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SK하이닉스 목표주가 20만원 이상 제시도
[더팩트|윤정원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장주로 꼽히는 SK하이닉스에 대한 눈높이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최고 경영자(CEO)인 젠슨 황이 삼성전자를 치켜세우며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잠시 주가는 주춤하는 듯했으나 SK하이닉스는 이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상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3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하며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점, 마이크론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점 등이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 美에서 날아온 호재…SK하이닉스 주가 상승 기대감↑
연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올해 두 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연 5.25∼5.50%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준은 올해 연말 기준 금리를 연 4.6%로 예상했다. 연내 0.25%포인트씩 3차례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 주가는 상승세를 그리는 추이다.
여기에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예상을 뛰어넘는 결산 분기 실적을 기록하며 반도체 업종의 주가 상승에 힘을 실었다. 마이크론은 20일(현지시간) 2024 회계연도 2분기(12∼2월) 매출액 58억2000만달러(7조817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월가 전망치인 53억5000만 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해당 기간 순이익은 7억9300만달러(약 1조630억원)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마이크론은 1년 전에는 23억달러(3조831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주가 상승은 SK하이닉스 주가에도 호재로 여겨진다. 실제 전날인 21일 SK하이닉스는 15만6500원) 대비 8.63%(1만3500원) 오른 17만원으로 거래를 종료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진행된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4'에서 젠슨 황이 "삼성전자의 HBM3E를 현재 테스트하고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밝히자 주춤했던 주가를 금세 원상복구 했다.
◆ 공격적 R&D, SK하이닉스 승승장구 이끌까
시장은 공격적 연구개발(R&D)에 나서고 있는 SK하이닉스의 행보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4조1884억원을 투자했다. 전년도 4조9053억원보다 7000억원 넘게 줄어든 액수이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따지면 역대 최고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은 32조7657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중은 12.8%에 이른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 효과는 빛을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에는 세계 최초로 HBM3E를 대량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한다고 발표하며 5세대 주도권을 선점했다. 지난해 8월에는 세계 최고층 '321단 낸드' 샘플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으며, 이어 11월에는 세계 최고속 모바일용 D램인 'LPDDR5T'를 고객사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내년 3월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반도체 공장(팹) 1기 착공에도 나선다. 오는 2027년 2분기 준공이 목표다. 산업통상자원부 또한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일반산단을 방문, '세계 최대 규모의 3층 팹'에 대한 호감을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해당 팹을 시작으로 오는 2046년까지 120조원 이상을 투자해 총 4기의 팹을 구축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시 처인구 원산면 독성·고당·죽능리 일원 약 126만평에 반도체 생산 팹 4기를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부는 경쟁력있는 소부장 및 팹리스 기업을 대상으로 정책 자금도 공급할 것이라며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드높이고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 초격차는 속도에 달린 만큼 우리 기업이 클러스터 속도전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전 부처가 합심해 대응하겠다"며 "올해 기업들이 반도체 1200억 달러 수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HBM 등 첨단 반도체의 수출 확대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증권가 "SK하이닉스, HBM 시장 지배력 유지 전망"
증권가도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상태다. 목표주가를 20만원대로 상향 조정해 제시한 곳도 다수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17만원에서 21만원으로 23.5% 높이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류영호 SK하이닉스 연구원은 "인공지능(AI) 발전과 함께 고성능 메모리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HBM 등 고성능 메모리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과 반도체 사이클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상상인증권도 지난 18일 HBM3E로 인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17만7000원에서 21만원으로 높였다. 정민규 상상인증권은 18일 보고서를 통해 "HBM3E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그래픽 처리장치(GPU)인 H200, B1000에 탑재될 것"이라며 "HBM3E 양산이 시작되며 SK하이닉스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인다"고 언급했다. 정민규 연구원은 "올해 HBM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33.7% 늘어난 20조 2000억원까지 커질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양산 경험을 통해 수율을 안정화해 HBM 시장 성장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KB증권은 지난 12일 SK하이닉스가 경쟁사 진입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개선 등으로 엔비디아 HBM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8만원에서 21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고부가 스페셜티 D램 매출 비중이 지난해보다 3배 증가하면서 D램 ASP가 전년 대비 70%가량 상승하고, HBM가 D램 전체 매출에서 1/5 이상 차지하며 수익성 개선을 이끌 것"이라면서 "낸드는 감산 지속에 따른 공급 축소와 ASP 상승으로 적자가 전년 대비 8조원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11일 "HBM4부터 경쟁사의 MR-MUF 기술 도입 가능성이 있지만, 회사가 핵심 소재 공급선을 독점 계약했기 때문에 한동안 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SK하이닉스 주가는 상승 여력이 충분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BNK투자증권은 종전 제시했던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 15만5000원을 21만원으로 조정했다.
이밖에 IBK투자증권(19만→22만원), SK증권(19만원→22만원), 미래에셋증권(17만3000원→20만원) 등도 20만원대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상태다. 현대차증권의 경우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16만6000원에서 18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 20일 "SK하이닉스는 현재까지 엔비디아향 HBM3시장을 거의 주도하면서 D램 회사 중 가장 먼저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실적 개선 속도도 가장 빠르다"며 "HBM 수요의 확장 가능성을 감안할 때 저점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 오전 10시 58분 기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17만원) 대비 1.24%(2100원) 오른 17만2100원을 호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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