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비례적 이익 보장, 이상적 관념…현실화 어렵다"
[더팩트|우지수 기자] 재계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일환인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가 경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0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제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전제로 하는 이사의 충실의무 인정 여부 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부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는 일반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논의 중인 제도다. 현행 상법에서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 이익에 한정되기 때문에 일반 주주 이익과는 무관하다.
이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은 회사의 '부당합병'이나 '쪼개기 상장'에 주가 하락으로 이익이 침해되더라도 이사 등에게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다. 이에 최근 논의되는 법 개정 골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것이다. 소수 주주의 1주도 대주주의 1주와 같이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의 근거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한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장은 현실화시킬 수 없는 이상적 관념에 불과하다"며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법 개정은 법 체계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외에 주주까지 확대하는 것은 해외 입법례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한다. 미국모범회사법과 영국, 일본, 독일, 캐나다 등 주요국 회사법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에 한정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를 상법에서 강제할 경우 회사의 장기적 이익을 위한 경영 판단을 지연시켜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에 따르면 소수주주와 지배주주 간 이해가 충돌하면 이사가 의견을 합치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출자 비중이 높은 주주가 경영권을 갖도록 한 '자본 다수결 원칙'에도 위배될 수 있다. 무엇보다 소수 주주 지분이 과대평가되고, 충실의무 불이행을 빌미로 다양한 주주들의 손해배상소송이 끊이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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