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교보생명 대상 제3자유상배정 증자 실시
오는 12일 변론기일 예정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교보증권이 지난해 8월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소액주주의 자산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소액주주는 이번 유상증자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해졌지만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진입 목적이란 명분 하에 현행법을 교묘히 피해 약 5659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취득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소액주주 일부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지난해 8월 22일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2500억원(4930만9665주)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내용을 이사회를 통해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는 지난해 8월 30일 시행됐고, 발행가액은 5070원으로 산정했다.
교보증권은 종투사, 초대형 IB 인가 기반 조성과 이익창출력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의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행했다고 밝혔다.
발행가액은 금융위원회가 고시한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5-18조 제1항 및 제 2항'에 근거했다. 할인율은 0%로로 적용됐다.
이사회 결의 시점의 최근일인 지난해 8월 14일 교보증권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2023년 6월 말 기준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교보증권의 자본총계는 1조6178억5206만3465원이다. 발행주식수는 6355만9698주다. 이에 따라 주당순자산(BPS)은 약 2만5454원이다. 발행가액이(5070원)이 BPS보다 약 2만384원 낮게 책정된 것이다.
이에 지난 2월 소액주주 윤모 씨는 박봉권·이석기 교보증권 대표이사를 상대로 작년 8월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한 4930만여주의 신주발행에 대한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오는 12일 변론기일 개최를 앞두고 있다.
법적으로는 5070원의 발행가액 산정이 문제가 없지만, 해당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소액주주들은 약 8906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는 주장이다. 유증을 통해 교보증권의 자본총계가 1조8678억5206만3465원, 발행주식수가 1억1286만9363주로 불어나면서 BPS는 약 1만6548원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유증 전 약 2만5454원에서 약 8906원이 감소한 것으로, 소액주주는 유증 후 약 8906원에 달하는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소액주주가 손실을 본 만큼 교보생명은 이익을 얻었다. 증자한 주식 수는 4930만9665주이고, 유증 이후 BPS(약 1만6548원)와 발행가액(5070원)의 차액은 약 1만1478원으로, 교보생명은 약 5659억7633만4870원에 달하는 이익을 봤다. 향후 M&A로 교보생명을 매각하게 될 시 교보그룹은 더 큰 이득을 보게 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앞서 교보증권은 지난 2020년에도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2000억원(2865만주)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행했다. 2020년과 2023년 두 번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교보생명의 보유 지분율은 51%에서 73%로, 다시 84%로 상승했다.
이에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은 하락했다. 소액주주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 수는 그대로지만, 교보증권의 총발행주식수가 늘면서 지분율이 낮아졌다. 총주식 수가 늘면서 1주당 가치 역시 줄어들었다.
또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오는 20일 지난해 8월 교보생명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받은 교보증권의 주식 4930만9655주에 대한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교보증권은 최대주주가 해당 물량을 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지만, 보호예수가 풀리면 주가엔 악재로 작용한다.
이에 주주들은 교보증권이 현행법을 교묘히 피해 최대주주를 통해 소액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며 교보생명이 이익을 취득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교보증권이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증자를 진행할 수 있었음에도 특수관계인이자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을 통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교보증권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실시하려고 했을 때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할 지,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진행할 지 고민했었으나, 2029년까지 종투사 진입을 목표로 하던 상황에 중장기적으로는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을 통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올해 상반기 순익은 약 730억원으로, 올해 2022년 달성했던 연간 순익 약 1433억원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호실적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어 "절차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문제가 없다"며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오히려 주가 상승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규정엔 허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 진행 시 제3자에 최대주주를 포함하는 내용을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은 현재 없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교보증권의 찬탈처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금감원 공시심사3팀 관계자는 "상법상 유상증자는 주주 균등 배정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기본적으로 주주 불균등 배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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