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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종토방<下>] "불법 리딩방 못지않다"…'작전'에 노출된 개미들

  • 경제 | 2024-05-15 00:00

"주주 인증, 능사 아냐"…사냥꾼 '득실'

최근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이 네이버 종목토론실보다는 자체 커뮤니티를 애용하도록 힘을 쏟고 있다. /더팩트 DB
최근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이 네이버 종목토론실보다는 자체 커뮤니티를 애용하도록 힘을 쏟고 있다. /더팩트 DB

증권사들이 자체 커뮤니티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개인 투자자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나눌만한 장은 네이버 '종목토론실'과 '카페' 등으로 국한됐으나 이제는 특장점이 제각각인 증권사별 자체 커뮤니티가 더욱 주목받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권사별 커뮤니티가 초래하는 악영향도 만만찮다고 꼬집는다. 근래 들어 증권사 자체 커뮤니티가 우후죽순 생겨나게 된 경위와 이에 따라 야기된 문제점을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中>편에 이어

[더팩트|윤정원 기자] 증권사 자체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것은 증권사 입장에서는 반길 노릇이다. 일정부분 주식의 회전율을 높이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증권사들이 모니터링과 필터링을 통해 부정확하거나 과장된 정보 등을 걸러내고는 있으나, 여전히 완벽한 여과는 어려운 실정이다.

◆ 단 1주만 있어도 '주주 인증'…자체 커뮤니티 차별화 '글쎄'

증권사 자체 종토방이 '리딩방(전문가가 매매를 이끌어주는 모임)'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증권사들은 '주주 인증'으로 네이버 종목토론실과의 차별성을 뒀다고 주창하지만, 특정 종목 단 1주만 보유하고 있어도 주주 인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리딩방과 유사한 채널을 솎아내는 게 더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 일부 종토방에서는 그럴듯한 정보와 링크를 게시한 글들이 이따금 눈에 띈다. 이들 게시물 작성자 상당수는 '주주' 호칭을 달고 있다.

증권사 종토방이 이른바 불법 공매도와 같은 '작전(주가시세조작)'에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종토방이 활성화 된 종목이라면 거래량이 많고 주가 변동성도 크다고 잘못 판단하는 투자자들을 노린 세력들이 극성을 부리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종목보다는 주로 해외 종목에서 작전이 펼쳐진다. 특히 시가총액이 100억~300억원대 종목이 종목토론방을 통한 세력들의 시세 조종에 이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주가가 90% 폭락한 나스닥 상장사인 메종솔루션스(MSS)와 노던(NCL), 샹송인터내셔널홀딩스(CHSN) 등은 국내 오픈 채팅방에서 유명 증권가 인사를 사칭해 회원들에게 지정가 매수를 권하는 패턴이 이뤄졌는데, 이에 국내 증권사 자체 커뮤니티가 연루됐다는 이야기가 불거진 바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증권의 경우 자체 커뮤니티에 종목 관련 채팅방 링크를 걸어 더더욱 활발한 매매를 부추기는 경우도 다반사"라면서 "결국 자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범죄를 눈감는 꼴이다. 해외 거래량 상위 종목에서는 이같은 링크에 대한 관리를 더욱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토스증권에서는 실현 손익금 상위 5% 안에 드는 이들에게는 별도의 '배지'를 부여한다. 다만, 토스증권은 종전 '주식 고수'라는 배지명을 최근 '수익 상위 5%'로 변경한 상태다. /토스증권
토스증권에서는 실현 손익금 상위 5% 안에 드는 이들에게는 별도의 '배지'를 부여한다. 다만, 토스증권은 종전 '주식 고수'라는 배지명을 최근 '수익 상위 5%'로 변경한 상태다. /토스증권

◆ "재미로 한다지만"…증권사가 인정하는 '배지' 문제 여전

증권사들이 게임적 요소를 위해 내건 '배지'의 경우에도 일부 우려를 자아낸다. 일례로 토스증권은 투자자 중 실현 손익금 상위 5% 안에 드는 이들에게 '주식 고수(현재는 '수익 상위 5%'로 변경)', 커뮤니티 팔로워 수가 500명을 채운 투자자에게 '인플루언서' 배지를 부여하는데, 이들이 종토방에서 일반인 투자자에게 특정 종목 투자를 권유하는 게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고수나 인플루언서라는 배지를 단 사람들은 마치 자신들이 전문가인마냥 군다"면서 "이들은 확인이 되지도 않은 호재성 뉴스를 올리는 경우도 다반사고, 심지어는 특정 종목에 대한 예상주가를 멋대로 정해 제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단순 재미 차원에서 도입한 제도라고는 하지만, 해당 배지들이 잘못된 허세나 우월감을 조성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견된다. 주식 고수나 인플루언서의 투자의견과 거래 내역을 추종하는 매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리딩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의 우려에 대해 자체 커뮤니티를 운영 중인 증권사들은 자정작용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는 설명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카카오 오픈 채팅과 텔레그램과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 부정확한 정보와 사기 권유에 노출되는 것을 막고, 양지에서 토론을 펼칠 수 있도록 일조하겠다는 방침이다.

배지 제도를 운영 중인 토스증권 관계자는 "현재 토스증권 커뮤니티에서는 연락처나 링크 등을 올리면 자동 차단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타사와 다르게 회원가입을 여러 차례 만드는 게 불가능한 구조"라며 "투자에 유의미한 게시글을 많이 올리면서 꾸준히 팔로워를 늘린 사람들의 노출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커뮤니티 내 배지를 차용한 NH투자증권의 관계자는 "당사의 커뮤니티 서비스는 종목토론실보다 신뢰도와 건전성을 높였다. 이용자들의 건전한 투자문화와 집단지성을 위해 오픈한 공간"이라며 "서비스 확장성이 높은 만큼 앞으로 더 개선하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발굴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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