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 기회"…페달 블랙박스 의무화, 가격 인상·통상 문제 등 '부담'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급발진 의심 차량 제조사의 관련 자료 제출 부담이 커졌다. 제출하지 않으면 결함으로 추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페달 블랙박스 의무화를 놓고는 신중한 분위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3일 급발진 등 자동차 장치가 운전자 의도와 다르게 작동해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제작사 등이 결함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시 결함으로 추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다음 달 14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차량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면 제조사에 자발적 시정조치(리콜)를 명령할 수 있다. 그간 자동차 특정 장치로 인해 교통사고 발생해도 인명 피해가 없다면 제조사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결함으로 추정하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하면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결함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연구원은 조사 과정에서 제작사 측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충실히 대응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은 제조사와의 법정 다툼에서 정보 비대칭으로 한계를 겪는다는 운전자 주장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완성차 업계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는 오히려 소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료 제출 의무가 생기는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책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다소 어깨가 무거워진 감이 있으나 완성차 업계가 자료 제출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배경으로 급발진 의심 사고가 실제 인정된 사례가 드문 점이 꼽힌다. 교통안전공단 따르면 국내에 신고된 급발진 의심 사고는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236건이다. 다만 급발진 인정 사례는 드물다.
하지만 급발진 의심 사고가 늘어나고 있어 운전자 실수와 차량 결함 여부를 놓고 운전자와 제작사, 정부 갈등으로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대부분 사고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으로 판명되고 있다고 본다.
지난 1일 16명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계기로 급발진 사고 관련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고로 보인다는 감정을 내놓았으나 사고 피의자는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였다고 주장한다.
페달 오조작 방지 기술 개발과 보급 확대 등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이미 지난 1월 '운전자 페달 오조작 방지 및 평가 기술 개발 기획'을 위한 기술수요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주요 완성차업체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등 수입차업체,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관계자와 페달 블랙박스 설치와 관련한 첫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페달 블랙박스 의무화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설계와 내부 디자인 변경에 따른 차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수입차 규제 적용 문제 등 통상 마찰도 발생할 수 있다. 완성차업체들은 차후 공식 입장을 국토부에 낼 예정이다.
국토부도 의무화까지는 신중하게 접근하며 유인책을 냈다. 신차에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해 출시하는 제조사에 리콜 과징금을 최대 75% 감경하기로 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발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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