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중국발 제품 공급 과잉 영향
이차전지소재 등 신사업도 전방산업 부진 전망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이 지난해 경기 부진에 따른 유가 하락과 재고평가손실 등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수요 위축이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중국발 공급과잉과 더불어 이차전지 소재와 같은 신사업도 전방산업 악화로 인해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26일 석화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 19조949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0.4% 줄었고, 영업손실은 3332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의 영업이익은 2조5290억원이었지만 석유화학 부문만 놓고 보면 143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으며, 금호석유화학의 영업이익은 3590억원으로 전년 대비 68.7% 줄었다.
한국신용평가의 지난해 석화산업 분석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화업체 9곳(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SKC, 금호석유화학, 여천NCC, HD현대케미칼, SK어드벤스드, 효성화학)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지난 2021년 10.6%에서 2022년 2.7%, 지난해 1.9%로 급격히 감소했다.
석화 업체들의 부진은 경기 불황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지속되는 데다 중국의 대규모 에틸렌 공장 증설로 인한 공급 부담이 겹친 것이 영향을 끼쳤다.
에틸렌은 나프타 열분해(NCC) 과정을 통해 플라스틱, 비닐, 페인트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기초유분으로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축소와 제품 가격 감소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대규모 에틸렌 공장 증설에 따른 공급 부담 확대 등으로 업황 악화가 지속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 2017년부터 석유화학 내재화를 추진하면서 NCC 증설을 추진해 에틸렌 생산 능력이 5000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 석화업체의 4~5배 규모다.
실제 톤당 300달러가 손익분기점인 에틸렌스프레드(마진)는 올해 상반기 톤당 200달러에서 최근 137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에는 유가 하락마저 겹치며 석화 업체의 실적 악화를 부채질했다. 지난해 10월 두바이유 평균가는 배럴당 89.8달러에서 11월 83.6달러, 12월은 77.3달러로 하락세를 보였다. 석화 업체 입장에선 비싸게 원유를 구입해 싸게 제품을 팔게 된다.
석화 업체들은 신성장 동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롯데케미칼은 기존 한계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조7000억원을 들여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인수해 배터리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기도 했다.
LG화학 역시 배터리 소재, 첨단 소재, 신약 등을 3대 신사업으로 확정해 육성하고 있으며, 금호석화도 전기차, 바이오, 친환경 소재 부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불황으로 인해 자국 내 신설 물량을 소화할 만큼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면서 "당분간은 기존 사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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