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개정법 시행에도 저축은행 지점 감소 추세
고령층 금융 접근성 떨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지점과 출장소 출점 규제를 완화한 가운데 오히려 저축은행 점포 수는 줄어들고 있다. 특히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강남지점과 전주지점을 각각 통폐합하는 등 당국 기조와 달리 점포 수 축소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같은 지점 축소로 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은행은 효율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6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말 강남지점과 전주지점 2곳을 통폐합했다. 현재 강남지점은 삼성지점, 전주지점은 전라남도 광주지점으로 각각 흡수됐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이용고객 감소 지점을 근처 지점으로 통합·이전하게 됐다"며 "영업점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지점 축소로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취재진이 네이버 지도를 통해 경로를 검색해 보니 전일 오후 5시 기준 최근 통폐합한 SBI저축은행 전주지점과 광주지점은 차량으로 1시간 반 넘게 걸렸다. 사실상 전주지점을 방문하던 금융 소비자들은 대면 업무를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비교적 근처 지점인 강남지점과 삼성지점의 거리도 도보로 50분 넘게 소요됐다. 점포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층에게는 점포폐쇄가 곧 금융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BI저축은행을 이용 중인 한 고객은 "스마트폰으로 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나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고객들은 거래 중단을 고려할 정도로 불편을 느낄 수 있다"며 "특히 수도권과 지방의 지점 통폐합은 다른 차원으로 봐야 한다. 지방에서 저축은행 점포를 이용하는 고객은 지점에 가기 위해 차로 장거리를 가야하는 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금융기관이 점포 수를 빠르게 줄이는 점을 지적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2월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금융 취약층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지점 수를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달 19일부터 저축은행들은 지점을 설치할 경우 당국의 인가 없이 사전에 신고만 하면 되고 출장소는 사후 보고만 하도록 개정한 '저축은행법 시행령'을 시행했다. 과잉 경쟁을 막기 위해 그동안 출점을 엄격히 규제했지만 시장 상황이 변해 자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규제 완화 직후 1위인 SBI저축은행이 오히려 지점을 통폐합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업계는 SBI저축은행을 비롯한 저축은행들이 시중은행과의 과도한 고금리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점포 수를 축소한다고 분석했다.
SBI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6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8% 줄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4.76%로, 1년 전(1.44%) 대비 3.32%포인트 급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1098억원으로 연체율(6.21%)이 1년 새 6.01%포인트 급등했다.
또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곳 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기준 1413억원(누적 기준)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다.
이에 업계의 저축은행 점포 수는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본점을 비롯해 지점과 출장소를 포함한 점포 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280개로 집계됐다. 3분기 기준 2020년 303개, 2021년 298개, 2022년 287개로 축소됐다.
저축은행들이 점포 수를 늘리는 것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점포를 늘릴수록 인건비, 지점 운영에 필요한 비용 등 고정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최근 영업 환경 악화에 따라 비용절감을 위해 점포를 정리할 수밖에 없으며 점포 늘리기에는 더욱 소극적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 비대면 금융 활성화에 따른 디지털 전환이 추진되고 있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점포가 전환되는 상황이다.
다만, 이 같은 추세에 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효율성만 쫓다보니 소비자의 편익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이에 저축은행중앙회는 모바일 웹뱅킹 서비스를 실시하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SB톡톡플러스'에 '쉬운 모드'를 도입하는 등 노년층이 시각적으로 더 쉽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다만 금융 교육이나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대면 서비스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개정법 시행에도 지점 수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시점에서는 금융권 전반적으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어 운영 점포 효율화를 위해 이용률이 낮은 일부 점포를 정리하는 추세를 피하기는 어려울 듯하다"라며 "다만 지점 설치 관련 규제가 완화됐으니 향후 대면 서비스 활성화 등 금융환경 변화에 발맞춰서 저축은행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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