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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청구권 신탁 도입"...보험업계, 신사업 활로 열리나

  • 경제 | 2024-11-18 11:25

삼성·미래에셋·흥국 등 신탁시장 잡기 나서
보험사, 수익 창출과 잠재 고객 확보 기대


최근 금융당국이 신탁업 등 자산운용 관련 제도개선에 따라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허용하면서 생명보험사들이 신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더팩트 DB
최근 금융당국이 신탁업 등 자산운용 관련 제도개선에 따라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허용하면서 생명보험사들이 신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신탁업 등 자산운용 관련 제도개선에 따라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허용하면서 생명보험사들이 신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보험금도 신탁 대상에 포함되면서 보험업계에선 이번 제도개선이 신사업의 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사에서 1호 계약자가 등장하는 등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종신보험을 보유하고 있는 보험업계가 선점효과를 누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보험금 청구권 신탁을 허용했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이란 생명보험에 가입한 보험계약자(위탁자)가 사고를 당할 시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을 신탁회사인 금융기관(수탁자)이 보관하고 관리·운용 후 계약자가 사전에 정한 방식대로 신탁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요건을 보면 생명보험계약은 주계약 일반사망 보험금 3000만원 이상의 종신보험 및 정기보험이다. 재해나 질병사망 등 특약사항 보험금청구권은 신탁할 수 없다. 약관상 보험계약대출이 허용되지 않거나 신탁계약 체결 시점에 보험계약 대출이 없어야 하는 조건도 있다. 또한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위탁자가 동일인이어야 하며 수익자는 직계존비속과 배우자로 제한된다.

피보험자는 사망전 신탁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익자의 상황에 따라 받게 될 사망보험금의 지급방식, 금액, 시기 등에 대한 맞춤형 설계도 할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 등 일부 해외의 경우에는 이미 보험금청구권신탁 제도가 유족의 생활 보호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 법령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보험성 재산은 신탁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급격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생명보험금과 관련된 유족생활보호의 필요성과 피후견인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리 중요성이 커지게 됐다. 이에 최근 몇년 간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보험금 청구권 신탁을 허용했다. /더팩트 DB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보험금 청구권 신탁을 허용했다. /더팩트 DB

보험업계에선 제도 도입을 반기고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불러온 생보사 업황 악화에 보험금청구권신탁은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22곳의 사망 담보 계약 잔액은 882조7935억원에 달한다. 향후 사후 자산관리 수단으로서 신탁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종신보험에 주력하고 있는 생보사들은 제도 도입 첫 날부터 잇따라 신상품을 출시하며 신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국내 보험사 중 종합신탁업 자격을 가진 생보사는 현재까지 삼성·한화·교보·미래에셋·흥국생명 5개사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이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12일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출시한 당일 1호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생명에서 1호로 체결한 신탁 계약은 미성년 자녀를 둔 50대 여성 CEO다. 이번 신탁 계약은 본인의 사망보험금 20억원에 대해 자녀가 35세가 되기 전까지는 이자만 지급하다가 자녀가 35세, 40세가 되는 해에 보험금의 50%씩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흥국생명은 기존고객 중 보험금청구 신탁 가입이 가능한 고객에 대한 안내 및 신규 고객 대상 전용상품(흥국생명 내가족안심상속종신보험)을 출시했다. 또한 흥국생명은 1호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1호 신탁 계약은 50대 남성의 기업체 임원이 체결했다. 본인의 사망보험금 5억원에 대해 자녀가 40세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이자만 내주고 이후 자녀가 40세, 45세가 되는 해에 보험금의 50%씩 지급하게 했다.

미래에셋생명 역시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을 출시해 계약 체결까지 성공했다. 신탁계약 체결 후 위탁자(보험계약자)가 수탁자(미래에셋생명)를 생명보험계약의 사망 시 수익자로 지정하면 수탁자(미래에셋생명)는 사망보험금을 청구·수령 및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교보생명은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허용된 지난 12일 5건의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선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내년부터 전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상속재산에 대한 관리가 중요해지는 등 신탁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도 도입에 따라 업계에 신성장 동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며 "잠재적 시장 규모가 매우크고, 종신보험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보험금 청구권 신탁 시장이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망보험금을 고객 의도에 따라 관리하고 분배할 수 있어서 고객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사(신탁사)가 고객의 뜻에 따라 보험금을 전문적으로 관리지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보험금과 상속 관련 분쟁을 예방하는 안전장치로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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