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팬데믹 이후 2년간 반등, 지난해 다시 역성장
국내 수익 전액 日 본사로…국내 기부금 규모는 축소
[더팩트|우지수 기자] 노재팬·팬데믹으로 수렁에 빠졌던 데상트코리아 실적 회복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2021년 적자를 벗어난 이후 2년간 성장하면서 활기를 찾았지만, 지난해 또다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후퇴했기 때문이다. 데상트코리아는 대주주인 데상트 일본 본사에 보내는 현금 배당금을 해마다 늘리고 있는데 반해 국내에서 사용한 기부금 규모는 줄여 상생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데상트코리아는 지난 2001년 영업실적을 공시한 이후 18년간 매출액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당시 매출 7270억원, 영업이익 679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국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입기 시작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19가 겹쳐 창사 이래 첫 영업이익 적자가 발생했다.
데상트코리아는 지난 2021년 적자를 해소했고 2022년 영업이익을 397억원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성장세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372억원, 매출액이 535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2%, 3.2%씩 감소하면서 일보 후퇴한 상황이다.
데상트와 함께 노재팬 영향을 받았던 일본 패션 기업 유니클로가 실적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 운동이 사그라들면서 데상트와 유니클로를 찾는 국내 소비자가 다시 늘었다"면서도 "지난해는 국내 경기 불황으로 패션 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었다. 가성비를 챙길 수 있는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데상트코리아는 업황 부진이라는 새 과제를 마주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상트코리아는 국내 브랜드 전략을 새롭게 짜면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대표 브랜드인 데상트는 지난 3웍 29일 글로벌 첫 플래그십 스토어 '데상트 서울'을 강남역에 선보였다. 이 매장을 필두로 올해 브랜드 매출액을 전년 대비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데상트코리아 측은 설명했다.
◆ 일본 본사 배당금은↑, 국내 기부금은↓…'사회적 책임' 이행해야
데상트코리아는 일본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국내 시장 상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전액 일본 본사로 보내고 있는데, 그 규모에 비해 국내 기부금은 줄이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데상트코리아의 모든 배당은 데상트 일본 본사로 돌아간다. 이 회사의 지분 100%를 본사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배당 정책에 따라 일본으로 향하는 돈이 정해지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데상트코리아는 지난해 일본 본사에 현금 배당으로 500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영업이익 372억원, 당기순이익 498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불매운동과 팬데믹 영향을 받기 전과 비교해도 배당 금액이 두 배 증가했다.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던 지난 2018년 이 회사의 본사 배당액은 250억원이었다.
그러나 국내 사회에 공헌하고, 구성원들과 상생하기 위한 목적의 기부금 규모는 본사 배당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상트코리아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부금 명목으로 사용된 금액은 6억1500만원으로 전년(2022년) 대비 47% 줄였다. 같은 기간 본사 배당금은 67% 늘린 것과 대비된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데상트그룹의 한국 사업 비중이 적지 않아서다. 국내에서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생태계 발전, 동반 성장에는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데상트그룹 전체 매출에서 한국 시장은 절반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데상트그룹 결산단신(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일본 사업 매출액은 516억엔, 한국 사업 매출액이 585억엔으로 한국 시장이 일본 시장보다 비중이 크다.
이와 관련, <더팩트> 취재진은 데상트코리아 측에 본사 배당을 늘리고 있는 이유와 국내 기부금 인상 계획 등에 대해 문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데상트코리아를 비롯한 다국적기업이 국내 사업을 운영할 때 해외 본사 이익 창출뿐만 아니라 시장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설명한다. 최근 ESG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중요도가 크고 소비자들의 요구도 늘었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발생한 수익을 해외 본사에 모두 가져가는 반면 국내 기부금을 줄이면 한국 이해관계자에게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일본 기업은 지난 불매 운동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 기업에 비해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났을 때 기업 이미지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해외 기업이라 할지라도 국내에서 사업 이익을 내는 만큼 현지 사회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한국 사회에 대한 책임감, 의무감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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