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수익률은 오름세…행동주의는 미진
[더팩트|윤정원 기자] KCGI자산운용이 '메리츠' 간판을 떼고 새 출발을 알린지 8개월가량이 흘렀다. 메리츠자산운용 시절 바닥을 쳤던 펀드 수익률은 새 사명을 단 이후로는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추이다. KCGI자산운용은 국내외 투자를 분리하고 시장 변화에 걸맞게 투자 전략을 수정하며 수익률 향상에 나선 상태다. 다만, 행동주의와 관련한 KCGI자산운용의 행보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 "투자 전략 통했다"…ESG동반성장펀드 수익률 7.41%
지난해 8월 15일 새 돛을 편 KCGI자산운용은 같은 해 9월 20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첫 공모펀드로 'KCGI ESG동반성장펀드'를 선보였다. 이 펀드는 국내 상장기업에 60% 이상 투자하는 국내 주식형 상품이다. KCGI자산운용은 KCGI ESG동반성장펀드를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으나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 가운데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면 주가가 크게 상승할 수 있는 종목을 선별해 투자하고 있다.
KCGI ESG동반선장펀드의 경우 설정 초기에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11월 1일 이후로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상태다. 지난 11월 1일 해당 펀드의 수익률은 -5.57%에 그쳤지만 이달 17일 기준 수익률은 7.41% 수준이다. 현재 KCGI ESG동반성장펀드는 △삼성전자(19.92%) △비츠로셀(6.58%) △KB금융(6.36%) △영원무역(6.25%) △빙그레(5.94%) △현대엘리베이(5.56%) △삼성물산(5.15%) △현대차2우B(4.87%) △키움증권(4.82%) △삼성화재우(4.21%)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KCGI자산운용은 KCGI ESG동반성장펀드의 투자 종목을 고를 때 단순히 시가총액 대비 순현금, 투자부동산 등 지표 중심의 접근보다는 구조적 비용 효율화나 현금 흐름 개선 가능 여부, 중장기 주주 환원 정책 개선 여부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 중이라는 설명이다. 향후에도 우호적인 주주 제안부터 가처분 신청, 위임장 대결 등 공격적인 수단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KCGI자산운용은 TDF(타깃데이트펀드) 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실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개 운용사의 35개 TDF시리즈(2024년 4월 11일 기준) 가운데 KCGI프리덤TDF의 수익률은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3개월간 수익률은 평균 10.2%에 이른다.
KCGI자산운용 관계자는 당사 펀드 수익률 개선에 대해 "기본적으로 투자 인력을 두 배 이상 늘렸고, 개개인의 업무 영역을 명확하게 나눠 직원들이 각자 담당하는 펀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 아쉬운 행동주의 행보…현대엘리베이터 소득도 '제로'
다만, 행동주의와 관련한 KCGI자산운용의 현실적인 행보는 다소 미진한 형국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KCGI자산운용이 출범 이후 첫 행동주의 대상으로 꼽았던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움직임이다.
KCGI는 지난해 8월부터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 및 이사회 개편 등 거버넌스 개선과 중장기 수익 개선 전략 등을 요구하며 활발한 행동주의 활동을 펼쳤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1월 현 회장의 사임을 비롯한 이사회 운영 개편안과 4개년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KCGI자산운용은 올해 현대엘리베이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는 주주 제안도 삼갔고, 주총에 참석해서도 도통 힘을 못 썼다. KCGI자산운용은 지난달 28일 충주시 현대엘리베이터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총에 참석해 △조재천 사내이사 △김호진 기타비상무이사 △정영기 사외이사 등 후보들의 재선임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KCGI자산운용의 반발에도 이날 현대엘리베이터 주총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등장했다 하면 시장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KCGI는 현재 존재감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KCGI자산운용이 행동주의에 나서더라도 기업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KCGI가 행동주의를 외치며 타깃으로 삼았던 기업들의 주가는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앞서 주총 당일 4만1450원으로 장을 마쳤던 현대엘리베이는 17일 전 거래일(4만100원) 대비 1.25%(500원) 내린 3만9600원으로 장을 종료했다. 지난해 5만86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던 DB하이텍은 현재 4만원대를 간신히 지켜내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4만50원까지 고꾸라지며 52주 신저가를 다시 쓴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행동주의 투자 전략이 재조명받기 시작한 계기는 KCGI의 등장이 맞다"면서도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KCGI가) 단기 주가 부양을 통한 당사의 수익 실현에 그치는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의구심을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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