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공모가 공시 예정…25~26일 양일간 청약 진행
[더팩트|윤정원 기자] 올해 상반기 IPO(기업공개) 최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공모주 청약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22년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이후 가장 큰 공모 규모를 자랑하는 공모주인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한껏 고조돼 있다.
◆ 최종 공모가 8만3400원 넘을까…내일부터 청약 돌입
24일 HD현대마린솔루션에 따르면 당사는 오는 25~26일 양일간 일반청약을 거쳐 다음 달 8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계획이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KB증권과 UBS, JP모간이며, 공동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이다. 인수단에는 삼성증권과 대신증권도 포함됐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번 상장을 통해 890만주를 공모한다. 공모 예정가는 7만3300~8만3400원, 이에 따른 예상 공모 금액은 6524억~7423억원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3조2582억~3조7071억원에 달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앞서 이달 16일부터 22일까지 5영업일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한 바 있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약 200대 1에 이르며, 수요예측에 참여한 국내 기관투자가의 약 90%가 밴드 최상단가(8만3400원)보다 19.9% 높은 10만원을 희망 공모 가격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공모가를 밴드 상단가 이상으로 정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다만, 그간 국내 코스피 IPO 기업들이 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결정한 전례가 없어 HD현대마린솔루의 선택은 이날 오후로 예정된 공시까지 기다려봐야 한다. 작년 하반기 IPO 최대어였던 두산로보틱스의 경우에도, 국내 대형 투자기관들이 대부분 의무보유 확약을 제시하고 전체 참여 물량의 100%(가격 미제시 포함)가 밴드 상단인 2만6000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음에도 공모가격을 상단(2만6000원)으로 결정했다. 당시 공모가를 초과하는 가격을 외친 곳만 해도 57%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 6년새 매출 6배 '껑충'…"유일무이한 회사" 자신감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6년 11월 HD현대중공업의 선박 관련 유·무상 서비스 담당 조직을 통합해 출범한 기업이다. 현재는 정박·수리·개조 등 선박 생애주기 전반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박 전문 AS(애프터서비스) 회사로 시장 내 공고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사업 영역이 확대되고 매출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11월에는 사명을 HD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고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지난해 매출은 1조4305억원, 영업이익은 2015억원 규모다. 2017년 실적(매출 2403억원·영업이익 546억원)과 견주면 매출은 약 6배, 영업이익은 약 3.7배나 뛰었다. HD마린솔루션은 당사의 추가 성장세를 자신하고 있다.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사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해양종합솔루션 회사"라며 "사업의 성장세로 봤을 때 향후 5년 안에는 최소한 최근 매출에서 2배 이상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번 IPO를 통해 조달하게 될 예상자금이 32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공모한 자금을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연구개발 등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선박 AM(애프터마켓) 시장 내 브랜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친환경 개조사업의 역량 확대와 선박 디지털 사업의 고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 "PER 31.5배 과하다" 지적 여전…'오버행' 우려도
다만, 일각에선 HD현대마린솔루션의 PER(주가수익비율)이 30배 이상으로 높게 책정돼 공모가가 높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주관사단은 지난해 HD현대마린솔루션의 지배주주 순이익 1511억원에 유사기업 4곳의 평균 PER 31.5배를 적용해 주당 평가가액을 도출했다. 여기에 21.4∼30.9%를 할인해 공모가를 산출했다. 비교기업으로는 스웨덴의 알파라발, 노르웨이의 콩스버그, 핀란드의 바르질라 등 4곳이 선정됐는데, 이 기업들은 선박 수리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어 비교(Peer)군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시선이 있다.
중복상장 논란과 상장 후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도 HD현대마린솔루션이 헤쳐나가야 할 숙제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HD현대그룹 지주사인 HD현대로,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하면 지주사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2대 주주인 PEF(사모펀드) 운용사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은 이번 상장에서 445만주를 구주로 내놓는다. 남은 1057만주는 의무보유 예수기간 6개월이 지나면 시장에 대거 풀릴 위험이 있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마린솔루션의 2023년 실적 기준 단순 밸류에이션은 30배 수준으로 다소 높다"며 "IPO시장이 1분기 수요예측 기업이 모두 공모가 밴드 상단을 초과할 만큼 뜨거운 분위기였지만 통상적으로 조 단위 시가총액 기업의 IPO 전후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된 사례가 많아 공모 과정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Peer 종목 선정의 적합성, 멀티플 적용 적정 여부 등 공모가의 고평가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 KB증권, 일반청약 배정 물량 '최다'…경쟁률‧우대조건 살펴야
현재 시장은 HD현대마린솔루션이 고평가 논란과 오버행 우려를 불식시키고 청약 흥행에 성공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흥행 여부가 올해 IPO 시장의 풍향계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주만 해도 바이오 기업 디앤디파마텍(22~23일)이 이미 청약을 진행했으며,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ESS) 검사 진단 전문기업 민테크(23~24일)와 초소형 이차전지 전문 제조기업 코칩(24~25일) 등이 공모 청약에 나선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성공리에 상장하면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삼호 등 비상장 계열사 추가 IPO 가능성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HD현대 그룹은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석유·화학·정유 등을 맡은 HD현대오일뱅크가 관련 계열사 중심축을 맡고 있다. 이밖에 건설 장비 및 기계를 생산하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 전기·전자장비 사업을 영위하는 HD현대일렉트릭도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HD현대마린솔루션의 일반청약자 배정 물량은 KB증권(119만4908주)이 가장 많다. 이어 △신한투자증권(41만2037주) △하나증권(41만2037주) △대신증권(10만3009주) △삼성증권(10만3009주) 등의 순이다. 물량이 많다고 해서 배정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청약 마지막까지 경쟁률을 살피는 '눈치게임'이 필요할 전망이다. 증권사별 공모주 청약 우대 조건을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직전월 자산 평잔이나 직전 3개월 주식 약정액, 고객등급 등 증권사별 우대 조건을 충족하면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최대 수량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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