독립적인 성격이라서 남자한테 사랑을 받을 때는 오히려 저를 보듬어주고 이해해주는 게 필요해요. 그리고 제가 무거운 생각들을 많이 하는 편이라서 모든 걸 내려놓고 휴식을 찾을 수 있는 분위기와 성격을 가진 남자가 좋아요."
그는 이민석을 떠나 연기 호흡을 맞췄던 서인국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서인국 오빠는 실제 성격도 민석이에요. 마냥 웃겨요. 여자들은 자기 웃겨주는 남자 좋아하잖아요. 서인국 오빠나 민석이나 가볍게 장난을 잘 치지만 살짝 삐친 척만 해도 엄청 놀라고 걱정해요. 하키장에서 촬영할 때 한 배우가 조금 삐친 척을 했더니 촬영 쉬는 시간에 바로 올라와서 살피더라고요. 주변 사람을 많이 신경 써줘요. 생각 없이 밝고 웃기기만 하면 매력 없는데 이런 점까지 갖췄어요."
◆ 대입 위해 학업 집중 "배우는 평생 나의 길"
그래도 이열음이 정유아와 닮은 점이 있다면 바로 우수한 성적의 모범생이라는 점이다. 전교 1등 정유아처럼 이열음 역시 공부 욕심도 많고 반에서 5등 안에 꼬박꼬박 드는 수재다.
"원래는 학생 때 데뷔를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배우를 하게 된 후 불안감이 있어요. '친구들은 지금 공부하고 있을 텐데'라는 생각 때문에요.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중요 우선순위를 두고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이런 부분에서 승부욕이 강하다 보니까 오히려 엄마는 성적에 민감하지 않아요."
이열음은 고등학교 3학년으로, 이제 잠시 작품 활동보다는 대입 준비에 매진할 계획이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는 법이 없는 욕심 많은 배우. 인생의 첫 갈림길, 대입이라는 관문 앞에서도 오히려 여유롭다. 도전을 즐길 수 있는 데에는 목표가 확실하다는 것이 뒷받침됐다.
"배우라는 직업은 참 잘 고른 것 같아요. 연기는 평생 하고 싶어요."
◆ [TF영상] '고교처세왕' 이열음, '고3, 잠시만 학업에 집중할래요' (http://youtu.be/cDePNDNoapc)
<영상=조재형 기자>
shine@tf.co.kr
연예팀 ssent@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