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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연의 어떤씨네] '트랜스포머4',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 연예 | 2014-07-17 14:22

할리우드 SF영화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가 높은 기대치를 갖고 상영됐지만, 예상에 못미치는 흥행 성적을 내고 있다. / 영화 포스터
할리우드 SF영화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가 높은 기대치를 갖고 상영됐지만, 예상에 못미치는 흥행 성적을 내고 있다. / 영화 포스터

[더팩트ㅣ김가연 기자] '긴 상영시간+산만한 스토리+반복된 설정=관객 외면'

1500여 개의 상영관을 등에 업고 호기롭게 시작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이하 트랜스포머4)'가 관객의 시선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트랜스포머4'는 누적 관객 500만 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통계 기준)을 겨우 동원하면서 근근이 박스오피스를 5위 권을 지키고 있다. 일일 평균 관객 3만 명도 채우지 못했다.

그 사이 지난 3일 개봉한 '신의 한 수'는 정우성의 열연에 힘입어 관객 250만 명을 넘겼고 이번 주말 300만 명에 도전한다. 갑자기 개봉일을 변경해 '변칙개봉' 논란이 일었던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은 지난 10일 개봉한 이래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놓치지 않으면서 단숨에 200만 명 동원을 눈앞에 뒀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과 같은 날 개봉한 '좋은 친구들'은 누적 관객 28만 명을 넘으면서 꾸준히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관객의 사랑을 받는 영화가 늘면서 '트랜스포머4'에 대한 관심은 당연히 떨어졌고 박스오피스 4위로 밀려났다. 초성수기 여름 시장을 앞두고 국내 4대 배급사가 야심차게 준비한 기대작들이 오는 23일 '군도: 민란의 시대'를 시작으로 한 주에 한 편씩 연이어 개봉할 예정이라 '트랜스포머4'의 장기 흥행은 기대하기 어렵다.

개봉 초기 '트랜스포머4'가 어렵지 않게 스크린을 점령하리라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전작의 성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2007년)가 740만 2732명,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2009년)이 739만 3443명, '트랜스포머3'(2011년)가 778만 5189명을 동원하면서 시리즈물이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이쯤 되니 마니아 층이 형성됐고 '여름=로봇 군단'이란 공식도 자연스레 생겼다.

성공의 후광이 워낙 컸으니 국내 여러 배급사도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와의 맞대결을 피했다. 한 주 먼저 개봉하거나, 한 주 늦게 개봉했다. 하지만 로봇 군단들의 위력은 그리 크지 않았고, 관객은 지루하고 반복되는 설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상영되고 있긴 하나, 시리즈물 최저 관객 수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벌써 나온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전편인 세 편이 모두 700만 명을 넘기면서 흥행에 성공했지만, 4편은 전작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영화 포스터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전편인 세 편이 모두 700만 명을 넘기면서 흥행에 성공했지만, 4편은 전작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영화 포스터

'트랜스포머4'의 저조한 흥행 성적은 여러 가지 이유가 손꼽히지만, 관계자들은 반복되는 설정과 지루한 전개가 높아진 관객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 말한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기본적인 설정을 단순화하면 선과 악으로 대립하는 로봇 군단들의 싸움이다. 한 편씩 더해갈수록 로봇들은 진화하며 차뿐만 아니라 공룡 해골 얼굴 인간이 창조한 로봇 등 다양한 로봇들이 나온다.

하지만 로봇들이 바뀌면 무엇하나. 그 로봇들이 싸우는 장면은 여전히 비슷하다. 장소는 전 세계 곳곳을 누비지만, 부수고 터지기를 반복하는 폭탄같은 싸움이 계속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산만하고 정신없는 로봇들의 싸움에 이제는 관객이 슬슬 지쳐가고 있는 것이다. 신선함은 이미 오래 전에 잃어버렸고 새로운 로봇을 더했지만, 반복되는 설정이 관객의 피로도를 높였다.

게다가 이번 시리즈는 164분으로 거의 3시간이 된다. 그 긴시간 동안 이 로봇들의 지루한 싸움을 받쳐줘야 하는 것은 이야기 구조지만, '트랜스포머4'의 이야기 구조는 매우 허술하다. 딸 테사(니콜라 펠츠 분)와 함께 사는 괴짜 발명가 예거(마크 월버그 분)가 옵티머스 프라임을 깨우면서 이 여정을 함께하는 이야기를 더했다.

사실 '트랜스포머'의 시작은 남자, 특히 청소년기 남자들의 로망이던 로봇을 차에 가져와 덧입힌 설정이다. 고등학생 샘 윗윅키(샤이아 라보프 분)로 소년의 판타지를 채워주었지만, 4편부터는 가족 이야기로 바뀌면서 '트랜스포머'의 설정 자체가 흔들렸다. 판타지에서 빠져나온 관객은 전부 현실이란 사실을 깨닫고 영화에 몰입하기 어려워진다.

영화계 관계자는 "4편은 '트랜스포머'의 기본적인 설정을 엎고 가족애를 가져왔다. 평범한 가족 이야기가 돼버린 것이 가장 아쉽다"며 "어떤 영화든 비주얼과 이야기 구조를 동시에 가져갈 순 없지만, 그래도 관객을 끌 수 있는 기본 장치는 있어야 한다. '트랜스포머4'는 이점을 놓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트랜스포머'의 가장 큰 강점은 '때깔 좋은 화면'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한 기술이 영화에 덧입혀진다. 화려한 볼거리들로 넘쳐나면서 깨끗한 구성과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시원한 액션까지 '트랜스포머'는 자신이 해야 할 것을 가장 잘 지켰다. '트랜스포머'의 마니아 층이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이것이다.

영화를 본 후의 감상평은 지극히 개인적이기에 때리고 부수는 시원한 액션 오락 영화인 '트랜스포머'는 그 역할을 다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전편보다 뚜렷하게 떨어진 관객 수는 보통의 관객과 소통에 실패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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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전편인 세 편이 모두 700만 명을 넘기면서 흥행에 성공했지만, 4편은 전작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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