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시된 건설사 계약해지만 21건 달해
공사비 상승에 수익성 악화 원인
해외 수주는 미수금 리스크까지
[더팩트|황준익 기자] 부동산 경기 위축과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한 건설공사 계약 해지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 수주 역시 공사를 진행하고도 공사비를 제때 받지 못한 미수금도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에선 "신규수주는커녕 기존 사업을 문제없이 추진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7일까지 건설사들의 '단일판매 공급계약해지' 건수는 21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7건 늘었고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6건)과 비교하면 3배 넘게 늘었다. 이는 건설 업황이 더 어려워졌음을 보여준다.
우선 지난달 태영건설은 울산 중구 반구동 공동주택 신축공사를 발주처인 정선프라임과 합의하에 도급계약을 해지했다. 해지 금액은 1475억원으로 태영건설 지난해 매출의 6.5% 수준이다.
대우건설도 지난달 광주 경안2지구 도시개발사업 도급계약을 해지했다. 경기도 광주시 역동 28-3번지 일원에 지하 5층~지상 39층, 4개동 공동주택 674가구, 오피스텔 216실을 짓는 사업이었다. 계약금액만 3519억원에 달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지난 10월 발주처인 방화6구역 재건축 조합의 도급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대부분 계약 해지의 원인은 공사비 상승이 꼽힌다. 공사비 증액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발주처가 계약 해지를 통보하거나 수익성이 떨어져 상호 합의하에 해지한 것이다.
실제 고금리, 고환율,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인상에 따른 공사비가 치솟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하는 공사비지수는 2020년 이후 30% 급등했다. 2020년 기준 100이었던 공사비지수는 지난 9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 52시간 근무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원가가 커졌고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도 급등해 공사비 부담이 확대된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수주도 타격을 받고 있다. 삼성E&A는 2020년 1월 알제리에서 수주한 1조9000억원 규모의 정유 프로젝트 공사에 대해 지난달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삼성E&A 관계자는 "계약 재개를 위해 노력했으나 계약조건 변경 협의가 결렬됐고 발주처의 계약 해지 의향을 접수한 후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진행되는 비료공장 건설 프로젝트 2건의 양해각서(MOU)를 맺었지만 공사비 이견으로 요소-암모니아 비료공장 프로젝트는 최종 입찰에서 수주에 실패했다. 미네랄비료 플랜트 프로젝트만 따냈다.
현대건설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와 계약한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패키지 1-4 프로젝트’ 계약금액이 최근 기존 3조2759억원에서 3조777억원으로 2000억원 감액됐다.
해외 미수금도 수익성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2023년 해외건설 미수금 총액은 39억1800만달러(약 5조6000억원)이었다. 해외건설 미수금은 2021년 12억달러에서 2022년 13억5600만달러, 2023년 13억6300만달러로 해마다 늘었다.
건설업계에선 최근 고환율 추세가 계속되자 건설 원자재 가격이 더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침체 속에 자재비 상승으로 공사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신규수주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해외의 경우 올해 1~11월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326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정부가 연초 제시한 올해 해외 수주 목표치인 40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금리·고물가 기조로 건설사들이 공격적으로 해외 수주에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에서 입찰에 들어갔거나 협상을 진행 중인 건설사들에 계엄 사태와 관련한 발주처 동향이 감지되면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했다"며 "이상 징후가 있으면 정부와 논의해 해결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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