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먹튀논란' 장본인 등 논란의 경영진 재등용
준신위도 '경영진 평판 리스크' 해결 주문
[더팩트|최문정 기자] 최근 몇 년 동안 누적된 사업 영역 확장과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혐의로 위기에 놓인 카카오 그룹의 인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카카오는 경영에서 물러났던 김범수 창업자까지 복귀해 쇄신 작업에 나서왔지만, 과거 물의를 일으켰던 주요 경영진을 또다시 중용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22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는 28일 제주도 제주시 스페이스닷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정신아 대표 내정자 선임안을 비롯한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정신아 대표 내정자는 카카오가 본격적인 혁신을 천명한 지난해 12월 홍은택 현 대표의 뒤를 이어 회사의 단독 대표로 내정됐다. 정 내정자는 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직을 수행하며 다양한 분야의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IT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정 내정자는 그동안 김범수 창업자의 전 직장인 삼성SDS, 한게임, NHN 등에서 인연을 쌓은 것이 아닌 만큼, 인적 쇄신을 향한 회사의 의지를 상징했다.
실제로 김범수 창업자는 정 대표 내정 이후 사내 공지를 통해 "새로운 카카오로의 변화를 이끌 리더는 정신아 내정자가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정 내정자가) 새로운 카카오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 다시 한번 비상할 수 있도록 힘을 더할 것을 약속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카카오는 이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김성수·이진수 공동대표→권기수·장윤중 공동대표), 카카오게임즈(조계현 대표→한상우 대표) 등의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속도감있게 발표하며 쇄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인적 쇄신작업 막바지에 이른 현재 연이은 잡음이 터져나오며 혁신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계열사 상장 당시 주요 경영진에게 부여됐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대량 행사로 '먹튀' 논란에 휘말렸던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재무책임자(CTO)와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의 재중용이다.
정규돈 전 CTO는 최근 카카오 본사 CTO로 내정됐다. 그는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인 2021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보유한 스톡옵션을 대량 매도해 약 7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달성했다.
신원근 대표 역시 2021년 12월 카카오페이 상장 직후 당시 회사의 주요 경영진인 류영준 전 대표, 이진 사업총괄부사장, 장기주 경영기획부사장 등과 함께 스톡옵션을 행사해 878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당시 신 대표와 함께 스톡옵션 매도에 나섰던 류영준 전 대표는 이 사건으로 인해 카카오 본사 대표 내정자 신분에서 물러나야 했다.
카카오 측은 정규돈 CTO가 제1금융권으로서 높은 보안성과 기술력이 요구되는 카카오뱅크를 성공적으로 개발·운영한 성과가 있는 만큼, 카카오 그룹의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인사라고 해명했다.
이번 카카오페이 주총에서 연임안이 상정된 신원근 대표의 경우, '먹튀사건' 이후 이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회사 지분 5만주를 재매입했다. 아울러, 카카오페이 주가가 20만원을 넘기 전까지 최저임금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역시 이번 주총에 연임안이 올라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가맹 택시에만 호출(콜)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공정위를 거쳐 검찰 수사를 받았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카카오모빌리티가 의도적으로 매출을 부풀렸다며 가장 높은 양정 기준인 '고의 1단계'를 적용하고, 회사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류 대표 등의 경영진에 직무정지 6개월도 권고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창업자까지 나서서 강도 높은 쇄신을 약속했던 카카오의 노력이 최근 인사 관련 잡음으로 무색해지고 있다"며 "특히 시장과 금융당국의 뜻과 반대되는 인사를 강행하는 모양새라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논란이 가중되자 카카오 그룹의 윤리 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조직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 역시 카카오 측에 경영진의 평판 리스크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카카오 노조 역시 지난달 6일~21일까지 조합원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카카오 직원들이 경영진에 요구하는 요소는 △투명한 소통구조 기반의 문제 해결(56.1%) △개인의 이익보다 회사와 조직의 성장을 우선하는 관점(51.0%) △회사의 발전과 성장을 담보하는 비전 제시(49.5%) (중복응답 가능) 등이 꼽혔다.
또한 그동안 카카오 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회전문 인사(40.5%), 경영진 이익만 극대화하는 사익추구(55.2%) 등이 지양점으로 꼽혔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현재 카카오의 위기는 경영진의 무책임, 사익 추구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었고. 기존 경영진의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구성원들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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