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동행카드 신용카드 후불제 시스템 도입 논의 촉각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가 판매개시 후 현재까지 누적 33만장 판매를 돌파한 가운데 초반 흥행을 바라보는 카드사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기후동행카드가 인기를 끌면서 신용카드사는 교통카드를 통한 고객유인 효과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서다. 현재는 후불교통카드 기능을 기후동행카드가 대신하고 있으나 카드사들은 추후 기후동행카드의 신용카드 후불제 시스템 도입을 기다리는 눈치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6일까지 모바일과 실물카드 33만장이 팔렸다. 유형별로는 모바일 13만 5000장, 실물 19만 5000장이다. 지난 6일 하루동안 기후동행카드로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사람은 총 22만8713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실물카드의 판매량이 눈에 띈다. 3000원을 내고 사야 하지만 아직 모바일카드를 이용할 수 없는 2030세대 아이폰 이용자가 실물카드를 구매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기후동행카드 이용자의 56%가 2030세대 청년층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약 31만장 판매된 가운데 30대가 29%로 가장 많았고 20대 27%, 50대 19%, 40대 17%였다.
활동량이 많고 환경보호 의식이 높은 청년층이 교통비 부담을 줄이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후동행카드는 한 달에 6만2000원을 내면 서울시 지하철, 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또 매달 6만5000원이면 지하철, 버스, 따릉이(서울시 공공 자전거)까지 탈 수 있다.
다만, 2030세대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교통카드를 통한 고객유인 효과가 감소했다는 점에서 기후동행카드의 흥행이 달갑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교통카드 서비스 자체는 수익사업이 아닌 대고객 편의 서비스라 수익적 영향은 없지만, 매일 사용하는 속성상 메인카드로 자리잡기 위한 '락인효과(Lock-in)'를 볼 수 있는 필수 서비스"라며 "기후동행카드가 인기를 끌면서 신용카드사는 교통카드를 통한 고객유인 효과가 감소했다. 페이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고객들이 실물카드를 들고 다닐 이유가 또하나 줄어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교통카드 서비스는 양날의 검과 같다. 교통카드 사용액만 본다면 이익이 안 나는 서비스"라며 "그럼에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교통카드를 통해 다른 사용처에서도 카드를 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월렛셰어(wallet share), 즉 지갑 점유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기후동행카드의 등장으로 고객에게 우리만의 서비스를 어필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부담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마다 제각각인 대중교통 할인정책을 내놓고 있어 고객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카드사들은 지난 2019년 국토부와 손잡고 대중교통 할인 카드인 알뜰교통카드를 도입했다. 알뜰교통카드는 대중교통 이용 시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최대 800m)에 비례해 최대 20% 마일리지를 지급하고, 카드사가 추가로 10%를 할인해 주는 형태다. 오는 5월부터는 이 제도가 없어지고 K패스가 도입된다.
기후동행카드의 신용카드 후불제 시스템 도입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정 카드사와 후불 형태의 카드를 만든다면 고객 유치를 위한 본격 경쟁이 시작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9일 현장 점검을 통해 "(기후동행카드) 충전 시 꼭 현금을 써야 하는 불편 해결을 요청하는 시민이 많다"며 "서두르면 아마 4월 정도에 (신용카드를 이용한 충전이) 가능할 것 같다. 신용카드 후불제 시스템도 도입해 (기후동행카드를)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기후동행카드가 카드사에 큰 타격을 주진 않지만 추후 도시에서 사업비 보전을 통해 특정 카드사와 후불 형태의 카드를 만든다면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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