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가성비 좋으면 그만"
"올해 1조원 달성 무리 없을 듯" 목소리도
[더팩트|이중삼 기자] 1인 가구인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의류를 살 때 주로 일본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를 찾는다. 가격 대비 고품질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제품도 주기적으로 나오고 있는 점도 이 브랜드를 찾는 이유다. 그는 "여러 SPA 브랜드 제품을 전부 경험해본 결과, 품질 면에서 가장 괜찮았다"며 "에어리즘 제품 경우 기능성이 뛰어난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019년 이른바 '노재팬'(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사그라들자 일본 브랜드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대표 근거로 유니클로 실적이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클로 국내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는 불매 운동 직전인 2018년 회계연도(2018년 9월 1일~2019년 8월 31일까지) 당시 매출 1조3780억원, 영업이익 1994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다음 해 불매 운동 여파로 실적이 고꾸라졌다. 2019년 회계연도(2019년 9월 1일~2020년 8월 31일까지) 매출은 6297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영업손실은 883억원을 기록했다.
상황은 또 다시 바뀌었다. 유니클로 실적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진 반등 기조를 나타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프알엘코리아 2022회계연도(2022년 9월 1일~2023년 8월 31일까지) 매출은 9219억원, 영업이익은 141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회계연도보다 매출(7042억원)은 30.9%, 영업이익(1147억원)은 23.1% 늘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불매 운동이 식어버린 점과 고물가 시대 여파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김종갑 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노재팬 운동 당시 일본 브랜드 제품을 사는 것도 눈치를 보게 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운동이 저물면서 유니클로 등 브랜드가 다시 살아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통 일본 제품은 높은 품질과 내구성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유니클로는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기능성 의류를 제공해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가 SPA 브랜드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가 돋보이기 때문'(54.4%)이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자 가성비 선호도가 증가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는 뜻이다. SPA 브랜드 구매 횟수는 연평균 8.8회로 1회 평균 구입 금액은 8만7842원이다.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9.5회로 가장 많았다. 30대는 9.4회, 40대는 8.8회, 50대 이상은 5.3회다. 회당 평균 구매 금액은 10대가 9만6746원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 은평구 소재 롯데몰 유니클로 매장에서 만난 이민정(여·22) 씨는 "유니클로를 자주 방문한다. 가격도 나쁘지 않은 데다가 품질도 괜찮아서"라며 "일본 브랜드를 사는 것은 본인의 선택인 것 같다. 가성비가 좋으면 그만"이라고 했다.
패션 업계에서는 올해 유니클로 매출 1조원 회복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 실용성·가성비 있는 SPA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유니클로 경우 운동 영향이 잠잠해진 만큼, 다시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김종갑 교수는 "현대 소비자들은 정치적·역사적 요인을 넘어서 자신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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