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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 임직원 연봉 살펴보니…HDC현대산업개발 '최저'

  • 경제 | 2024-04-25 00:00

정몽규 회장 사임 후 연봉 5억 이상 임직원 '전무'
"성과 인정 못 받아"…노조 첫 총파업도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의 임직원 1인 평균 급여가 주요 대형 건설사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임직원 1인 평균 급여는 가장 많은 급여를 지급하는 삼성물산보다 40%가량 낮았다. /더팩트 DB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의 임직원 1인 평균 급여가 주요 대형 건설사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임직원 1인 평균 급여는 가장 많은 급여를 지급하는 삼성물산보다 40%가량 낮았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지난해 노조가 총파업까지 선언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임직원 1인 평균 급여가 주요 대형 건설사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임원의 연봉도 가장 낮았다. 정몽규 전 회장이 사임한 뒤부터는 최익훈 대표이사를 포함해 전사를 통틀어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은 직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대기업집단 공시 대상 건설사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위 10개 업체의 지난해 임직원 급여를 살펴본 결과 삼성물산의 임금이 가장 높고, HDC현대산업개발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HDC현대산업개발 임직원 1인 평균 급여는 삼성물산보다 40%가량 낮았다.

지난해 건설업계 임직원 1인 평균 급여는 삼성물산이 연봉 1억36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현대건설 1억500만원 △GS건설 1억400만원 △포스코이앤씨 1억200만원 △대우건설 1억원 △현대엔지니어링·SK에코플랜트 9900만원 △DL이앤씨 9000만원 △롯데건설 8900만원 △HDC현대산업개발 8000만원 등의 순서로 높았다.

대다수 업체들이 임직원 인당 1억원 안팎의 평균 연봉을 지급했다. 10개 업체의 평균 연봉은 1인당 1억원 수준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상 본사 소속으로 건설현장에 근무하거나 해외 현장에 나가 있는 직원들이 높은 급여를 받는다"며 "실적과 무관하게 수당이 붙기 때문에 타 업계보다 높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급여 수준이 가장 낮은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1인 평균 연봉이 8000만원으로, 10개 업체 평균과 비교하면 2000만원가량 낮았다. 구성별로 살펴보면 사무직 여성의 연봉이 4500만원으로 가장 낮았고, 기술직 남성이 가장 높은 8700만원을 받았다.

HDC현대산업개발 노조 대의원들이 지난해 7월 서울 용산 본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처우개선 및 저성과자 임금 삭감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더팩트 DB
HDC현대산업개발 노조 대의원들이 지난해 7월 서울 용산 본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처우개선 및 저성과자 임금 삭감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더팩트 DB

HDC현대산업개발의 임원 연봉도 업계 최저 수준이었다. 개인별 보수 지급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공시 의무 대상이 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에 이어 10개 업체 중 유일하게 최익훈 대표이사를 포함한 누구도 5억원 이상의 보수를 수령하지 않았다.

정몽규 회장 재임 시절인 2021년(15억6200만원)까지는 정 회장이 사내에서 유일하게 1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아왔다. 그러나 정 회장이 사임한 2022년부터는 개인별 보수를 공시할 임직원이 없다. 지난해 사내 등기이사 3명의 1인 평균 보수지급액은 4억2900만원이었다.

이외 건설사 임원들은 통상 연간 두 자릿수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의 사내 등기이사(4인) 연봉이 1인 평균 27억71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GS건설(3인) 20억원 △현대건설(3인) 12억5100만원 △SK에코플랜트(3인) 12억1200만원 △롯데건설(4인) 10억3200만원 등의 순으로 인당 10억원을 넘겼다.

정몽규 전 회장이 사임한 뒤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연간 5억원 이상 연봉을 수령한 임직원은 전무한 상태다. 지난 2022년 5월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HDC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 회장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정몽규 전 회장이 사임한 뒤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연간 5억원 이상 연봉을 수령한 임직원은 전무한 상태다. 지난 2022년 5월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HDC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 회장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은 낮은 임금을 두고 노사가 마찰을 빚고 있다. 작년 7월엔 노조가 창사 이래 47년 만에 첫 총파업을 결정했다. 노조는 지난해 회사 실적이 개선된 만큼 이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는 올해 들어 4차례 임금단체협상을 가졌지만, 지난해 시작된 갈등은 쉽사리 봉합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회사의 지난해 실적은 대폭 개선됐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4조1627억원, 영업이익 1893억원, 당기순이익 172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1100억원보다 72.1% 늘었고, 순이익은 전년 366억원의 4.5배가량 뛰었다. 매출은 전년보다 26.8% 증가했다.

업계에선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알뜰한 경영 방침이 임직원의 급여액까지 반영된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은 현대차 경영진 재임 시절부터 자동차 나사 하나의 단가까지 관리한 알뜰한 성격으로 유명했다"며 "정 회장의 최측근이던 최익훈 대표 급여까지 공시 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라는 것은 그런 오너의 성향이 반영된 그룹사 특유 기조에 따른 결과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지주사인 HDC그룹은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로부터 164억20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전년 158억1800만원보다 3.8% 증가한 수준이다. HDC 지분 33.68%를 보유한 정몽규 회장의 경우 19억28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정 회장은 지난 2022년 광주의 공사현장에서 잇따라 발생한 '학동 참사'와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등의 책임을 진다며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내려놨다. 현재는 HDC그룹과 KFA(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을 겸임 중이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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