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관리 전문 검품단' 신설
[더팩트|이중삼 기자] "'한 끗 차이'를 유지하기 위해 남들보다 2배로 뛰어야 한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가 '그로서리'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먹거리 상품에 사활을 걸고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인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특히 과일·축산·수산 등 신선식품부터 매장에서 파는 조리식품인 델리에 이르기까지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그로서리 상품 고객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 대표는 '한 끗 차이'에서 경쟁력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한 끗 차이를 유지하기 위해 남들보다 2배로 달려야 한다"며 "특히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먹거리 가격 안정에 힘을 쏟는 동시에 상품 하나하나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한 끗 차이를 강조한 이유는 이마트 실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이마트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469억원으로 전년(1357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마트는 신세계건설 실적 부진이 주 원인이라고 밝혔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별도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4% 줄었기 때문이다. 사상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가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 심리 위축으로 내수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미래 성장을 위해 점포 리뉴얼 투자를 늘렸다"며 "일부 점포 매장 영업종료도 영업이익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위기에 직면한 이마트를 두고 그는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최근 그로서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지 관리부터 상품 판매 후 고객 반응 수집에 이르기까지 그로서리 상품이 유통되는 'A to Z' 과정 정비에 나선 것이다.
일례로 고객 중심의 상품 개발과 운영을 위해 'e-Trend' 시스템을 열었다. e-Trend는 고객들이 이마트 앱과 SSG닷컴에 남기는 상품평과 고객가치센터에 접수되는 상품에 대한 의견을 종합해서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하루 평균 3만 개, 월 평균 80만 개에 이르는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리뷰 키워드와 부정 리뷰의 증감 추이를 보여준다. 특히 부정 리뷰가 크게 증가했을 때는 담당 바이어에게 긴급하게 알람으로 알려준다.
산지 관리도 강화했다. 이마트는 최근 산지 농가와 협력사를 돌며 품질을 점검하는 '전문 검품단'을 신설했다. 바이어들이 산지를 돌며 재배 상황·작물 상태를 살펴보는 것에 더해 과일들의 품질을 불시에 수시로 체크해 관리 수준을 한층 높인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고객이 꼭 필요한 상품을 상시 최저가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가격파격 선언'으로 가격 리더십 구축에 나선 데 이어 그로서리 상품의 고객 만족도를 한층 높이겠다는 비전을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가 전문 검품단으로 가장 먼저 정비한 부문은 과일이다. 과일은 지난해부터 이상 기후로 작황 사정이 안 좋아 품질 관리와 가격 방어가 중요해져서다. 특히 이마트 과일팀은 규모면에서 다른 유통사들을 압도한다. 과일팀에 속한 바이어만 20여 명으로 동종업계 약 2배에 이른다.
이마트 관계자는 "딸기 바이어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산지 출장을 가는데, 한 번 출장 갈 때마다 이동 거리가 1000km가 넘는다"며 "샤인머스캣을 담당하는 바이어는 하루에 농가 10곳 정도를 돈다. 오렌지 담당 바이어는 정부의 수입과일 할당관세 인하 결정 이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격이 낮아질 오렌지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바이어들은 지속해서 과일 가격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현재 산지를 수시로 찾아 신규 농가 발굴에 힘을 쏟는 중이다. 현금 매입 계약으로 우수 농가의 물량을 확보해 시세가 올라도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것도 주요 전략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이기 때문에 공간의 제약이 있는 것은 단점이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상품을 선보일 수 있어 품질 기준이 엄격해지는 것은 상품 경쟁력에 장점이 된다"며"지금까지 지켜온 집요함이 한 끗 차이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마트가 이미 확보해 둔 오프라인 시장에 힘을 더 쏟을 것으로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마트는 이미 확보해 둔 오프라인 시장이라도 지키겠단 결정으로 보인다"며 "온라인 시장 경우 쿠팡과 네이버를 당장 따라잡기는 힘들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오프라인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쓸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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