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대비 '반토막' 난 종목도 있어···주주들 불만 속출
올해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엔 봄과 겨울 뿐이었다. 굵직한 대어가 상장에 나섰고 밸류업도 훈풍을 더했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상장 계획을 철회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했다. 계엄령 선포와 탄핵 정국은 연말 주식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했다. 12월 현재 신규 상장사 10곳 중 7곳은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따블로 거래를 시작한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은 불어난 손실에 지쳤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IPO 불패는 이제 끝난 걸까. <더팩트>가 올해 신규 상장한 종목의 흐름을 짚어보고, 구조적 개선점과 제안을 담아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올해 초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때만 해도 '따블(공모가 2배 상승)'을 달성했던 케이웨더, 이닉스, 아이엠비디엑스의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각 사 주주는 포털 종목 토론실 게시판 등에 불만을 내놓고 있다. 주가가 반토막 난 상황에서 마땅한 주주환원책도 부재하기 때문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날씨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케이웨더는 전 거래일(3245원) 대비 3.54%(115원) 내린 3130원에 장을 마감했다.
케이웨더는 공모가를 7000원으로 확정하고 2월 22일 코스닥 입성 첫날 1만66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따블을 기록했다. 장중 2만3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연고점을 찍은 이후 주가는 우하향을 그리며 이달 10일에 2495원의 연저점으로 추락했다.
이후 주가는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20일 종가(3130원)는 공모가 대비 55.29%나 빠진 수준을 보였다. 약 10개월 만에 주가가 반토막이 난 것이다.
실적은 코스닥 상장 추진 당시 발표한 실적 전망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는 IPO 간담회에서 "올해 지난해 대비 56%가량 증가한 230억원의 매출과 10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김 대표의 공언과 집계된 실적은 거리가 먼 상황이다. 케이웨더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86억원, 영업손실 30억원, 당기순손실 30억원을 기록했다. 자신했던 실적 전망에 비해 매출액은 절반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흑자전환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부진한 실적에 케이웨더는 주주환원책을 펼칠 여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익잉여금이 지속된 적자로 결손금 상태로, 주주들이 배당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기준 결손금은 156억원으로 집계됐다.
주가가 부진하면서 케이웨더는 최근 상장 당시 약속했던 '1년 뒤 매각 계획'을 취소했다. 당초 자기주식을 1년 뒤 매도해 환기청정기 조립라인과 자동화설비 등 생산시설 및 녹색 기후테크 기술 개발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공모자금에 차입금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자사주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가가 반토막이 나면서 애초 계획했던 조달 자금 규모를 채우지 못하게 되자 자사주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자사주 매각에 대한 계획은 정해진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케이웨더는 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 유치, CB 발행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웨더 주주들은 폭락한 주가에 네이버 종목토론실 게시판 등에 '고점에서 제대로 물렸다', '실적 때문에 동전주 됐다', '자사주 매각 철회 한숨 나온다' 등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상장일 '따블'을 달성했다가 주가가 크게 하락한 기업이 또 있다. 지난 2월 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전기자동차 2차전지 부품 전문업체인 이닉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닉스는 지난 20일 전 거래일(9510원) 대비 0.21%(20원) 오른 9530원에 장을 마감했다. 차익실현 매물이 발생하며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닉스는 공모가를 1만4000원으로 확정하고 상장일 3만71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따블'을 달성했다. 장중 5만1700원을 터치하며 연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케이웨더와 마찬가지로 상장일에 1년 내 최고가를 기록한 뒤, 우하향을 그려 이달 10일 784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연저점으로 주저앉았다. 이후 소폭 상승했지만 20일 종가는 공모가 대비 31.93%나 하락한 수준을 나타냈다.
실적이 부진한 케이웨더와 달리 이닉스는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흑자전환하는 등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이닉스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47억원, 영업손실을 13억원, 당기순손실은 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2분기에 매출액 249억원, 영업이익 4억원, 당기순이익 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올해 3분기에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성장한 각각 276억원, 6억원으로 집계됐고, 당기순이익은 5억원을 기록했다.
무난한 실적 성장세에도 부진한 주가에 주주들은 네이버 종목토론실 게시판 등에 '주가가 바닥이다', '자사주 소각해라', '도대체 상장을 왜 한거냐' 등의 불만을 던지고 있다.
IPO 불패가 옛말이 됐다는 말에 힘을 싣는 기업이 하나 더 있다. 지난 4월 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액체생검 기반 초정밀 의료기업 아이엠비디엑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아이엠비디엑스는 전 거래일(1만1590원) 대비 7.68%(890원) 내린 1만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이엠비디엑스는 공모가를 1만3000원으로 확정했고, 상장일 3만6000원으로 장을 마치며 '따블'을 기록했다. 장중 4만55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엠비디엑스 또한 상장일 기록이 연고점이다. 이후 지난 7월 초까지 급격한 우하향 곡선을 그렸고, 7월 10일 8430원의 연저점을 기록했다. 이후 주가는 2만원선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다시 하락세를 그렸다. 지난 20일 종가(1만700원)는 공모가 대비 17.69%나 빠졌다.
아이엠비디엑스의 실적도 케이웨더와 마찬가지로 부진하다. 아이엠비디엑스는 올해 3분기 매출액 7억원, 영업손실 25억원, 당기순손실 23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매분기별 지속적으로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나타내고 있다.
실적 부진에 더한 주가 하락에 주주들은 네이버 종목토론실 게시판 등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이 주식을 왜 샀는지 후회된다', '주가 흐름이 지긋지긋하다' 등의 불만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크게 하락한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큰 상황"이라며 "회사가 그에 걸맞는 실적과 주주환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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