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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ELS 손실 사태에…은행 '고위험 상품 판매' 금지되나

  • 경제 | 2024-01-29 11:20

"금융사 고위험·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금지해야"

5대 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올해 들어서만 2300억 원의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더팩트DB
5대 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올해 들어서만 2300억 원의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더팩트DB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투자 손실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고위험·고난도 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H지수가 연일 내리막길을 걸으며 관련 ELS의 원금 손실도 확실시되고 있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에 연계돼 특정 조건 충족 시 약정된 투자 손익이 결정되는 초고위험 파생결합 금융투자상품이다.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회를 준다. 만기 시에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을 밑돌면 가격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2300억 원의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만기 도래한 원금 약 4353억 원 가운데 2057억 원만 상환됐으며 전체 손실률은 52.8%(손실액 2296억 원)로 집계됐다.

문제는 홍콩H지수가 최고점이던 2021년 판매된 상품들의 만기가 올해부터 속속 돌아올 예정이어서 손실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원금을 돌려받으려면 홍콩H지수가 2021년 상반기(1만340~1만2230)의 65~70% 선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현재 5000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단기간 반등도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해 상반기에만 6조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대다수 은행에서는 홍콩 ELS 상품을 중단한 상태다.

홍콩H지수가 연일 내리막길을 걸으며 관련 ELS의 원금 손실도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고위험·고난도 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더팩트 DB
홍콩H지수가 연일 내리막길을 걸으며 관련 ELS의 원금 손실도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고위험·고난도 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더팩트 DB

이러한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고위험‧고난도 상품을 은행권에서 팔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예적금과 같은 원금보장과 안정성을 기대하고 은행을 찾는 금융소비자 특성상 고위험‧고난도 상품 판매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지난 23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한국금융의 관제와 대안(ELS 사태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홍콩 ELS 총 판매잔액 19조 원 중 은행이 3분의 2 이상"이라며 "문제는 은행 직원들이 파생상품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득의 대표는 "DLF 사태 이후 2019년 11월 금융원원회의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마련 등으로 투자자 보호장치 강화됐음에도 판매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설명의무, 투자자 성향 분류 등이 형식적으로 이행돼 실질적 투자자 보호가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 보호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복되는 대규모 ELS 투자손실 사태에 대해 '소도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격'이라고 표현하며, 앞으로도 은행에서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한 유사한 불완전판매 논란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김득의 대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행에서 고위험·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며 "은행 이용 고객은 원금보장을 원하고 안전한 예적금 상품을 원하는데 은행은 비이자수익 극대화를 위해 안전성만 강조하며 판매 드라이브 정책을 펼치고 있어 근본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금융소비자가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당국과 은행권이 금융 교육을 제공하는 등 소비자 중심의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또 금융사의 고위험·고난도 상품 판매 금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은행권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은행업권에 바라는 것이 많다 보니 모든 요구조건을 충족시키기는 어렵다"며 "그동안 이자 이익 편중된 것을 탈피하라는 것이 주된 이슈였고, 그 일환으로 외환, 펀드 등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투자 상품을 늘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은행의 경우 해외와는 달리 수수료를 많이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상품 판매를 늘릴 수밖에 없다. 만약 투자 상품을 판매하지 말라고 할 경우 은행이 이익을 벌어들이기 위해서는 '예대마진'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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