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다원 기자] "연애를 하면서 가슴 수술을 했고 결혼한 뒤 보형물을 뺐어요."
이젠 가슴 성형 고백까지 술술 나왔다. '솔직'이란 미명 아래 안해도 될 말까지 하며 보는 이를 언짢게 했다. 무엇보다도 성형, 외모 관리 등 여성들의 미학 기준이 오로지 남성 취향에 있다는 방송인 홍진경(36)의 불편한 전제가 귓가를 까슬까슬하게 했다.
29일 오후 방송된 SBS '매직아이'에서는 '외모 중독과 관리 사이'라는 주제를 놓고 홍진경 이효리 문소리 홍석천 헨리 심리상담가 김현철 등 패널들이 토론을 나눴다.
이날 오간 다양한 얘기 속에서도 홍진경의 발언은 유독 눈길을 끌었다. 그는 초반 "여성들이 성형하고 힘들게 다이어트하는 건 외모를 중시하는 한국 남성 때문이다"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분명 자신의 만족을 위해 외모 관리에 열심인 여성들도 있을 터였지만 오로지 남성 취향에 맞추기 위해 가꾸는 것이란 의견은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또 '빈약한 가슴 때문에 늘 패드를 넣는다'는 한 시청자의 사연에는 "나는 이 심정이 이해가 간다. 과거 가슴 수술을 했다가 결혼한 뒤 다시 뺀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평소엔 내 가슴이 작아도 불만 없었다. 스키니한 몸매에 대한 열망이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며 "하지만 남자를 만나면서 가슴 수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결국 몸매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크게 수술했고 지금 남편을 만나 결혼 후 보형물을 뺏다"고 고백했다. 이어 "남편은 가슴 수술한 과거를 모른다. 축소 후 말은 안 했지만 한참을 찾더라"며 '19금'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발언도 뱉어냈다.
홍진경의 경험은 그의 말대로 남성적 취향에 맞춰 외모를 관리한 지극히 개인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이를 여성 전체의 생각인 양 일반화하며 '예쁘고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남성들 때문에 여자들만 죽어난다'는 식으로 힐난하는 건 매우 곤란한 발상이다. '외모 관리 하는 여자=남성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란 말도 안 되는 공식이 자연스럽게 성립돼버리기 때문.
여기에 홍석천이 "보형물을 뺀 건 남편을 속인 것"이라며 맞받아치고 홍진경이 "왜 남자들은 가슴 큰 여자만 좋아하느냐"고 푸념하는 것도 남성적 시각이 전제로 깔려 있어 많은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외모에 대한 욕망은 인류 대부분 안고 있는 숙제다. 토크 소재로 건들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었지만 홍진경의 이런 접근 방식은 다소 부담스러웠다.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자신의 과거까지 밝혔지만 오히려 역효과였다. 나름 용기 내서 공개한 솔직한 고백이 불편한 전제 하나 때문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얘기'로 전락한 아쉬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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