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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전기트럭? 오히려 좋다" 'ST1' 강한 힘·넓은 공간 '만족도↑'

  • 경제 | 2024-06-01 00:00

커다란 덩치에도 주행 안전장치로 편의성↑
화물 미적재 기준 전비 6.4km/kWh 기록


현대자동차의 비즈니스 플랫폼 ST1의 카고 냉동 차량 모습. /김태환 기자
현대자동차의 비즈니스 플랫폼 ST1의 카고 냉동 차량 모습. /김태환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ST1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하는 목적기반차량(PBV) 기반 모빌리티 혁신의 선봉장 역할을 한다. 화물 적재 공간인 '카고' 부문을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에 걸맞게 맞춤화(커스터마이징)하고, 물류 환경에 맞춘 차량을 제공할 수 있다.

직접 운전해 본 ST1은 상용차의 기본기를 두루 갖춘 '우수한 전기트럭'이었다. 전륜모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힘과 넉넉한 배터리 용량에서 나오는 주행가능거리로 경제성까지 갖추었다. 차체가 다소 큼지막한데도 뛰어난 주행보조기능으로 불편함 없는 주행이 가능했다.

<더팩트>는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2박 3일간 ST1을 직접 시승하며 차량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승차는 ST1 카고 냉동 모델이다.

외관은 현대차 '스타리아'의 얼굴에 뒷부분에 카고가 덧붙어 있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화물 적재 구간의 냉동 카고가 매우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어, 마치 머리는 작은데 덩치는 집채만 한 북극곰을 보는 느낌이었다.

스타리아의 미래지향 느낌을 그대로 이어받아 세련된 상용차라는 인상을 줬다. 특히 세미보닛 형태라 만일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가 더욱 안전을 보장받게 됐다. 상용차이다 보니 화려한 장식이나 내장 등은 과감히 배제됐다. 스타리아에 들어가는 일자형 주간주행등(DRL) 자리는 검은색 무광 플라스틱이 자리 잡았고, 전조등 역시 LED가 아닌 할로겐 전구가 들어갔다. 휠 역시 디자인이 가미되지 않은 '불판 휠'이 들어갔다.

포터나 봉고와 비교하면 덩치가 훨씬 커졌다. 전장(차량 앞뒤 길이) 5625mm로 포터 초장축(5100mm)보다도 500mm가까이 길다. 전폭 역시 2015mm로 포터(1740mm)보다 넓었다. 전고는 2230mm로, 지하주차장 출입이 가능하지만, 일부 높이가 2m로 제한된 공영주차장 등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적재함 실내고는 카고 1700mm, 냉동 카고는 1608mm로 허리를 굽히지 않고 작업할 수 있었다. 다만, 성인남성 평균키가 174cm임을 감안한다면, 고개는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높이었다. 전반적으로 높이가 낮거나 좁다는 인상은 없었다. 적재용량은 카고 8.3㎥, 냉동카고 7.2㎥이다.

운전석에 탑승하자, 과거 상용차의 인상을 완전히 지웠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타리아에도 적용된 시트의 디자인과 포지션이 탑승자를 폭 감싸는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포지션이 편안함을 주었고, 탁 트인 창문과 전면 유리는 시야를 넓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ST1의 정면과 후면, 측면의 모습. /김태환 기자
ST1의 정면과 후면, 측면의 모습. /김태환 기자

단 카고 차량 특성상 창문 너머 뒤를 볼 수 없었다. 직접 고개를 돌려 숄더체크를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탑승자가 머무는 공간에 수납공간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웠다. 작은 물품은 놓을 공간이 많았지만 일정 크기 이상의 가방 등을 놓을 공간이 부족했다. 실제 시승을 위해 2명이 각각 백팩을 들고 탔는데, 백팩을 놓을 공간이 없어 넓디넓은 냉동카고 안에 가방을 보관해 운행하기도 했다.

주행 성능은 어떨까. 전기차인 만큼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최대토크가 터지며 훌륭한 가속력을 선보였다. 최고 출력은 160kW, 모터 최대 토크는 350Nm로 각각 마력과 kgf·m 토크로 환산하면 214마력, 35.7kgf.m가 된다. 포터2 LPG가 최대 159마력에 30kgf·m의 힘을 내는 것을 감안하면 훨씬 우수한 동력성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가장 놀랐던 점은 전비였다. 서울 도심과 경기도 지역 고속도로 등 총 158km를 주행하면서 나온 전비는 6.4km/kWh였다. ST1의 공인전비는 카고가 3.6km/kWh, 카고 냉동이 3.4km/kWh임을 감안하면 훨씬 우수한 실전비를 기록한 것이다.

기자가 직접 기아 EV9을 시승했을 때 전비 6.2km/kWh를, 아이오닉 6로 좀 더 험한 길을 주행했을 때 6.7km/kWh를 기록했다. 사실상 상용차임에도 사실상 짐을 싣지 않으면 승용 전기차와 비슷한 수준의 전비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현대차 ST1의 캐빈 내부 모습. /김태환 기자
현대차 ST1의 캐빈 내부 모습. /김태환 기자

포터와 비교해 좀 더 커진 덩치로 인해 운전할 때 다소 부담감이 느껴졌다. 다만 우수한 주행안전장치들이 적극 운전에 개입해 편했다. ST1에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이탈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하이빔 보조 등의 기능이 탑재돼 있다. 특히 좋았던 것은 전방 충돌방지 보조와 차로 유지 보조였다. 모든 주행안전장치를 다 켜자, 사실상 3단계 자율주행과 비슷한 수준의 운전 기능을 보여줬다. 장거리를 운행하는 상용차 운전 특성상, 운전자의 피로를 덜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쉬운 점은 운전대에 손을 계속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스티어링 휠에 손을 떼지 말라는 경고가 떴다. 감압식 혹은 정전식 센서가 운전대에 들어가 있지 않아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 살짝 운전대 방향을 트니까 잡은 것으로 인식하고 경고를 띄우지 않았다.

후방 카메라의 이질감도 살짝 아쉬웠다. 카고 차량이기에 룸미러가 없어 뒤를 확인하지 못해 후방 카메라를 켜고 주행했는데, 주차용 카메라를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너무 광각으로 나왔다. 이렇다 보니 후방에 차량이 매우 가까이 있음에도 카메라 화면상으로는 멀리 떨어진 것처럼 보여 이질감이 컸다.

냉동카고에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화물을 결박할 만한 장치가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 차량을 반납하고 이동하기 위해 자전거를 싣고 이동했는데, 결박하지 않은 자전거가 내부 화물창에 흠집을 내기도 했다. 자석으로 탈부착할 수 있는 내부 결박 파츠 같은 것을 추가하면 좋을 것 같다.

ST1의 클러스터 화면. 2인 탑승, 에어컨 2단, 서울과 경기도 화성시 도심 주행, 고속도로 주행 등 약 158km를 운행하며 전비 6.4km/kWh를 기록했다. /김태환 기자
ST1의 클러스터 화면. 2인 탑승, 에어컨 2단, 서울과 경기도 화성시 도심 주행, 고속도로 주행 등 약 158km를 운행하며 전비 6.4km/kWh를 기록했다. /김태환 기자

실구매자가 ST1을 구매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ST1은 5980만~7195만원에 가격이 형성된다. 2024 포터2 LPG 차량의 경우 2000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됨을 감안하면 약 3배 가까이 높은 가격인 셈이다.

다만 전기차의 연료비가 LPG와 비교해도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과 친환경 전기차 보조금 등을 지원받으면 가격이 더욱 내려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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