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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줄이려고 CSO 선택한 제약사들, 1분기 성적표는?

  • 경제 | 2024-05-21 00:00

CSO 체제 안정화되면서 1분기 매출·영업이익 개선

지난해 자사 영업조직을 정리하고 영업대행 체제로 전환한 국내 중소 제약사들이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 무관. /배정한 기자
지난해 자사 영업조직을 정리하고 영업대행 체제로 전환한 국내 중소 제약사들이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 무관.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지난해 자사 영업조직을 정리하고 영업대행업(CSO) 체제로 전환한 국내 중소 제약사들이 올해 1분기에 활짝 웃었다. CSO로 전환하며 지급 수수료는 급증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보다 개선됐다.

CSO는 자체 영업조직이 아닌 의약품 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외주업체가 마케팅과 영업을 위탁받아 대행한다. 이들은 의약품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제공받는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CSO 체제로 전환한 경동제약, 국제약품, 유유제약, 위더스제약은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를 보였다.

경동제약은 전년 1분기 이후 최대치의 매출을 기록했다. 경동제약은 1분기 매출 441억원, 영업손실 6억원, 당기순이익 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실적과 비교했을때 매출은 21% 증가했으며, 영업손실과 당기순이익 모두 각각 84.7%, 81.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동제약은 CSO 체제가 안정화됨에 따라 높은 외형성장과 함께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동제약은 CSO 전환 직후 퇴직금과 지급수수료가 급증해 영업손실 25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경동제약은 지난해 영업인력 180여명을 감축하고 일반의약품 영업부를 CSO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마케팅 대행 체제 도입에 따른 영업망 확대, 신제품 출시 효과로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의원·약국 영업 사업부를 폐지하고 CSO 체제를 가동한 유유제약 역시 호실적을 기록했다. 유유제약은 올해 1분기 매출 33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47억원, 당기순이익 5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6.4%, 1117.9% 증가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국제약품과 위더스제약도 CSO 체제로 전환 후 유통 채널 확대에 성공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

국제약품은 지난해 클리닉 영업 조직을 CSO로 전환했다. 이 당시 지급수수료가 급증해 2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지만, 체제가 안정화되면서 올해 1분기 매출 370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0억원, 영업이익은 21억원 증가했다.

위더스제약 또한 지난해 영업 직원을 절반 가까이 축소하며 CSO 체제로 전환했다. 위더스제약의 영업직원은 2022년 말 52명에서 2023년 말 27명으로 크게 줄었다. 위더스제약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00억원 가량 늘어난 2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262.5% 증가한 29억원, 당기순이익은 150% 늘어난 20억원을 달성했다.

자체 영업인력을 확보하는 것보다 CSO를 활용해 매출 확대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자사 영업조직을 축소하고 CSO로 전환하는 국내 중소 제약사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대한약사회 조사 결과 국내 의약품 제조사 289개사 중 45%가 CSO와 계약을 맺고 제약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CSO 전환이 무조건적인 수익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CSO는 매출이 증가할 경우 회사에서 지급하는 수수료도 덩달아 커지는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이 때문에, 판매가 과열돼 업체간 경쟁이 심해질 경우 수수료율이 높아지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수익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CSO에 지급되는 수수료는 최대 60%에서 평균 30%~55%다.

실제로 경동제약, 국제약품, 유유제약, 위더스제약이 CSO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전년 동기(2023년 1분기) 대비 크게 늘었으며, 인건비는 축소됐다.

실제로 네 기업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경동제약의 지급 수수료는 전년 1분기 142억원에서 192억원으로 증가했으며, 30억원이었던 급여는 25억원으로 감소했다. 유유제약 또한 지급수수료가 지난해 1분기 11억원에서 29억원으로 증가했으며, 32억원이었던 급여는 22억원으로 감소했다.

국제약품과 위더스제약의 지급(판매)수수료는 두 배가량 증가했다. 국제약품의 지난해 1분기 42억원이었던 지급 수수료는 109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건비는 62억원에서 31억원으로 감소했다. 위더스제약의 1분기 지급수수료는 1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억원가량 증가했다. 급여는 62억원에서 31억원으로 축소됐다.

일각에선 제약사들의 CSO 전환에 대한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CSO로 전환할 경우 자사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영업사원 관리에 한계가 있고, CSO가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중소제약사가 CSO 체제로 전환하며 자사 영업 조직을 정리하고 CSO 전문 조직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명과 암이 분명히 존재하는 체제라고 생각한다"며 "인건비를 감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엄청난 장점이지만, CSO가 리베이트 등 안 좋은 쪽으로 연루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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