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전자·자동차 기업들 2분기 호실적 예상
전기차 캐즘에 배터리사 울상…석화·정유·철강도 부진 이어져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번 주부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줄줄이 2분기 성적표를 공개한다. 글로벌 복합 위기에 따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회복 흐름을 탄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 간 실적 희비가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다음 달 초까지 국내 대기업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먼저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산업 분야는 반도체로, 오는 25일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견조한 성과를 거뒀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업황 회복과 함께 인공지능(AI) 훈풍을 탄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개선된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설명이다.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16조1886억원, 영업이익 5조1923억원인데, 한달 전과 비교하면 실적 눈높이가 크게 높아진 것이다. 2조8821억원의 적자를 보인 지난해 2분기 대비로는 영업이익이 8조원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2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은 이미 예견됐다. 올해 1분기 매출 12조4296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 등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며 반도체 업황이 호전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업황 회복세는 앞서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를 통해서도 재확인된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10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 약 2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했다고 알렸다. 반도체(DS)를 포함한 부문별 성과 내용을 담은 삼성전자의 확정 실적은 오는 31일 공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실적 풍향계' 역할을 하는 LG전자도 2분기 호실적이 예상된다. 이미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한 1조196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LG전자는 올해 2분기 생활가전 등 주력 사업과 구독·전장 등 성장 사업의 균형 잡힌 '질적 성장'이 이뤄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회사는 오는 25일 확정 실적 발표를 통해 사업본부별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할 계획이다.
실적 고공 행진 중인 현대차·기아는 올해 2분기에도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25일 실적을 발표하는 현대차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수익 차종의 판매량 증가와 우호적인 환율 등으로 인해 매출 44조65억원, 영업이익 4조218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역대 최다 분기 실적을 기록한 전년 동기(매출 42조2497억원, 영업이익 4조2379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아의 경우 2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자, 전년 동기 대비 소폭 늘어난 3조7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반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캐즘 현상을 극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확정 실적을 발표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전년 동기 대비 57.6% 급감한 1953억원의 영업이익 잠정치를 내놨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를 제외하면 2525억원 적자다. 삼성SDI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하락한 31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출범 후 연속 적자(누적 2조6000억원)를 기록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이번에도 흑자 전환에 실패할 전망이다. SK온은 흑자 전환 시까지 임원 연봉을 동결하는 등 비상 경영을 선언한 상태로, 그룹 차원에서는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SK온·엔텀·트레이딩 합병 등 'SK온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도 업황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다음 달 초 성적표를 공개하는 롯데케미칼은 2분기 수백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영업손실 1353억원)보단 손실 규모를 줄이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 고민거리다. LG화학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한 수치이지만, 4500억원대 영업이익 달성을 통해 분위기 반등을 노린다.
국내 정유사들도 표정이 밝지 않다. 정제마진 급락(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 1분기 12.6달러→2분기 4달러)에 따라 실적 하락세가 예고돼서다. 휘발유·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운영 비용과 유가 등 원자재 비용을 제외한 금액인 정제마진은 국내 정유사의 실적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에쓰오일은 오는 26일 전분기 대비 반토막이 난 2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SK이노베이션 정유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은 1000억원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 역시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절반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철강사들은 지난해부터 전방 산업 부진, 고정비·원자잿값 상승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25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47.5% 감소한 6968억원이다. 26일 실적 발표 예정인 현대제철은 2분기 전년 대비 60% 이상 줄어든 15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2분기 실적 체감은 그리 좋지 않다"며 "석유화학, 철강 등 전통업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데, 하반기에 상황이 달라질지 확신할 수 없어 최악의 경우 올해 장사 목표치를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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