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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오너 경영' 끝난 남양유업…재도약 가능성은? [TF초점]

  • 경제 | 2024-03-20 15:56

경영 정상화 첫 단추 '사명' 변경 될 것
"기업 문화 개선 필요" 목소리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2021년 5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더팩트 DB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2021년 5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이중삼 기자] 남양유업 60년 오너 경영체제가 끝났다. 지난 2021년 불가리스 사태 이후 촉발된 경영권 분쟁 소송에서 회사 주인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버티기'에 들어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지만, 최근 법원이 한앤코가 낸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인용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마침내 마침표를 찍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한앤코가 다음 달 초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경영진을 교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앤코는 남양유업 이미지 쇄신을 위해 사명 변경을 검토 중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한앤코가 지난달 제기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허가했다고 공시했다. 재판부는 "한앤코가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이상을 보유한 주주이고, 지난달 2일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 의사 표시를 해 같은 달 5일 남양유업 측이 전달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며 "임시주주총회의 소집을 허가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앤코는 오는 29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 또는 내달 초 임시주주총회 열고, 경영진 교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주총회 핵심은 경영진 교체다. 한앤코는 윤여을 한앤코 회장과 이동춘 부사장 등 4명을 남양유업 이사로 신규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앤코는 지난 1월 4일 홍 회장 오너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앤코는 지난 1월 30일 홍 회장에게 지분 양수 대금 3100억원을 지급했다.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52.6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남양유업 정기주주총회 주주명부가 지난해 말 폐쇄된 탓에 한앤코는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에 한앤코는 경영진 교체를 위해 여러 소송을 벌였다. 대표적으로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이다. 이번 임시주주총회 개최 허가가 나면서 판세는 뒤집어진 모양새다. 여전히 홍 회장이 정기주주총회 최대 의결권을 가지고 있어 안건들이 가결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한앤코가 의결권을 행사해 경영진을 교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한앤컴퍼니로 바뀌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소재 남양유업 본사 모습. /뉴시스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한앤컴퍼니로 바뀌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소재 남양유업 본사 모습. /뉴시스

◆ 오너 경영 끝난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태 결정적

홍 회장이 경영권을 잃게 된 원인은 지난 2021년 '불가리스 코로나19 효과 논란'이 결정적이다. 코로나19가 번졌던 지난 2021년 4월 남양유업은 자사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해 허위·과장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이는 곧 허위로 밝혀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때문에 기업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홍 회장은 같은 해 5월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하며, 일가 보유 지분 53.08%를 한앤코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그러나 홍 회장 측은 그해 9월 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지했다. 입장을 바꾼 것이다. SPA 계약 이행 전에 남양유업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고, 김앤장 변호사가 불법적인 '쌍방 대리'를 했다는 게 이유다. 이후 약 3년 간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한앤코는 남양유업 새 주인이 됐다. 이로써 60년 오너 경영체제는 막을 내렸다.

회사 주인이 바뀌면서 사명이 바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남양유업의 남양은 홍 회장의 본관인 '남양 홍씨'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측도 경영진이 교체되면 사명 변경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이 바뀌면 사명을 변경하는 것이 1순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사명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종갑 재능대 교수는 "사명 변경 등 기업 문화에 대한 혁명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혁신 없는 사명 변경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남양' 이름은 유지하되, 기업 전체 이미지를 아우를 수 있는 사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 경영체제가 60년 만에 끝난 것은 홍 회장의 잘못이 크다. 제품만 믿고, 급변하는 사회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사명을 변경해야 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남양은 유지돼야 한다고 본다. 오래된 브랜드 파워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사태 이후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서울 노원구 소재 한 대형마트에 불가리스 제품이 진열돼 있다. /더팩트 DB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사태 이후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서울 노원구 소재 한 대형마트에 불가리스 제품이 진열돼 있다. /더팩트 DB

◆ 추락한 실적 회복, "브랜드 경쟁력 강화" 전략

사명 변경 외, 쪼그라든 실적을 회복시키는 것도 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불가리스 불매운동 등을 비롯한 저출산에 따른 우유 감소 여파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 기준 남양유업 2022년 영업손실은 868억원으로 전년(778억원) 대비 적자 폭이 9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2·3분기도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전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라이프 케어'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회사는 국내 출생률 하락과 우유 소비 감소 등 유업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 상품을 개발 중이다. 2030세대와 시니어 소비자를 공략한 단백질브랜드 '테이크핏', 건강 트렌드에 발맞춘 식물성 음료 '아몬드데이' 등을 선보였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기존 자사가 보유한 브랜드들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B2C 경로와 함께 B2B, 수출 물량을 확대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며 "고객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라이프케어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다양한 신제품 출시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100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연구와 개발 등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종갑 교수는 "남양유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 문화 개선'과 '신제품 출시'가 필요하다"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기업 문화 개선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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