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개원 첫해부터 발의…제대로 된 논의 안 돼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최대 30조 원 규모의 폴란드 무기 수출 계약이 맞물린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악영향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야가 국익을 위해 조속히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가 개원한 첫해인 지난 2020년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 한도를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올리는 수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7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30조 원으로 올리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양기대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35조 원으로 올리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도 다른 국가나 정부를 구매 당사자로 계약하면 신용공여 한도를 예외로 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했다. 수은법 개정안이 21대 국회 내내 의원 입법으로 발의는 됐지만, 논의는 되지 않고 잠들어 있었던 셈이다.
앞서 한화디펜스(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22년 폴란드 정부와 K9 자주포 672문과 천무 다연장 로켓 288문을 수출하기로 큰 틀에서 약속했다. 같은 해 K9 212문과 천무 218대를 수출하는 등 124억 달러(약 17조 원) 규모의 1차 계약을 맺었다.
현대로템은 1차 계약에서 폴란드와 K2 180대 수출을 확정했고, 820대 계약을 2차 계약 물량으로 남겨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K9 남은 계약 물량 일부 152문에 대한 2차 계약을 체결했다. 큰 틀에서 약속한 672문의 46% 규모인 308문이 남았다.
한국항공우주(KAI)는 FA-50 경공격기 48대를 폴란드에 수출하기로 했다. 이들 계약은 금융 지원을 전제로 한 '조건부 계약'이다. 무기 등은 수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수출하는 국가 공기업이 금융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2차 계약 물량이 30조 원대로 추정되지만, 수은의 신용공여 한도가 있다는 점이다. 수은은 특정 대출자에 자기자본의 40% 이상 대출할 수 없다. 지난해 자기자본은 자본금 15조 원을 합쳐 18조4000억 원으로, 특정 기업에 부여할 수 있는 한도는 7조4000억 원이다.
지난해 10월 폴란드 초선 이후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사업 자체가 엎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 바 있다. 다만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신임 총리는 지난해 12월 "부패가 연루된 경우를 제외한 전 정부가 체결한 모든 무기 도입 계약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한 방산 업계 관계자는 "폴란드에서는 계약을 전 정부에서 했는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한 바 있다. 아무래도 이해도가 전 정부와 다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체들은 폴란드 정부에 현 상황을 설명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지난해 11월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수은법 개정안을 논의하고자 했다. 그러나 정쟁에 휩싸이면서 좀처럼 진척이 없었다. 일각에서는 수은법 개정이 특정 업체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다른 선진국은 계약을 할 때 정부 금융 지원을 실시하는데 한국은 금융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한 방산 업계 관계자는 "폴란드가 정권이 교체되고 수은도 한도가 차고 있던 상황은 예측이 됐다"며 "이제라도 정치권이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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