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실적 개선 목표
국내 석유화학 4사 스페셜티 역량 확장
[더팩트|오승혁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재품 '스페셜티'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범용 제품으로 수익을 창출하기가 계속 어려워지면서 스페셜티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움직인다.
19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영업이익 감소액 상위 10곳 중 8곳이 석유화학 업종으로 집계됐다. 매출 500대 기업 중 지난 14일까지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332곳을 대상으로 올 3분기 실적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58조61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9% 증가했다. IT 기업들이 AI(인공지능)가 산업 전반에 적용되면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반면 국내 석화사들은 중국 내수 경기 부진으로 영업이익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금호석유화학을 제외한 국내 석화 주요 4사는 올해 3분기에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올 3분기 영업손실 4136억원을 기록했고, 지난 2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던 LG화학도 3분기에 석화 부문에서 382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 한화솔루션의 화학 사업인 케미칼 부문도 310억원의 적자를 냈다. 금호석유화학만 매출 1조82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21.3% 상승에 성공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7% 감소한 651원을 기록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업황 반등의 실마리를 공급에서 찾아야한다"며 "중장기 석유화학 업황에 자발적 공급량 축소 노력이 없다면 사이클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이날 전망했다.
이에 국내 석화업계는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량 수출하던 범용 제품이 아닌 스페셜티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 및 기술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석유화학 기초 소재 자국화 방침에 따라 석유화학 생산설비 증설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석유화학의 쌀'로 여겨지는 에틸렌은 100% 자급률을 달성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전기차 타이어용 소재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SSBR)'을 비롯한 고부가 합성고무 제품에 집중한다. 이차전지 소재 및 탄소나노튜브(CNT) 개발도 가속화하고 있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현재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을 대체하면서 수요가 지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차는 배터리를 탑재해 기존 차량에 비해 무게가 무겁고 이로 인해 더 튼튼한 합성고무로 만든 타이어가 필요하다. 해당 시장의 성장은 금호석유화학 스페셜티 제품의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초고압·고압(E·HV)급 반도전 컴파운드 생산을 대폭 확대해 스페셜티 제품의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9월 230억원을 투자해 E·HV급 반도전 컴파운드 생산설비를 8000톤 증설하고 100% 자회사이 한화컴파운드 여수공장에서 상업 생산을 개시했다. 해당 증설을 통해 한화솔루션의 E·HV급 반도전 생산 능력은 최대 1만톤으로 확대됐다.
한화솔루션은 이를 통해 미국의 다우, 오스트리아 보레알리스 등의 소수 업체가 과점 중인 반도전 시장 내 지분을 높이게 된다. AI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초고압 케이블 수요가 급증해 반도전 시장의 규모는 연간 5만7천톤(MT)으로 연평균 10%의 고성장이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7월 기초화학 비중을 30% 이하로 내리고 정밀화학, 배터리소재, 수소에너지 등 신사업 육성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기업가치를 50조원을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포부를 실현시키기 위해 지난달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 청산 계획을 밝혔다. 해외 법인 지분 매각으로 총 1조4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한 롯데케미칼이 생산 중인 스페셜티 소재 '페트 클리어(PET CLEAR)'의 판매량이 매년 2배씩 늘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명성을 개선한 고부가 페트 소재로 재활용성과 가공성이 뛰어난 것이 강점이다. 지난 7월부터 유럽 자동차 부품 업체에 페트 클리어 제품을 신규 공급하는 등 화장품 용기, 생활용품, 전자기기, 자동차 소재 등으로 공급처가 늘고 있다.
LG화학은 북미 전기차 업체용 방열 접착제 공급을 시작으로 자동차용 접착제 시장을 확대해 수천억 단위 사업 육성에 나선다고 지난달 밝혔다. 방열 접착제는 배터리 셀을 모듈과 팩에 접합할 때 쓰이며 높은 열전도성, 전기 절연성을 갖추고 있다. LG화학은 방열 접착제 18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차체 경량화 및 친환경 소재의 수요 증가로 오는 2030년 16조원 규모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해당 시장 내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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